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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 돋는 'AI 프로파간다' 근황.jpg

입력 2026-06-21 2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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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황희두 노무현재단 이사입니다.


너무나 심각한 주제인만큼 장문 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지난 번에 '인지전 - 현대 정보공작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관련 다양한 반응들이 나왔습니다.

"충격적이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과도한 우려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는 막연한 상상의 영역이 아닙니다.

이미 해외 주요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은 AI 기반 영향작전, 허위정보 대응, 인지 환경 보호를 민주주의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연구하고 있으며, 관련 대응 체계 구축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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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최근 EU DisinfoLab에서 열린 "봇넷에서 AI 군집까지: AI 영향력 관측소를 통한 새로운 위험 추적(From Botnets to AI Swarms: Tracking Emerging Risks Through an AI Influence Observatory)" 웨비나 내용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해 핵심 내용을 공유드립니다.

이번 내용 정리에는 저희 '사이버크래프트 사외이사'를 맡아주신 AI 기술 개발자님께서도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가장 큰 문제는 AI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사회적 대응 체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AI 시대의 정보전은 더 이상 가짜뉴스 몇 개를 잡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신호와 인지 환경 자체가 조작될 수 있는 시대에 민주주의와 신뢰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특히 한국은 아직 관련 논의와 연구, 대응 체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정부, 정치권, 연구자, 기술 전문가, 시민사회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사이버크래프트는 그 위험을 관찰하고 알리는 '사회적 레이더' 역할을 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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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악의적 AI 스웜(malicous AI swarms)'의 위험

많은 사람들이 AI의 위험을 "가짜뉴스를 더 많이 만드는 수준" 정도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EU DisinfoLab 웨비나에서 지적한 핵심은 그 차원을 넘어섭니다.

'AI 스웜'의 위험은 단순히 거짓 정보를 대량 생산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사람처럼 행동하는 수많은 AI가 서로 협력하며, 우리가 무엇을 믿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영향을 주는 '사회적 신호' 자체를 조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댓글, 좋아요, 공유, 커뮤니티 분위기처럼 우리가 "사람들의 반응"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즉 특정 주장을 믿게 만드는 걸 넘어, 사람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어떤 이야기를 진실처럼 느끼는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이는 기존의 '가짜뉴스' 논의보다 몇 단계 더 복잡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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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방과 인공조명

나방은 달빛을 기준으로 방향을 잡으며 날아가도록 진화했습니다. 이후 인공조명이 등장하자 달빛으로 착각하고 불빛을 향해 돌진하는 현상을 예시로 들었습니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그동안 우리는 상대의 말투, 감정 표현, 공감 능력 같은 '사회적 신호'를 보고 신뢰 여부를 판단해왔습니다.

하지만 AI는 이제 이런 인간의 언어와 사회적 신호를 매우 정교하게 모방할 수 있습니다.

즉 우리는 점점 더 '사람처럼 보이는 것'과 '실제 사람'을 구분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들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단순히 "AI가 틀린 답변을 한다"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사람을 판단하고 신뢰해 온 방식 자체가 새로운 기술 환경에서는 취약점이 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번 웨비나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의식으로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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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봇넷에서 트롤팜, 그리고 AI 스웜으로

1세대 : 확성기

2세대 : 전문 선동팀

3세대 : AI 군집(스웜)

예전 봇넷은 '같은 댓글'을 반복하는 단순한 수준이었습니다.

