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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께 드리는 한 시민의 글. 삭제당하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Remy
네. 제 머릿속에서 나오는 대로 끄적인 글입니다. 오늘 형소법 국무회의 의결 과정에서 나온 대통령의 말을 듣다가 속 터져서 써봤습니다. 이 정도 글도 삭제당하고 제가 또 정지 먹거나 이 공론장에서 추방당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설령 그런 개같은 일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네요. 발언 수위는 최대한 낮게 조절해 보았습니다.
대통령님. 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통령님을 '잼프님'이란 나름의 애칭으로 불렀습니다. 지난 2월 말~3월 초의 공소청법 중수청법에 대한 우려가 많았을 때는 대통령님께 나름의 충언을 담은 X 메시지를 드리기도 했지요. 그걸 읽어 보셨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당시 두 법안은 다행히 문제점을 대부분 해결하여 국회에서 통과되었음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방금, 검찰개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법안인 개정 형사소송법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누구나 알다시피 대통령님을 그 자리에 앉힌 민주시민 대부분이 '타는 목마름으로' 염원해온 경사이자 축하할 일입니다.
그러나 대통령님. 우리는 즐겁지 않습니다. 누구는 화가 나 있고, 누구는 절망하기도 했으며, 대부분은 대통령님에 대한 실망과 분노, 냉소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통령님과 생사를 같이 한다는 마음까지 가지고 지지하던 우리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대통령님의 책임입니다.
대통령님은 취임 이후 참으로 일관적으로 편파적인 인사를 해오셨습니다. 이영훈 전한길과 동급 수준인 이병태, 비록 낙마하긴 했지만 이혜훈 등등 극우 인사들을 중용하셨습니다. 오창석 명민준 오윤혜 등등 맹목적으로 대통령님을 지지한다고 찬가를 부르는 수준을 넘어 '연임과 영생'까지 진지하게 떠벌이는 사람들을 중용하셨습니다. 심지어 노무현 문재인 두 분의 민주 진영 대통령이자 이 나라의 원로이고 존경받는 어른이신 분들을 조롱하고 비하하며 혐오하는 자들이 민주당의 '주류'를 차지한 이 비참한 현실. 이것이 대통령의 뜻이 아니면 누구의 뜻이란 말입니까?
그러나 대통령님. 대통령님은 실패의 길로 가시고 있습니다. 당장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이른바 '명픽'은 대부분 낙선했습니다. 그나마 '명픽'이 성공한 건 조정식 국회의장 정도겠지요. 그러나 그 조정식 국회의장은 참으로 공교롭게도 대통령님의 연임 가능성을 시사하는 운을 띄웠습니다. 현행 헌법 제128조 2항이 재직 중인 대통령의 연임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국민적 결단의 결과라는 명백한 사실마저 법기술을 부려 무력화시키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게 대통령의 뜻이 아니면 누구의 뜻이겠습니까? 대체 왜 박정희 전두환 윤석열의 길을 가려고 하시는 건지요?
소탈하면서도 장벽을 낮춘 소통으로 평가받던 대통령님의 X 글이 같은 문제점은 더더욱 심각합니다. 언제나 명쾌하던 대통령님의 언행에 참으로 정치꾼스러운 '해석 논란'이 끼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부처와 돼지' 글을 예로 들어보지요. 만약 대통령님이 검찰개혁안을 비롯한 공약들을 처음의 약속대로 신속하게 추진하면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면, 우리는 그 글이 대통령님을 무작정 반대하는 내란당에 대한 일갈이라고 받아들였을 겁니다. 그게 우리가 생각하는 '자연스러운 맥락'이지요.
그런데 대통령님은 가장 중요한 개혁공약이 지지부진하여 시민의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에 그런 글을 올리셨습니다. 그러니 그 글의 진의가 무엇이든지간에, 우리 민주진영의 시민들은 가장 믿었던 분으로부터 '돼지' 취급을 받았다는 감정이 들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가장 화가 나는 건 대통령님이 그 정도의 '맥락'을 모르실 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강유정 대변인의 해명 아닌 해명이 설득력을 가질 수 없고 굥돼지 시절 김은혜의 '날리면' 해명을 대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입니다.
대통령님.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은 멀게는 노무현 대통령님 시절부터, 가깝게는 2019년의 검란부터 민주진영 시민들이 그토록 절박하게 기다려온 성과입니다. 그렇다면 대통령님은 지난 7월 31일에, 아무리 늦어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신 어제라도 이번 개정의 의미를 되짚으면서 축하하는 메시지를 올리셔야 했습니다. 그랬으면 우리는 오늘의 국무회의를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보면서 박수를 보냈을 것입니다.
그런데 대통령님은 아무런 말씀을 안하시다가, 국무회의 자리에 와서야, 그것도 경찰의 권력에 대한 경계성 발언을 늘어놓으면서, 결국 이번 형소법 개정이 매무 못마땅하다는 속내를 보이신 꼴이 되었습니다. 이건 엄청난 패착입니다.
