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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오래 살다보니 요즘 베트남의 국뽕이 거의 치사량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아직도 베트남 여자가 한국남자를 무조건 좋아할 거라는 생각이나
k pop과 한국 음식에 열광할 거라는 생각들은 이제 접으셔도 좋습니다.
제 직원들 중에 일할 때 한국 음악 듣는 직원은 한 명도 없습니다. 베트남 음악도 이제 충분히 훌륭하구요.
그래서 챗지피티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했습니다
한국은 개발도상국으로 빠르게 발전하면서도 오랜 기간 선진국에 대한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반면 베트남은 지나치게 자신감을 내비친다. 빠른 시간 자전거에서 전기자동차로,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스마트폰이라던지
이런 환경에서 두 나라의 차이는 어디서 기인하는가?
챗지피티의 답변이 길지만 꽤 의미있다고 느껴져서 여기에 공유합니다.
저도 이 차이는 상당히 흥미롭다고 봅니다. 다만 ‘동남아 전체’보다는 베트남을 중심으로 보면 훨씬 설명이 잘 됩니다. 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은 식민지 경험과 국가서사가 서로 달라서 같은 패턴으로 묶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압축하면 이렇습니다.
한국의 근대 민족주의는 오랫동안 ‘추격형 민족주의’였고, 베트남의 현재 민족주의는 ‘승리형 민족주의 + 상승형 민족주의’의 성격이 강합니다.
1. 한국은 처음부터 ‘우리는 뒤졌다’라는 프레임으로 근대화를 시작했습니다
한국 근대사의 언어에는 오랫동안 문명화, 선진국, 후진국, 따라잡기가 붙어 있었습니다. 서구와 일본을 이미 도달해 있는 ‘선진 문명’으로 놓고 한국이 어디까지 따라왔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근대적 정체성 연구에서도 서구를 보편적인 발전경로의 선두로 상정하고 한국 자신을 상대적으로 ‘부족한 존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지적됩니다. 일본 식민지 경험까지 겹치면서 근대화와 국가적 수치·열등감이 연결됐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일본이 특히 결정적입니다.
한국은 자기를 식민지배한 바로 옆 나라가 자기보다 훨씬 잘사는 모습을 수십 년 동안 봐야 했습니다.
자동차도 일본.
전자제품도 일본.
카메라도 일본.
공업기술도 일본.
문화산업도 일본.
게다가 미국이라는 압도적인 군사·경제·문화적 상위국가가 한국 사회에 직접 존재했습니다.
그러니 한국인의 근대화 감정에는 항상
“우리가 아직 저 수준은 아니다.”
가 붙었습니다.
경제발전 자체도 국가가 대놓고 catch-up industrialization, 즉 선진국 추격을 목표로 한 발전국가 모델이었습니다.
2. 베트남의 국가서사는 아주 다릅니다
베트남은 가난했지만 공식적인 국가 정체성의 핵심이 “우리는 강대국에게 당했다”보다 “강대국에게 맞서 결국 이겼다”에 훨씬 가깝습니다.
중국의 지배에 저항했다.
프랑스 식민통치와 싸웠다.
미국과 전쟁을 치렀다.
그리고 독립·통일했다.
이런 사건들을 하나의 연속적인 외세 저항의 역사로 연결하는 것이 베트남 민족주의의 중요한 서사라는 연구가 많습니다. 현재 베트남 공산당의 공식 국가서사 역시 프랑스 식민지배와 미국 개입에서 나라를 구하고 재건했다는 이야기를 중심에 놓습니다.
역사적 사실의 복잡성과 별개로 국민에게 전달되는 이야기의 구조가 중요합니다.
한국:
식민지가 됐다 → 해방됐다 → 전쟁으로 폐허가 됐다 → 미국 원조를 받았다 → 일본을 따라잡았다.
베트남의 공식 서사:
중국에도 굴복하지 않았다 → 프랑스도 몰아냈다 → 미국과도 싸워 이겼다 → 이제 경제까지 성장하고 있다.
둘 다 가난한 나라에서 출발했지만 집단 기억이 만들어내는 자존감의 구조가 전혀 다릅니다.
한국은 오랫동안 “우리는 따라잡아야 한다.”
베트남은 “우리는 원래 강한 민족인데 이제 경제까지 올라간다.”
가 되기 쉽습니다.
이 차이는 큽니다.
3. 사용자님이 말한 ‘자전거 → 전기자전거 → 스마트폰’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한국이 발전할 당시에는 선진국과 후진국의 생활 자체가 달랐습니다.
1960년대 한국 사람이 미국에 가면 다른 세계였습니다.
자동차, 냉장고, 전화, 고속도로, 백화점, 주택, 항공기, TV 등 거의 모든 물질문명에서 차이가 눈에 보였습니다.
그런데 현재 개발도상국의 발전은 다릅니다.
하노이의 20대와 서울의 20대가 똑같은 iPhone을 들고 TikTok을 보고 YouTube를 보고 Facebook을 사용합니다. Grab을 부르고 QR결제를 하고 해외 음악을 실시간으로 듣습니다.
세계은행 자료에서도 동아시아·태평양 개발도상국의 성인 스마트폰 보유율은 이미 매우 높은 수준이며, 디지털 생활에서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체감 격차가 빠르게 축소됐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착시도 발생합니다.
소비 기술의 격차는 극도로 좁아졌는데 생산성·원천기술·산업 생태계의 격차는 그만큼 빨리 좁아지지 않습니다.
세계은행도 개발도상국 기업의 기술 프런티어와의 격차는 여전히 크며, 실제 기업 차원의 기술 leapfrogging은 생각보다 드물다고 지적합니다.