이후 사람이 직접 운영하는 '트롤팜'이 등장하며 더 정교해졌지만 여전히 규모와 속도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LLM과 에이전틱 AI 등장으로 이제는 다른 차원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맞춤형 메시지 대규모 생성, 자연스러운 댓글 답변, 전략 수립 및 상대 설득 등 여러 AI가 상황을 분석하고 역할을 나누고, 서로 조정하며 움직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같은 말을 반복하는 자동화'에서 '상황에 맞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자동화'로 넘어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일부 요소들은 이미 광고, 마케팅 영역에서 관찰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기술이 정치, 여론 형성, 정보전과 같은 영향력 행사 영역에 본격적으로 결합될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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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미 진행 중인 '사이버 프로파간다'

사람이 직접 버튼을 눌러 글을 올렸다고 그 메시지가 온전히 그 사람의 생각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메시지 설계와 마이크로타겟팅'은 AI가 수행하고, 사람은 이를 전달하는 '최종 전달자' 역할만 하는 구조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까지는 특정 매체나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에게 판단을 맡기는 방식의 '생각의 외주화'가 문제였다면, 이제는 AI가 개인의 관심사와 심리까지 분석해 나에게 가장 설득력 있게 느껴지는 메시지를 대신 만들어주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편리함이 커지는 만큼 위험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AI가 만들어준 문장을 점점 덜 검토하고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 내가 생각한다고 믿었던 판단 과정 자체가 외부 시스템에 의존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인지적 외주화' 문제는 앞으로 전 세계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과제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과정이 개인 차원을 넘어 수많은 AI 계정과 네트워크를 통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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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핵심 개념 - 악의적 AI 스웜(malicous AI swarms)

이번 웨비나의 중심 개념이 바로 '악의적 AI 스웜(malicious AI swarms)'입니다.

핵심은 단순히 "AI가 콘텐츠를 많이 만든다"가 아니라, AI 계정들이 커뮤니티에 장기간 머물면서 사람처럼 활동하고, 서로 다른 위치에서 같은 방향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특정 사람이나 집단을 설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게임, 아이돌, 입시, 정치, IT, 투자 등 전혀 별개의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계정들이 겉으로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전략 아래 움직이는 AI 네트워크일 가능성도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겁니다.

과거에는 "특정 게시물 하나가 사실이냐 아니냐", "특정 계정 하나가 이상하냐 아니냐"를 확인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여러 공간에서 비슷한 내러티브(서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연결되고, 확산되는지를 보는 단계로 넘어가야 합니다.

즉 게시물이 아니라 패턴을 보고, 계정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봐야 하는 시대입니다.

문제는 이런 네트워크가 충분히 정교해질 경우, 일반 시민이 이를 자연스러운 여론과 구분하기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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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가장 위험한 '신뢰'의 붕괴

가짜 지폐가 많이 돌아다니는 것도 문제지만, 더 무서운 건 사람들이 결국 '돈'이라는 시스템 자체를 믿지 못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정보 환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가 사람인지, AI인지, AI 도움을 받아 움직이는 사람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질수록 사회 전체의 신뢰는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여론도 조작된 거 아니야?"라는 불신이 커지면 정상적인 토론과 합의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제가 이 문제를 특정 정당의 지지율이나 정치적 유불리 차원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계속 말씀드린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신뢰 자본'이 무너지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특정 진영이 아니라 민주주의 시스템 전체입니다.

민주주의는 결국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최소한의 사실과 신뢰 위에서 토론한다는 전제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지점이 많은 연구자들이 크게 우려하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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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조작된 정보환경 학습 가능한 다음 세대 AI

이번 웨비나에서는 다음 세대의 AI 모델 자체가 조작된 정보 환경을 학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중요한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깨끗한 물을 만들려면 정수 시스템 자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수 시스템 자체가 오염되면 아무리 열심히 걸러도 깨끗한 물을 만들기 어려워집니다.

마찬가지로 AI가 만든 대량의 왜곡된 콘텐츠들이 인터넷 공간에 쌓이고, 미래 AI가 이를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게 되면 다음 세대 AI 역시 왜곡된 정보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결국 AI가 만든 정보가 다시 AI를 학습시키고 그 결과물이 다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어 매우 걱정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개별 가짜뉴스를 대응하는 문제를 넘어 AI가 학습하고 인간이 판단하는 '정보 생태계' 자체를 어떻게 건강하게 유지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문제는 특정 게시물 하나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정보 기반이 빠르게 오염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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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왜 탐지가 어려운가

과거에는 수상한 대형 트럭 한 대를 찾는 방식이었습니다.

