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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승자와 패자의 역사를 어떻게 다뤘는가?

입력 2026-06-05 1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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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인조 반정이 일어나
광해군과 대북세력을 몰아내고
인조와 서인들이 정권을 잡았습니다.

대북 인사들은 모두 저자에 끌려 나와 참수를 당했고
광해군은 멀리 교동도로 유배를 떠나 버렸으니
이제 조선에 인조와 서인들의 세상이 펼쳐진 것이죠

선대 왕이신 선조 임금의 실록을 만든 건
광해군과 대북세력들 입니다.

지금도 역사를 주제로 정통성 논쟁이 붙는데
승자가 된 인조와 서인들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선왕이신 선조 임금 시절의 역사를
광해군과 대북놈들이 지 맘대로 편찬했으니
우리도 선조 임금 시절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


인조 반정으로 권력을 잡아 역사의 승자가 된
인조와 서인 세력들도 똑같이 새로 역사를 썼습니다.

선조 임금에 대한 서인 측 입장에서 바라본 관점을
역사로 기록한 새로운 선조 실록을 편찬했죠

그게 바로 "선조수정실록" 입니다



아 역시 역사라는 것은 승자의 기록이고
권력을 잡은 집단이 마음대로 쓰는 것에 불과하구나!!
아닙니다.
조선 왕조는 역사를 그런식으로 다루지 않았거든요


광해군과 대북이 쓴 선조실록과 인조와 서인이 쓴 선조수정실록을
모두 그대로 남겨서 후대에 전하였고 양자를 함께 비교 하도록 했습니다.

선조수정실록을 편찬한 서인 관료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깁니다
"그 시말을 확인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니, 후대에 이 기록을 보는 사람들이 자세히 살펴야 할 것이다. -채유후"
역사의 사실을 확인하고 평가하여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후대의 사람들이 할 일이니 우리는 그대로 전할 뿐이다.

이후 <선조수정실록> <현종개수실록> <숙종보궐정오> <경종수정실록> 등
조선왕조 실록에는 다양한 수정과 개수가 있었죠
대부분 각종 환국으로 집권 세력이 바뀌게 되면 진행 된 것들입니다
똑같이 모든 기록을 함께 남겨서 후대가 비교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여기서 수정된 다는 것은 자료를 보충하여 내용으로 더 싣고
사건에 대해 평가나 서술을 한 "사론"을 고치는 것을 말합니다

무슨 승자가 되었다고 패자의 역사를 맘대로 왜곡하고 없애는 거 없습니다
심지어 조선은 만약에 어떤 사실을 숨기기 위해 사초를 삭제하게 되었다면
"삭제를 한 행위도 역사에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이런 의문이 들 수가 있습니다.
어찌하였건 수정을 하였다는 뜻 아님? 이건 역사 왜곡 아냐?

이건 유교가 뭔 지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유교에서 죽음은 천국과 지옥의 개념이 아닙니다.

사람이 죽으면 혼백이 나오는데 이승에 잠시 머물다
후손들 세대 수가 5대가 지나게 되면
혼은 하늘로 오르고 백은 땅으로 내려가 사라지게 됩니다.
그래서 제사를 지낼 때 5대조 조상까지 지내는 것이죠

다만 살아 생전에 엄청난 공을 세운 위인이나 영웅은
그 혼백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영원히 존재합니다
그래서 왕이나 영웅은 불천지위 영원히 제사를 합니다

이게 무슨 뜻인가 하면

유교에서의 사람의 죽음은 그냥 죽는 것이고
사람의 존재는 남겨진 사람들이 기억해 주는 것만큼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5대가 지나면 보통 기억에서 잊혀지니
혼백이 흩어진다 하는 것이고
왕이나 영웅은 역사에 기록되어 영원히 남겨지니
혼백이 영원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유교도 알고 보면 나름 합리적인 종교입니다
이런 철학과 이런 가치관을 가진 유교에서
"역사" 라는 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닙니다.

존재의 본질을 기록하는 숭고한 수단으로
유학을 배운 모든 사대부들의 궁극적 목표는
"청사에 내가 어찌 기록되는가?" 여부입니다

이런 역사를 두고 함부로 역사를 왜곡을 한다?
유교라는 사상의 근본적인 뿌리를 건드는 것이죠


유교에서는 역사 서술에 절대 원칙을 세웠으니
"술이부작, 서술하되 창작하지 않는다" 입니다
이를 공자의 춘추필법이라 합니다

역사적 사건을 두고 각자의 시선이 있는 것이고
각자의 관점에서 다양한 서술을 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입맛에 맞는 서술을 할 지언정
"없는 사실을 창작해서 가짜를 만들면" 안됩니다
역사적 사건을 두고 때론 숨기고 싶어 하는 일이 있고
세상에 알려져선 안되는 사건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사도세자의 행적이 그러했죠

그런 경우 종종 "삭제" "기록 말살"을 하기도 했지만
또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그때 이렇게 삭제를 했다" 라고
그 행위도 역사에 남겨야 합니다
그래야 후대가 남겨진 역사를 보고 제대로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이게 조선이 역사를 대하는 관점이고
이게 조선이 역사를 남긴 방법입니다.

조선이 그런 나라였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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