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아시안게임] 침체했던 한국 승마 금맥 살린 남동헌 "후배들은 더 편해지길"

입력 2026-09-27 16:36:40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3번째 아시안게임에서 마장마술 개인전 '금'·단체전 '은' 쌍끌이


유럽서 100여 마리 타보며 발굴한 '레오니다스'와 환상의 금빛 호흡




12년 만의 금맥 살린 승마 국가대표 '베테랑' 남동헌

[신화=연합뉴스]


(나고야=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이번이 벌써 세 번째 아시안게임 무대인 승마 국가대표 '베테랑' 남동헌(37)은 출국 전 기대보다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처음 출전했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는 자신의 기량이 부족해 한국이 금메달 대신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렸고, 두 번째인 2022년 항저우 대회에서는 개막 직전 말의 부상으로 출전권조차 반납해야 하는 불운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 번째 무대인 이번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도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메달은 솔직히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조심스럽게 약속했다.


그러나 남동헌은 자신의 다짐을 완벽하게, 그것도 초과 달성하며 한국 승마의 자존심을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12년 만의 금맥 살린 승마 국가대표 '베테랑' 남동헌

[신화=연합뉴스]


남동헌은 이번 대회에서 단체전 은메달을 이끈 데 이어, 27일 일본 도쿄 승마공원에서 열린 승마 마장마술 개인전 결승에서도 마필 '레오니다스'와 출전해 최종 점수 75.190점을 받아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상식을 마친 뒤 남동헌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뼈아픈 경험이 있다 보니 이번에는 일부러 마음을 비우고 침착하려 노력했다"며 "오히려 대회를 치르면서 점차 자신감을 찾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오기 전에는 다른 나라 선수들의 성적표만 보고 긴장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막상 현장에 와서 직접 부딪혀보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충분히 메달을 딸 수 있겠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금빛 연기' 펼친 승마 국가대표 남동헌

[신화=연합뉴스]


남동헌의 우승으로 한국 승마는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에 마장마술 개인전 패권을 되찾았다.


'말 위의 발레'로 불리는 승마 마장마술은 경기장(마장) 안에서 기수가 말에게 지시를 내려 걷기, 뛰기 등 정해진 동작을 연기하는 종목이다.


심판진이 보폭과 리듬, 예술성 등을 평가해 순위를 가리는 만큼, 기수와 말의 섬세한 교감이 절대적이다.


평소 레오니다스를 아들처럼, 때로는 '상전'처럼 떠받친다는 남동헌은 "말들도 똑똑해서 자신이 경기를 뛰어야 한다는 걸 안다. 사람의 심장 소리를 듣고 기수의 상태를 다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다소 산만했던 레오니다스도 경기장에 오자마자 첫날부터 무섭게 집중하는 게 느껴졌다"며 "결승전에서도 경기 내내 작은 목소리로 '할 수 있어', '집중하자', '네가 앞에 서야 해'라고 끊임없이 중얼거리며 교감했다"고 밝혔다.




'금빛 연기' 펼친 승마 국가대표 남동헌

[신화=연합뉴스]


남동헌이 레오니다스와 만나기까지의 과정에도 우여곡절이 깊게 배어 있다.


항저우 대회의 불운으로 애마 '퍼스트에디션'과 작별한 뒤, 그는 새 파트너를 찾기 위해 유럽 원정만 세 차례나 떠났다.


매번 일주일씩 머물며 무려 100여 마리의 말을 직접 탔다.


한 번 유럽에 나가 열흘 남짓 동안 30마리 안팎을 타보고 결정하는 통상적인 관례를 고려하면 세 배나 많은 발품을 판 셈이다.


그중 레오니다스는 느낌부터 달랐다. 대회 출전용치고는 어린 7살이라 훈련이 덜 되어 있었지만, 남동헌은 그를 처음부터 가르치고 어르고 달래며 지금의 명마로 키워냈다.


남동헌은 "이런 대회는 처음인데도 기특하게 너무 잘해줘서 맛있는 간식을 듬뿍 줘야 할 것 같다"며 "근데 평소에도 워낙 잘 먹긴 한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8년 전 대표팀 동생 입장으로 단체전 은메달을 합작했던 그는 이제 김시우, 이명석, 도현우를 이끄는 가장 든든한 맏형이 되어 다시 한번 단체전 은메달을 일궈냈다.




12년 만의 금맥 살린 승마 국가대표 남동헌

[신화=연합뉴스]


나아가 단체전과 개인전 1라운드에서 전체 1위를 차지했던 기세를 결승까지 몰아 12년 묵은 개인전 금맥까지 시원하게 뚫어냈다.


직전 대회 '노메달' 수모를 완벽하게 씻어내는 화려한 성과를 거뒀지만, 남동헌의 시선은 이미 한국 승마의 내일로 향해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깊은 침체기에 빠진 한국 승마가 이번 우승을 계기로 다시 반등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남동헌은 "제가 승마를 시작할 때만 해도 상황이 지금보다 좋았는데, 지금 어린 후배들은 침체기 속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선배로서 그런 환경이 늘 미안했다"며 "이번 결과를 계기로 승마계 상황이 점점 좋아지길 바란다. 후배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말을 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말을 타는 친구들은 하나같이 참 순하고 착하다. 이들이 더 많은 따뜻한 관심 속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진심 어린 바람을 전했다.




한국 승마 국가대표 남동헌과 레오니다스

(서울=연합뉴스) 남동헌이 27일 일본 도쿄 승마공원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개인전 결승에서 마필 '레오니다스'와 출전해 최종 점수 75.190점을 받아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사진은 남동헌과 레오니다스. 2026.9.27 [남동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coup@yna.co.kr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5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연합뉴스 콘텐츠 더보기

해당 콘텐츠 제공사로 이동합니다.

많이 본 최근 기사

관심 많은 기사

실시간 검색어

2026-09-27 18: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