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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서울 광진구 한 의원에서 사고로 다친 이마 부위의 봉합 수술을 받았다. 그 후 6차례 통원 치료를 진행했고, 진료비가 총 90만원 나왔다. 그가 실손 보험금 청구를 위한 서류를 요청하자, 해당 의원 측은 “2만 원짜리 진단서를 발급받아야 한다”고 안내했다. A씨는 “무료거나 저렴하게 발급 가능한 서류를 달라 했지만, 병원이 막무가내로 거부했다”고 말했다.
일부 의료기관이 비싼 서류 발급을 유도하거나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이른바 ‘진단서 장사’를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명서 가격에 대한 상한제가 시행 중이지만, 별다른 제재가 없어 환자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현재 의료기관이 발급하는 증명서는 일반·상해 진단서 등 30종으로, 모두 100% 비급여 항목이다. 다만 2017년부터 시행된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르면 보험금 청구나 회사 제출 등에 많이 쓰이는 일반 진단서의 발급 비용 상한선은 2만원이다. 병원 외래 진료 사실을 증명하는 통원·진료 확인서의 상한액은 3000원이다. 보험 종류나 질병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비교적 간단한 치료는 확인서만으로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 등에선 “병원들이 가격이 비싼 진단서만 발급해준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한 보험설계사는 “독감처럼 진료 확인서만으로 보험금 청구가 가능한 질병도 진단서를 받게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면서 “서류 발급에 따른 병·의원의 추가 수익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의료기관이 일반 진단서 발급으로 거둬들인 수입은 1368억원에 달한다(3월 보고분 기준).
병·의원마다 비용이 제각각이라는 점도 불만을 키운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복지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의료기관 6만2800여곳의 제증명 수수료(지난해 9월 기준)를 조사한 결과, 일반 진단서 발급 비용의 최고액은 20만원이었다. 고시가 정한 상한액의 10배다. 통원·진료 확인서도 일부 기관에서 20만원을 받아 상한선의 67배였다. 경기도 성남의 한 마취통증의학과 의원은 진단서·진료확인서 비용으로 각 20만원을 요구했다.
환자 부담을 줄일 제도가 있어도 유명무실하단 얘기다. 고시를 어겼다가 걸려도 시정 명령이나 행정지도 정도만 부과된다. 2023~2025년 이런 벌칙을 받은 의료기관도 114곳에 그쳤다.
이러한 문제는 처방전을 내줄 때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환자가 실손 보험금을 청구할 때 질병분류기호(질병코드)만 증빙해야 한다면 무료로 발급되는 처방전을 쓸 수 있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치과의사는 처방전에 반드시 질병코드를 기재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의료기관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가 “처방전에 질병코드를 적어주지 않으면 행정지도 대상”이라고 했지만, 더 강한 벌칙이 내려지긴 어렵다.
남인순 의원은 “의료기관이 비싼 진단서만 발급하거나 수수료 상한을 넘겨도 강력한 법적 제재가 없는 게 문제”라면서 “의료기관의 과도한 수수료 요구를 바로잡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고시를 어긴 의료기관엔 실질적인 불이익을 줘서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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