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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초에 5300m 급강하 플라이두바이, 배관공 승객이 조종간 당겼다
조종간 당기자, 우주비행사가 느끼는 지구 중력의 3배 하중 걸려
오만 출신 범인 부기장은 자국선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으로 비행업무서 배제됐던 前歷
조종실에 비치된 비상용 손도끼로 기장 공격했다
8:27
입력 2026.10.04. 13:39업데이트 2026.10.0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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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부(副)기장이 고의로 추락시키려 했던 플라이두바이(Flydubai) 항공기를 승객들이 구해내기까지 기내에서 벌어진 일의 전모가 이스라엘 언론의 승객 인터뷰와 비행추적 자료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분이 안 되는 동안에 4500m를 곤두박질 치는 여객기의 조종간을 급히 당긴 사람은 배관공이었던 승객이었다.
순간 이 항공기에는 우주선 발사 때 우주비행사가 경험하는 것과 비슷한 최대 3.08G의 하중(지구 중력의 약 3배)이 걸린 것으로 추정됐다. 보잉 737맥스인 이 여객기의 제한하중계수 2.5G를 초과했다.
◇”칼에 찔렸다” 외침에 뛰쳐나간 배관공 승객
이날 오전 7시5분[이스라엘 오전 6시5분] 172명을 태운 FZ 1073편 여객기가 UAE 두바이를 이륙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까지 예상 비행시간은 3시간30분. 그러나 이륙 후 2시간이 좀 지나서 고도 약 3만4000 피트(약 10.36㎞) 상공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무슬림인 오만 출신의 부기장은 기도를 하고 싶다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곧 조종실에 비치된 비상용 도끼(crash axe)로 인도인 기장의 뒷머리를 내리쳤다. 그리고 수차례 그를 찔렀다.
B737맥스의 조종실에 비치되는 비상용 도끼
이 손도끼는 화재나 비상 착륙 시 기체의 벽, 패널 등을 부수기 위해 조종실에 의무적으로 비치되는 도구였다. 따라서 이번 테러 사건에서 범인인 부기장은 굳이 별도의 흉기를 기내에 몰래 반입할 필요도 없었다.
‘비상사태’를 처음 직감한 것은 오전 9시21분쯤 비즈니스석의 한 여성이었다. 화장실 밖에서 딸이 나오길 기다리던 그는 조종실 안에서 “문을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를 들었다. 옆에 서 있던 남자 승무원[대체조종사]에게 “뭔가 잘못됐다. 가서 확인해 보라”고 했지만, 그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대체 조종사는 결국 이 여성의 반(半)강제적 지시에 마지못해 조종실 문으로 손을 뻗었다.
평소 같으면 굳게 닫혀 있어야 할 조종실 강화문이 열렸다. 기장이 범인과 사투를 벌이면서도 마지막 힘을 다해 안에서 이 문의 잠금 장치를 푼 덕분이었다. 여성은 유혈이 낭자한 조종실 내부를 봤고, 다급하게 “조종사를 찌르고 있다(stabbing)”는 말을 반복해 외쳤다.
◇일반적인 강하각 3도를 훨씬 웃도는 39도로 급강하
이 말에 11열에 앉아 있던 남성 승객인 배관공 야니브 하윤이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기체는 39도로 급강하하면서 왼쪽으로 쏠렸다. 여객기의 일반적인 강하 각도는 3도. 극단적인 급(急)강하각이었다. 승객들은 “몸이 좌석에서 떠오르는 듯 했다” “얼굴이 녹아 내리는 듯 했다” “몸과 영혼이 분리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하윤도 좌석과 객실 벽에 수차례 부딪히며 조종실에 도달했고, 범인을 뒤에서 붙잡아 조종간에서 떼어냈다. 곧 이어 치과의사 승객인 쇼타 무사예프, 맨 처음 비상사태를 인지했던 여성의 남편 등 3명이 추가로 합세해 범인을 제압했다.
급강하 과정에서 항공기 속도는 크게 증가했다. 최대 하강 속도는 마하 0.96로 추정됐다. 음속은 고도에 따라 시속 1050~1100㎞다. 737맥스의 최대 운용마하수(MMO)인 0.82를 훨씬 웃돌았다.