반복되는 문구, 비정상적으로 많은 게시물, 24시간 활동하는 계정처럼 눈에 띄는 행동을 찾으면 됐습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평범해 보이는 승용차 수천 대가 각자 다른 길을 달리지만, 알고 보면 같은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는 패턴을 찾아야 합니다.

AI 스웜의 특징은 개별 계정만 봐서는 이상한 게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각 계정은 자연스럽게 활동하고, 서로 다른 관심사와 정체성을 가진 사람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앞으로 중요한 건 특정 계정 분석이 아닙니다.

여러 공간에서 비슷한 내러티브(서사)가 어떤 시점에 등장하고, 어떤 방식으로 확산되고, 어떤 행동 패턴을 보이는지를 함께 분석해야 합니다.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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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데이터 접근

CCTV 없는 도시에서는 범죄 패턴을 분석하기 어려운 상황과 같습니다.

AI 스웜처럼 여러 계정과 플랫폼을 넘나드는 움직임을 분석하려면 전체적인 흐름과 패턴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 주요 플랫폼들의 데이터 접근이 제한되면서 연구자들이 대규모 정보 흐름과 네트워크 패턴을 분석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데이터를 무분별하게 공개하자는 뜻이 아닙니다.

중요한 건 개인정보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면서도, 공익적 목적의 연구와 위험 분석이 가능하도록 책임 있는 데이터 접근 체계를 만드는 겁니

다. 보이지 않는 위험은 측정도, 대응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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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레드팀과 시뮬레이션

전쟁 전에 모의훈련을 하는 이유와 같습니다.

실제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어떤 공격이 가능한지, 어디가 취약한지 미리 확인해야 대응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스타크래프트 비유를 하며 '시뮬레이션'과 '부종전'을 꾸준히 언급해온 이유와도 맞닿습니다.

상대 전략을 이해하지 못한 채 무작정 대응하면 오히려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 군대도 전쟁이 벌어진 뒤에야 대응 방안을 고민하지 않습니다. 평소 다양한 가상 시나리오를 만들고 훈련하며 대응 체계를 점검합니다. 그런데 AI 시대의 정보전과 온라인 영향작전은 아직 이런 수준의 시뮬레이션과 훈련 체계가 충분히 구축되어 있지 않습니다.

누가 공격을 지휘하는지, 어떤 기관이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지, 어디서 경고를 발령하고 대응을 조정하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쉽게 말해 적이 온라인 공간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도, 이를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분석하며 대응 전략을 조율하는 '디지털 상황실'이나 '커맨드센터'에 대한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라는 뜻입니다.

특히 이번 웨비나에서는 '지속적 AI 페르소나(persistent AI personas)' 개념도 중요하게 다뤄졌습니다.

이는 단순히 댓글 몇 개 남기고 사라지는 일회성 봇이 아니라 장기간 활동하며 자신만의 관심사와 인간관계, 서사를 구축하는 디지털 정체성을 의미합니다.

앞으로는 특정 계정이 AI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문제를 넘어, AI가 장기적으로 신뢰를 축적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 자체를 고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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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AI 방어막

스팸메일 필터가 의심스러운 메일을 걸러주듯 미래에는 AI가 AI 기반 조작 시도를 탐지하고 경고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웨비나에서는 이를 'AI 방어막(AI Shields)'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관심사와 평소 행동 패턴을 이해하는 AI 비서가,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 중 비정상적으로 감정을 자극하거나 조작 가능성이 높은 내용을 분석해 경고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공격자만 AI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시민을 보호하는 쪽도 AI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아직은 연구 단계에 가까운 개념입니다.

다만 앞으로는 AI와 인간이 함께 정보를 판단하는 시대가 아니라, AI와 AI가 먼저 정보를 검증하고 인간이 최종 판단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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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 AI 영향력 관측소>

태풍을 직접 막을 수는 없어도 '태풍 경보 시스템'은 만들 수 있습니다.

