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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어디까지 갈지 궁금하고 걱정"…엄마의 시선으로 본 이현중

입력 2026-09-21 09:5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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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일군 농구 '에이스' 이현중…'레전드' 농구인 성정아 뒤이어 '모자' 금메달


"하루만 쉬어도 농구하고 싶다는 아들…엄마로서는 안쓰럽고 걱정되기도"




이현중 ‘더 높은 곳을 향해’

(나고야=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6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대한민국 대 요르단 8강전. 대한민국이 118대 80으로 승리한 후 이현중이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2026.9.16 mon@yna.co.kr


(나고야=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역대 최고'의 기량은 타고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아시아 무대를 평정한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의 '에이스' 이현중의 경우는 둘 다다.


훌륭한 유전자도 물려받았지만, 이미 선수로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봤던 농구인 출신 엄마의 눈에도 지켜보기 가슴 아플 정도로 지독하게 부딪히고 땀 흘린 노력이 그를 지금의 자리에 올려놨다.


이현중은 지난 20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의 전승 우승을 이끌며 12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0년 베이징 대회 여자농구 금메달리스트인 어머니 성정아 대한민국농구협회 이사에 이어 아들까지 아시아 정상에 서며, 영광스러운 '모자(母子)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라는 진기록이 탄생했다.




이현중과 모친 성정아 대한민국 농구협회 이사(오른쪽), 부친 이윤환씨(왼쪽)

[성정아 이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기도 한 성 이사는 한국에서 TV 중계로 아들의 금빛 대관식을 지켜봤다.


가슴 벅찬 우승 직후였지만 모자의 통화는 담백했다.


성 이사는 경기가 끝난 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경기가 끝나고 전화가 왔길래 '수고했다, 자랑스럽다'고 해줬고, 현중이는 '응, 너무 좋아'라고만 계속 말했다. 우리는 긴말 없이 느낌만으로도 안다"고 전했다.


아들을 훌륭한 선수로 키워낸 비결을 묻는 말에는 "어릴 때 워낙 엄하게 키워서 저로서는 해준 게 혼낸 것밖에 없다"며 웃더니 "현중이가 일찍부터 해외 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그릇을 키웠다. 혼자 알아서 잘 커 줬다"며 대견해했다.


농구계 '레전드' 어머니와 농구 지도자인 아버지 아래서 탁월한 '농구 DNA'를 물려받은 이현중은 202㎝의 신장에 탁월한 득점력, 헌신적인 수비 가담과 남다른 프로의식까지 겸비하며 한국 농구의 대체 불가한 에이스로 우뚝 섰다.




이현중, '골밑의 주인공은 나야 나'

(나고야=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16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대한민국 대 요르단 8강전. 한국 이현중이 수비 리바운드를 하고 있다. 2026.9.16 saba@yna.co.kr


그를 지켜보다 보면 마친 농구 선수를 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지만, 정작 성 이사는 아들을 말릴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농구 선수의 길을 허락했다고 털어놨다.


성 이사는 "선수의 삶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현중이는 시키고 싶지 않았는데, 본인이 너무 좋아해서 말릴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본인 말로는 5살 때부터 농구선수라는 꿈이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고 하더라. 어릴 때 보면 빈 바구니든 뭐든 림처럼 갖다 놓고, 하염없이 공을 던지며 땀에 흠뻑 젖을 때까지 혼자 놀곤 했다"고 덧붙였다.


피는 못 속이는 재능과 못 말리는 열정으로 아시아 최고 자리에 오른 아들이지만,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 한구석에는 늘 안쓰러움이 자리하고 있다.




치열한 한일전

(나고야=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3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예선 대한민국 대 일본 경기. 이현중이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2026.9.13 mon@yna.co.kr


성 이사는 "저도 선수 생활을 해봤으니 안다. 훈련하러 나가서 신발 끈을 묶으면서도 '아, 하루만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현중이는 조금만 쉬어도 바로 농구를 하고 싶다고 한다"며 "저게 정말 순수하게 행복해서 그러는 걸까, 아니면 공을 놓으면 불안해서 저러는 걸까 걱정될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안주할 줄 모르는 갈망이 지금의 이현중을 만들었지만, 가끔은 짐을 내려놓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이 어쩔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이다.


이번 대회를 마친 이현중은 이제 세계 최고의 자리를 향해 또다시 험난한 가시밭길을 걷는다.


미국 데이비드슨대를 졸업한 뒤 끊임없이 미국프로농구(NBA) 무대를 두드려온 그는 최근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와 NBA 산하 G리그행의 발판이 되는 이그지빗 10(비보장 1년) 계약을 맺는 등 끈질기게 미국 무대를 향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돌파 시도하는 이현중

(나고야=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1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예선 대한민국 대 인도네시아 경기. 한국 이현중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2026.9.11 mon@yna.co.kr


성 이사는 "한국에서는 에이스 소리를 들을지 몰라도, 미국에 가면 수많은 무명 선수 중 하나일 뿐"이라며 "그 치열한 자리에서 어떻게 또 견뎌낼까 걱정이 앞선다. 설움도 경쟁도 스스로 감수하고 이겨내야 할 몫이지만, 워낙 힘든 내색 없이 혼자 짊어지는 편이라 어쩔 수 없이 가슴이 아프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어머니이자 농구 선배인 성 이사는 아들의 굳은 심지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어디까지 올라갈지 저도 궁금해요. 스스로 절대 만족을 모르니 지금 이대로라면 현중이는 아마 은퇴할 때까지 계속 발전할 것 같아요. 늘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가 항상 부족하고, 그걸 채울 때까지 또 노력해요. 지칠까 봐 걱정도 되지만, 그 동기부여가 있어야 발전하는 건 맞으니까요."




이현중, '금메달이 보인다'

(나고야=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 18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대한민국 대 이란 4강전. 승리한 대한민국의 이현중이 생각에 잠겨있다. 2026.9.18 eastsea@yna.co.kr


부모로서의 애틋함을 잠시 내려놓고, '선배'의 눈으로 바라본 아들의 가장 큰 무기는 무엇일까.


성 이사는 주저 없이 '농구를 읽는 눈'을 꼽았다.


그는 "슈팅이나 리바운드 능력보다도 상황을 파악하는 영리함이 현중이의 진짜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8강 요르단전 때 초반에 파울 3개를 범하면서 위기가 왔잖아요. 그런데 벤치로 나가서 어떻게 경기를 풀어야 할지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들어오더라고요. 영리하게 제 역할을 다시 찾아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안도했어요. '아, 저 아이는 어디에서든 스스로 살아남는 길을 찾겠구나' 하고요."




어린 시절 이현중과 모친 성정아 대한민국 농구협회 이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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