오해라구요? 당연한 일반론을 말씀하신 것 뿐이라구요?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테슬라 몰고 다니며 돈도 많다고 자랑하던 어린 것이 기탁금 많다고 징징거리자 하루도 안 되어 기준 바꾸라고 압박하시던 분이, 대놓고 서울시장 후보는 누구로 하라고 압박하시던 분이, 듣도보도 못한 '소수파' 의결 이어가면서 당헌 당규도 개무시하는 민주당의 개판을 방관하시던 분이, 정작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이번 개정에 대해 아무 언급도 없다가 그런 말씀하시는 걸 그냥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라구요? 저는 개돼지가 아니어서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그러니 이번 형소법 개정은 검찰개혁의 '시작'일 뿐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이 개혁이 제대로 완료되리라는 기대를 전혀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검찰 폭압 정권 하에서 목에 칼이 들어오고 내란으로 비참하게 죽을 뻔했던 분조차 개혁을 '이 따위'로 대하신다면, 우리는 도대체 누구를 믿고 권한을 맡길 수 있는 것입니까? 그렇게 막아오던 '그놈이 그놈' 프레임을 떠드는 사람들에게 도대체 할말이 없게 되는 지금의 상황은 누가 만든 것입니까? 바로 대통령님입니다.
대통령님. 이제 저는 대통령님이 후보 시절 그렇게 목청껏 외쳐오신 개혁을 정말로 추진하시리라 기대하지 않습니다.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시리라는 기대도 하지 않습니다. 이제 대통령님은 제게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3'의 바로 그 장면. "Execute order 66!"라는 명령을 내리던 그 팰퍼틴의 모습으로 각인되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대통령님. 영화 속의 팰퍼틴과 대통령님의 결정적인 차이를 아십니까? 팰퍼틴은 그 명령 하나로 공화국의 수호자들을 한순간에 학살하고 권력을 장악할 수 있었지만,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권력은 대통령님의 지시로 그리 호락호락하게 장악할 수 없다는 차이 말입니다.
고작 이 곳 딴지게시판에서조차 탄압을 두려워하며 여러 회원 정지 먹이고 입틀막하는 이 비참한 현실에 눈물날 지경입니다. 고작 이 꼴을 보려고 그렇게 수많은 지인들과 싸우고 의절하고 때로는 철판 깔고 이재명 찍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며 또라이 취급 받는 몇년을 보냈나 싶어서 말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는 좌절하지도 포기하지도 않을 겁니다. 각목 삼단봉 쇠파이프에 맞아가며 싸우던 선배들, 물고문 전기고문에 미행 사찰 당하며 민주화운동에 목숨 바치던 그 시기에 비하면 이건 일도 아니거든요. 대통령님이 안 하겠다면 우리가 하게 만들어드리지요. 그 첫걸음은 물론 '알.정.찍.'입니다.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쓰면서도, 제 마음 한켠에서는 이 모든 것들이 저의 '오해'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그러면 그렇지! 내가 뽑은 이재명 대통령은 역시 주권자의 뜻을 이루려는 큰그림 속에서 해내는 사람이었어!!"라고 말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그런 날이 오면, 전 최소한 이 글 만큼의 반성문을 기꺼이 즐겁게 쓰고 대통령님을 칭찬하렵니다.
그런데, 아마도 그런 날은 안 올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 미래는 둘 중의 하나인 것 같아요. 내란당에 도로 권력을 내어주고 다 같이 답이 없는 폭정 속에서 싸우며 살거나, 잘못된 길을 가는 민주정부를 멱살 잡고 제자리로 돌려놓고 정권 연장을 이뤄내거나.
그냥 절망하고 외면하면 내란당 세상이라는 지옥이 올 것을 알기에, 저는 참으로 번거롭고 화가 나더라도 두 번째 길을 가려 합니다. 적어도 이 곳 딴게의 민주 시민들은 같은 생각일 겁니다. 더 무서운 거 하나 알려드릴까요? 당신을 대통령 만들었던 빛의 혁명을 이뤄낸 시민의 상당수도 같은 생각일 겁니다. 그건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대통령님의 임기가 하루하루 줄어드는 게 안타깝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대통령님의 임기가 아직도 그만큼 남은 게 갑갑하다는 심정이니 이 무슨 어이없는 일인가요? 하지만 이 또한 대통령님의 선택입니다. 그 선택에 따른 책임, 지실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기대해 보시지요.

너무나 제 생각과 맞닿은 글이라, 이건 바로 옮겨 같이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가져왔습니다.
분노와 실망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오해였으면 좋겠다는 미련..
함께 싸운 전우를 바라보는 듯한 마음.
이런 마음이 다 같은 마음 아니겠습니까.
망하자고, 다 같이 죽자고, 정권을 내주자고 우리가 이러는 게 아니잖아요.
결국 잘되기를 바라기 때문이고, 이 정권은 실패하면 안 되는 정권이기에 걱정하는 거겠죠.
우리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진짜 제발 정신 차리시길 바랄 뿐입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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