이번 웨비나에서 제안한 'AI 영향력 관측소(AI Influence Observatory)' 역시 비슷한 개념입니다.

연구자, 언론, 시민사회, 정부, 플랫폼이 실시간으로 위협 정보를 공유하고 분석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AI 스웜 같은 새로운 위협은 특정 기관 하나가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건 공격이 발생한 뒤 대응하는 게 아니라, 어떤 패턴이 나타나고 있는지 미리 관찰하고 경고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제가 해외에서는 이 문제를 '민주주의와 국가 안보의 문제'로 다루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관련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계속 언급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AI 시대에는 기술만 발전하는 게 아니라 '정보 환경'도 함께 변화합니다.

그 변화가 어떤 위험을 만들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공유하는 체계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겁니다.

결국 중요한 건 특정 게시물 하나를 쫓아다니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정보 환경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AI 영향력 관측소 역시 그런 변화를 관찰하고 경고하기 위한 일종의 '사회적 레이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준희 교수님께서 진행하시는 해시티비 역사다방 1부 코너 이름이 '허위조작정보 관측소'인 이유도 이런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고 봅니다. 개별 게시물 하나를 쫓아다니는 걸 넘어 정보 환경에서 어떤 패턴이 나타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방송도 함께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바로 이 지점에서 기존의 '가짜뉴스 대응'의 한계점이 등장합니다.

과거에는 "이 글이 사실인가, 거짓인가?"를 확인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즉 '팩트체크' 중심의 시대였습니다. 물론 지금도 팩트체크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AI 시대의 정보전은 이미 그 단계를 한참 넘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누가", "어떤 네트워크로", "어떤 내러티브(서사)를", "어떤 집단에게", "어떤 목적으로", "얼마나 반복적으로 확산시키는가"를 체계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단순히 게시물 하나를 보는 게 아니라 정보가 만들어지고, 증폭되고,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전체 구조'를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해외 연구자들은 허위정보 문제를 단순한 참/거짓의 문제가 아니라 '인지 환경'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현실을 판단하는 '인지 환경' 자체가 오염되면 개별 팩트체크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많은 분들이 "당장 인스타로 가서 싸우라"라고 말씀하시지만, 제가 스타크래프트로 비유하며 현시점에 무작정 싸우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이야기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상대가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어떤 경로로 확산되고 있는지, 어떤 심리를 공략하고 있는지조차 모른 채 대응에 나서면 시민들만 상처받고 지치며 소모될 게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무작정 벌이는 싸움은 설계된 환경 속에서 반복적으로 데미지를 입는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결국 문제는 단순한 거짓말이 아닙니다.

우리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무엇을 믿고, 현실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결정하는 '사회적 신호' 자체를 누군가 설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게 이번 웨비나가 던진 가장 중요한 경고이자, 제가 그동안 인지전과 정보 환경 문제를 계속 이야기해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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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크래프트 만든 이유>

거듭 말씀드리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허위정보 대응, 인지전, AI 영향작전을 민주주의와 국가 안보의 문제로 바라보며 연구와 대응 체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인지전 전문가 자체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그중에서도 윤민우, 김은영 교수 등 일부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 시기 방첩사/국정원과 연결되었고, 윤민우 교수는 현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입니다.

그만큼 국내 전문 인력 풀이 좁고 특정 영역에 인적 네트워크가 집중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결국 인지전과 정보환경 문제를 특정 정파나 기관의 시각만으로 바라볼 게 아니라 다양한 관점과 배경을 가진 연구자, 기술 전문가,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연구 생태계도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다 보니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밈은 웃긴 짤", "팩트체크 잘하면 된다", "시민들이 알아서 판단할 것", "진실은 승리한다" 같은 수준의 논의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교육도, 팩트체크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AI 시대의 인지 주권 문제는 교육 하나, 법 하나, 기관 하나 만든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몇 년 전부터 "금융치료가 답이다", "강하게 규제하면 해결된다", "기구 하나 만들면 된다" 식의 단순한 해결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지금처럼 노무현재단을 향해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경우에는 빠른 법적 대응도 필요하고, 상황에 맞는 규제 개선과 대응 기구 마련도 필요합니다. 다만 그것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알면 알수록 단순한 해결책을 찾는 게 불가능한 영역입니다.