◇조종간을 뒤로 당기자, 3G의 중력가속도 발생
하윤은 평소 여객기 사고 조사를 다루는 TV 시리즈물을 즐겨 봤다. 급강하를 멈추기 위해, 곧바로 조종간을 잡아 몇 초간 뒤로 당겼다.
하윤은 나중에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조종간을 끝까지 당겼다”며 자신이 평소 TV 시리즈인 ‘에어 크래시 수사(Air Crash Investigation)’을 봤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30일 밤 벤구리온 국제공항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플라이두바이 고의 추락 참사를 막은 승객 영웅들을 맞고 있다. 가운데 흰색 셔츠를 입은 사람이 배관공 야니브 하윤, 검은 셔츠는 치과의사 무사예프, 여성은 그의 아내./이스라엘 공보처. 로이터 연합뉴스
기수가 올라가면서 여객기의 지상속도(ground speed)는 45초 동안 시속 722㎞로 내려갔고, 이 과정에서 여객기는 설계상 허용된 제한하중계수(2.5G)를 초과하는 3.08G의 수직 하중을 받았다. 이는 탑승자와 기체가 지상에서 평소 받는 중력의 약 3배에 해당하는 하중이다. 기체는 약 1.52㎞쯤 올라갔다.
오전 9시23분 급강하는 멈췄지만, 또다시 1분간 알 수 없는 원인으로 고도는 다시 6.62㎞에서 4.56㎞로 내려갔다.
◇서로 믿을 수 없었던 승객들
범인은 잡혔지만, 제2,3의 공범이 승객, 승무원 중에 있을 수 있었다. 얼어붙었던 대체 조종사가 조종간을 맡았고, 두번째 대체 조종사가 조종실 앞을 막아선 승객들을 설득해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두 명의 대체 조종사가 누구 편인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었다. 승객들은 누군가의 칼에 찔리는 일이 없도록, 서로 떨어져 앉았다.
치과의사 승객인 무사예프가 기장의 얼굴에 산소마스크를 씌우고 셔츠로 상처를 눌러 지혈했다.기장은 의식은 있었지만, 맥박은 약해지고 있었다. 무사예프는 “가능한한 빨리 착륙해야 한다. 안 그러면 이 분은 버티지 못한다”고 승무원들에게 말했다.
오전 9시45분[이스라엘 시간], 여객기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타부크 공항에 착륙했다. 여객기의 꼬리 날개 방향타는 상당 부분이 부러져 나갔다. 두바이를 이륙한 지 3시간 40분만이었다.승객들은 “그[하나님]를 찬양하라” “이스라엘 민족은 계속 살아남는다”는 구호의 노래를 불렀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훌륭한 보잉이 737맥스라는 항공기를 만들어, 설계상 예상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G 하중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을 축하한다”고 소셜미디어에 썼다.
◇범인 부기장은 고국에선 ‘비행금지’된 이슬람 과격주의자
이번 사건은 중대한 보안 실패를 드러냈다. 무기의 기내 반입은 저지하면서도, 범행 의지를 가진 공격자에 대한 사전 조사는 철저하지 못했다.
오만 국적의 부기장인 범인인 하맘 알하마미는 급진적인 이슬람주의에 빠져, 오만에선 비행 자격을 박탈당한 적이 있었다.
이런 자가 어떻게 플라이두바이 항공에 채용돼, UAE와 이스라엘을 연결하는 보안상 민감한 노선에서 비행할 수 있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UAE 측은 공범이 있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강화된 조종실 문의 맹점 드러나
현대 여객기에는 강화 조종실 문이 설치돼 있고, 이는 안에서 직접 열거나 밖에서 비밀번호 조합을 입력해야 열린다.
그러나 이번 FZ1073편 사건에서는 오히려 위협자가 조종실 안에 있었다.
실제로, 2015년 3월24일 바르셀로나에서 뒤셀도르프로 가던 저먼윙스(Gemanwings) 9525편 여객기에선 기장이 잠시 조종실을 나간 사이, 부기장이 문을 잠갔다. 그리고 자동비행장치의 고도를 낮게 설정해 항공기를 고의로 프랑스 알프스에 충돌시켰다. 기장은 끝내 문을 밖에서 열지 못했고, 탑승자 150명 전원이 사망했다.
부기장은 과거에도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고, 사고를 일으킨 달에도 의사는 그에게 ‘정신병 가능성’을 진단하고, 입원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 정보는 항공사와 항공당국에 전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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