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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음바페에게 날아든 천문학적 규모의 '中청구서'

입력 2026-10-31 07: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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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바페를 모델로 기용한 중국 음료업체 제품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베이징=연합뉴스) 김현정 특파원 = 지난 한 주 동안 중국에서 가장 주목받은 외국인을 꼽으라면 단연 프랑스 축구 선수 킬리안 음바페(27·레알 마드리드)다.



화제성 면에서 그는 신압록강대교를 건너 단둥을 깜짝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극적인 역전승으로 '4선'에 성공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등 중국 우호국 정상들을 가뿐히 압도했다.


중국 관영 매체인 신화통신·중국중앙TV(CCTV)와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그에 대한 기사와 사설을 연이어 실었고, 멍뉴(蒙牛)·둥펑음료(东鹏饮料) 등 중국 유명 기업들이 음바페와 관련한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중국축구협회도 입장문으로 가세했다.


외국 축구선수가 좀처럼 거론될 일 없는 외교부 브리핑에서까지 그의 이름은 27일과 28일 연달아 등장했다.


발단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합성사진에 관한 음바페의 농담이었다.


과거 프랑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둘러싼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 가운데 가장 웃긴 것은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그는 "중국 독재자였던 것 같은데, 거기에 내 얼굴을 합성한 것"이라고 크게 웃으며 답했다.


지난 4월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이 영상은 이달 26일 뒤늦게 중국 축구 정보 플랫폼 '둥추디'(懂球帝)에서 확산하며 논란이 됐다.


영상은 인터뷰하는 음바페의 모습 뒤로 '문제의 밈'을 편집해 담았다. 특정 인물의 이름이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붉은 공산당기 옆에 '마오(毛)수트'로 불리는 중산복을 입은 채 음바페의 얼굴로 서 있는 남성의 모습은 오로지 한 사람을 떠올리게 했다.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


사후 반세기가 지나도록 중국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이자 역사에 영광과 그림자를 뚜렷하게 남긴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 지도자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공산당 권력의 상징인 베이징 톈안먼 망루에 걸려있고, 주요 저술과 연설문을 담은 '마오쩌둥 선집'은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칭화대 대출 1위 도서로 꼽히며 젊은 층에 사랑받고 있다.


그러한 마오쩌둥을 '독재자'라고 표현한 것에서 한 번, 정확한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 채 가벼운 웃음거리로 삼은 데서 두 번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중국인들은 여기는 듯하다.




음바페를 모델로 기용한 중국 음료업체 광고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음바페에게 이어진 후과는 가볍지 않았다.


여러 중국 기업의 성명은 음바페와의 광고 계약 종료를 알리는 '손절 선언'이었고, 관영 매체들의 사설은 그가 당분간 중국 시장에 설 자리가 없음을 예고하는 '경고장'이었다.


음바페는 27일 중국어와 영어, 프랑스어로 사과문을 게재했고 "중국 국민과 역사에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와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라리가)도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중국 언론은 민족 감정을 훼손했다며 그를 겨냥했고, 한발 더 나아가 그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외교부 브리핑에서는 음바페의 사과문을 어떻게 보는지, 이로써 그에 대한 보이콧이 완화될지에 대한 질문이 연이어 나왔지만 대변인은 "당사자가 한 사과를 중시한다"고만 짧게 답했다.


중국 대표 포털인 바이두에서는 "음바페의 '천문학적' 청구서(결제)가 이제 막 시작됐다"며 실제 그가 입게 될 경제적 손실을 계산하는 글이 검색 상위에 올랐다.


베이징청년보는 스포츠 경제 전문가들을 인용해 음바페가 중국 시장에서 장기적인 상업 기회를 잃게 된다면 향후 잠재적인 상업적 손실은 최소 1억달러(약 1천336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는 정치 지도자에 대한 희화화나 상황풍자가 중국에서 역사 인식과 애국주의의 맥락에서 해석되며 반감을 일으키는 경우는 종종 있다.


2019년 미국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의 당시 단장 대릴 모리가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했다가 중국 내 중계 중단과 기업들의 후원 철회를 불러온 일과 같은 해 독일 축구 스타 메수트 외질이 신장 위구르족 정책을 비판한 뒤 중국에서 거센 반발과 불이익에 직면한 일이 대표적이다.


민족 감정을 건드리면 정부와 언론과 기업이 한꺼번에 같은 방향으로 날을 세우는 모습을 두고 한 중화권 언론은 '중국 속도'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점이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투자 환경을 악화시킨다는 비판도 제기되지만 중국은 개의치 않는 듯하다.


싱가포르의 중국 일간지 연합조보는 음바페 사태에서 중국이 보내고 있는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이같이 적었다.


"위안화를 벌고 싶다면 먼저 그 지폐에 누구의 얼굴이 인쇄돼 있는지 똑똑히 보라."


hjkim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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