기술 발전 속도는 너무 빠른 반면, 사회적 대응 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정치를 하라는 목소리가 왜 나오는지는 이해합니다.

만약 제가 "국회에 가서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라며 힘을 모아달라고 말하면 일시적으로 더 쉬운 메시지와 희망을 드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정치인 한, 두 명이 국회에 들어가 목소리를 낸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닙니다.

정부, 정보기관, 심리학, 인지과학, 언어학, 마케팅, 기술 영역, 언론, 비정치 영역 인플루언서, 시민사회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 장기적 과제라고 봅니다. 이 부분은 별도 글로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지난 7년 동안 내부에서 이 문제로 설득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느낀 현실적인 고민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정확한 원인 분석과 이해 없이 급하게 만드는 대책은 표현의 자유 침해, 정치적 악용, 기술 변화 대응 실패라는 또 다른 문제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가장 시급한 건 성급한 해법 경쟁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어떤 정보 환경 속에 살아가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는 과정 그 자체입니다.

현재 준비 중인 '사이버크래프트'는 앞으로 이 영역에서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AI 법/정책 전문가, 기술 전문가, 정보/안보 분야 전문가, 리박스쿨 제보자, 게임 분야 전문가, 문화예술계 인사들, 바이럴 업체 추적자 등과 함께 모아온 자료들, 해외 연구 사례, 실제 정보조작 패턴 분석, 대응 방향 등을 정리해 시민들과 공유하겠습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기술공화국'이라는 개념으로 뜨겁게 논쟁 중입니다.

AI와 데이터, 정보 분석 역량이 단순한 산업 경쟁력을 넘어 국가 안보와 민주주의의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는 문제의식 자체는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실제로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미국에서는 AI, 반도체, 데이터 분석 역량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팔란티어'입니다.

팔란티어는 단순한 IT 기업이 아닙니다.

CIA의 초기 투자를 바탕으로 성장했고 위성, 드론, SNS, 각종 센서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정보 수집 -> 패턴 발견 -> 의사결정 지원'까지 수행하는 미국 국방/정보 분야의 핵심 AI 플랫폼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기술공화국' 담론을 주도하는 일부 세력의 주장을 들여다보면 민주주의 강화보다 '국가 경쟁력, 군사력, 기술 패권'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전혀 다른 문제의식이 등장합니다.

미국이 '기술 주권'을 자국 기술 생태계 중심의 질서 구축으로 바라본다면, 유럽은 특정 국가와 거대 플랫폼 의존에서 벗어나는 '전략적 자율성'으로 접근합니다. 같은 '기술 주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의미는 정반대인 셈입니다.

한국 역시 현실을 먼저 이해하고 위험 신호를 관찰하며 사회적 논의를 연결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사이버크래프트가 시민사회 영역에서 그러한 관측소이자 '조기경보 시스템' 역할을 하도록 설계 중입니다.

앞서 전해드린 수많은 우려들은 더 이상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닙니다.

공포를 조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이해하고 대비하기 위해 우선순위로 다뤄야 할 시점입니다.

우리 사회의 인식을 업데이트하고, 이 문제를 둘러싼 논의 수준을 몇 단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사이버크래프트에서 '맵을 밝히는 역할'부터 해보려 합니다.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적절한 해결책도 나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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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최근 이지혜 씨 AI 딥페이크 영상만 보더라도 이미 '인간의 눈'으로 조작을 판단하는 게 불가능하단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거에 누가 낚이냐?"라며 조롱할 때는 한참 지났다는 의미입니다.

초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사이버크래프트 소식을 유튜브 통해 꾸준히 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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