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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의 '고양이 스티커'와 달렸다…"가장 큰 희망이자 행복"

(서울=연합뉴스) 허윤정이 21일 일본 시즈오카현 이즈시 사이클 스포츠센터 5km 서킷 코스에서 열린 '제5회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 사이클 여자 H1-5 타임 트라이얼에서 경기하고 있다. 2026.10.21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시즈오카=연합뉴스) 김동한 기자·공동취재단 = 사이클 국가대표 허윤정(53·전라남도사이클연맹)이 아시안패러게임 첫 메달을 목에 걸고 눈물을 쏟았다.
허윤정은 21일 일본 시즈오카현 이즈시 이즈 사이클 스포츠센터 도로 코스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사이클 여자 개인도로독주에서 40분36초71로 동메달을 따냈다.
32분10초53으로 우승한 이도연(54·전북특별자치도장애인사이클연맹)과 함께 시상대에 오른 허윤정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너무 슬퍼요.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라며 눈물을 흘렸다.
출전부터 쉽지 않았다. 대회 전 코스 답사 중 앞선 선수와 추돌을 피하려다 발목을 다쳤다. 엑스선 검사에서 골절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발이 붓고 통증이 이어졌다.
그는 "이틀 동안 통증이 너무 심해 잠도 제대로 못 잤다. 몇 시간마다 진통제를 먹으며 '경기를 할 수 있을까', '그냥 돌아가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경기 당일엔 비와 강풍이 선수들을 괴롭혔다. 허윤정은 왼쪽 팔꿈치가 땅에 쓸려 피가 나는 상황에서도 페달을 돌렸고, 마지막 바퀴 내리막 구간의 코너에서는 넘어지기까지 했다.
그는 "너무 무서웠고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그냥 '이대로 끝나나' 싶었다"며 "어떤 정신으로 (일어나서) 손을 돌렸는지도 모르겠다"고 돌아봤다.
이어 "피니시 라인이 보일 때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도연(왼쪽)과 허윤정이 21일 일본 시즈오카현 이즈시 사이클 스포츠센터 5km 서킷 코스에서 열린 '제5회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 여자 H1-5 타임트라이얼에서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6.10.21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험난한 길엔 두 딸 김서연(27)·김서진(20)씨의 응원이 함께했다.
자전거에는 딸들이 붙여준 반려묘 '양송이'의 스티커가 남아 있다. 팔에 쥐가 잘 나는 엄마를 위해 고양이가 쥐를 해결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2022년 사이클을 시작할 무렵부터 함께한 스티커다.
허윤정은 "딸들은 제가 1등을 하든 꼴찌를 하든 상관없이 이 자리에 있는 것 자체를 엄청나게 자랑스러워한다"며 "어린 나이부터 내 보호자 역할도 하면서 씩씩하고 똑 부러지게 자랐다"고 말했다.
이어 "두 딸은 저에게 가장 큰 희망이자 행복이다. 제가 어떤 자리에 있든 빛날 수 있도록 받쳐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척수장애로 다리를 쓰지 못하는 허윤정은 2015년 배드민턴을 시작해 3년 만에 상비군에 올랐다. 2022년 사이클로 전향해 이듬해 국가대표로 발탁됐고, 항저우 대회를 거쳐 이번 대회에서 첫 메달을 수확했다.
허윤정은 "여름에는 새벽 3∼4시에 일어나 훈련하면서 스스로를 채찍질했다"며 "어찌 보면 가혹할 만큼 저 자신에게 여지를 주지 않았지만, 그랬기에 지금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엄마가 제일 보고 싶다. 내일까지 정신 바짝 차리고 잘 마무리해서 돌아가겠다"고 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move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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