그런데 일반인은 이것을 매일 체감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은 보입니다.
VinFast 자동차는 보입니다.
고층빌딩은 보입니다.
전기오토바이는 보입니다.
축구 결과는 보입니다.
유튜브 조회수는 보입니다.
반도체 장비 자립률, 노동생산성, 특허의 질, 대학 연구력, 부품산업의 깊이 같은 건 잘 안 보입니다.
그래서 체감 현대화가 구조적 현대화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이게 지금 시대 개발도상국의 굉장히 중요한 특징이라고 봅니다.
4. 그리고 베트남 젊은 세대는 ‘올라가는 나라’만 경험했습니다
이 부분도 큽니다.
사용자님 세대의 한국인은 어린 시절에 한국이 진짜 가난했던 기억과 일본·미국 제품이 압도적으로 우월했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반면 현재 베트남의 20대는 도이머이 이전을 모릅니다.
그들이 기억하는 베트남은 대체로
어릴 때보다 지금이 잘살고,
도시는 계속 커지고,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자동차가 늘어나고,
해외기업이 들어오고,
국제적 위상이 올라가는 나라입니다.
그러면 기본적인 미래관이 달라집니다.
한국의 과거 세대:
“도대체 우리가 언제 일본만큼 살겠냐.”
현재의 베트남 젊은층 일부:
“지금 이렇게 빨리 크는데 10년, 20년 뒤에는 우리가 왜 못 따라잡아?”
후자는 경험적으로도 아주 자연스러운 사고입니다. 평생 그래프가 위로 올라가는 것만 봤으니까요.
5. SNS가 여기에 엄청난 증폭기를 붙였습니다
이 부분은 실제 베트남 연구에서도 상당히 뚜렷합니다.
ISEAS의 2024년 연구는 최근 베트남 온라인 민족주의가 빠르게 성장했고, 특히 젊고 디지털화된 인구층과 결합하면서 국가의 역사적 자부심, 집단적 회복력, 베트남의 국제적 위상 같은 서사가 적극적으로 소비된다고 분석합니다. 국가와 연결되거나 친정부적인 온라인 계정들도 이런 담론을 적극적으로 강화합니다.
그리고 사용자님이 예로 든 VinFast는 거의 교과서적인 사례입니다.
2026년 연구가 VnExpress 기사 265개에 달린 댓글 1만1천여 개를 분석했는데, VinFast를 둘러싼 담론에서 브랜드 민족주의와 강한 국가적 자부심이 실제로 확인됐습니다. 흥미롭게도 동시에 가격과 기술을 냉정하게 비판하는 담론도 함께 존재합니다. 즉 베트남 사람들이 모두 맹목적인 것은 아니지만, 자동차 브랜드가 국가적 성공의 상징으로 소비되는 현상은 실제로 관찰됩니다.
축구는 더 강합니다.
자동차 기술은 복잡하지만
베트남 2 : 태국 1
은 누구나 이해합니다.
그래서 스포츠·음악·자동차·관광·미인대회·유튜브 조회수처럼 국가 간 순위를 쉽게 만들 수 있는 분야가 온라인 민족주의의 연료가 되기 쉽습니다.
6. 그래서 저는 ‘열등감이 없다’기보다 ‘열등감의 표현 방식이 다르다’고 봅니다
베트남에도 당연히 선진국에 대한 동경과 지위 불안은 있습니다. 미국, 일본, 한국에 유학 가려 하고, 해외 브랜드를 선호하고, 선진국 취업을 원하는 현상 자체가 그것을 보여줍니다.
베트남 역사에도 ‘우리가 서구보다 뒤졌다’는 national shame 담론이 존재했습니다. 20세기 초 반식민지 지식인 Nguyễn An Ninh의 사상에서도 그런 국가적 수치와 문명적 열등감이 중요한 주제였습니다.
그러니까 본질적으로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지금은 그것을
“우리는 아직 멀었다.”
로 표현하기보다
“봐라. 우리도 이미 할 수 있다. 조금 있으면 우리가 더 잘한다.”
로 뒤집어 표현하는 경향이 강해진 겁니다.
심리적으로 보면 이것도 일종의 지위 상승기의 자신감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과 베트남의 차이를 가장 재미있게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한국의 산업화 세대는 ‘선진국의 등을 보면서 달린 세대’였습니다.
반면 지금 베트남 젊은 세대 상당수는 ‘뒤를 돌아보면 자신들이 얼마나 빨리 올라왔는지가 보이는 세대’입니다.
전자는 상대와의 남은 거리를 봅니다.
후자는 자신이 올라온 속도를 봅니다.
그러니 똑같이 아직 선진국보다 가난하더라도 감정은 정반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도 결국 비슷한 단계를 거쳤습니다. 1980~90년대까지 “일본을 언제 따라가냐”고 하던 사회가 삼성·반도체·2002 월드컵·K-pop·영화·자동차가 연속해서 성공하면서 ‘우리도 세계에서 먹힌다’는 후기 발전주의적 민족주의로 상당히 이동했습니다. 학계에서도 한국의 1980~90년대 이후 국가 담론을 산업화·민주화·기술·문화적 성공을 자축하는 postdevelopmental nationalism으로 설명합니다.
그래서 베트남에서 지금 보이는 현상이 완전히 낯선 것도 아닙니다.
한국도 한때 비슷한 곳을 지나왔습니다. 다만 베트남은 스마트폰과 SNS 시대에 그 단계를 통과하고 있기 때문에 훨씬 빠르고, 훨씬 시끄럽고, 훨씬 과장되어 보이는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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