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여자축구 조별리그 첫 경기서 '옛 제자' 한국 적으로 만나 0-5 완패

(오사카=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14일 일본 오사카 얀마 스타디움 나가이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미얀마의 경기.
미얀마 콜린 벨 감독이 작전지시를 내리고 있다. 벨 감독은 신상우 감독의 전임자로 4년 8개월간 한국 여자 대표팀을 지휘한 바 있다. 2026.9.14 dwise@yna.co.kr
(오사카=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묘한 기분입니다. 한쪽에 제 팀이 있는데, 반대편에도 제 팀이 서 있었으니까요."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지 2년. 이제는 미얀마 대표팀의 사령탑이 되어 나타났지만, 콜린 벨 감독에게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은 여전히 '나의 팀'이었다.
지금도 한국에 지내며 옛 제자들과 주기적으로 안부를 묻는다는 벨 감독은 뼈아픈 대패를 당한 적장이 되어서도, 씁쓸함보다는 한국 선수들을 향한 진심 어린 찬사를 먼저 꺼내놓았다.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은 14일 일본 오사카 나가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벨 감독의 미얀마를 5-0으로 완파했다.

(오사카=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14일 일본 오사카 얀마 스타디움 나가이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미얀마의 경기.
한국 신상우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6.9.14 dwise@yna.co.kr
미얀마 사령탑 부임 한 달 만에 치른 혹독한 첫 국제대회 무대였지만, 벨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여전히 환상적"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오늘 내게 5골의 아픔을 안겼을지언정 제자들을 향한 애틋함과 깊은 애정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이어 "난 그들을 뼛속까지 사랑하고. 내가 평생 그들을 아낄 것이란 걸 선수들도 잘 안다"며 "나와 5년이나 함께했던 만큼, 오늘 경기에서 특별한 동기부여를 갖고 그라운드에 나섰을 것"이라고 되짚었다.
2019년 한국 여자 축구 역대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으로 부임한 벨 감독은 2024년까지 약 4년 8개월 동안 대표팀을 이끌었다.
이날 해트트릭을 폭발한 2003년생 김민지와 골키퍼 김민정 등을 제외하면, 현재 대표팀 주축 대다수는 벨 감독과 오랜 시간 동고동락하며 성장한 익숙한 얼굴들이다.

(이천=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8일 경기도 이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필리핀의 2차전 경기. 한국 콜린 벨 감독이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4.4.8 yatoya@yna.co.kr
5년간 공들여 키워낸 제자들을 적으로 마주한 느낌은 남달랐다.
벨 감독은 "한쪽에는 붉은 유니폼을 입은 '나의 팀'이, 다른 한쪽에는 흰 유니폼을 입은 '나의 팀'이 서 있는 셈이었다"며 "한 팀을 지휘하고 있는데 상대 역시 내가 이끌던 팀이라는 건 분명 묘한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5년간 지도했던 선수들의 정신력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오늘 그들이 우리를 거센 고비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점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의 특성을 꿰뚫고 있는 벨 감독은 이날 철저한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들고나왔다.
미얀마는 전반 중반까지 한국의 파상공세를 버텨내는 듯했으나, 전반 29분 김민지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급격히 무너졌다.
벨 감독은 "선수들에게 오늘 가진 것을 다 보여주고 오라고 주문했고, 모두가 최선을 다해줬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의 역량만으로는 한국의 높은 수준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었다"고 냉정하게 짚었다.
이어 "한국은 내가 알던 팀 그대로였다. 빠르고 공격적인 축구를 펼쳤고, 매끄러운 전개로 멋진 골 장면들을 만들어냈다"고 박수를 보냈다.

(이천=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5일 경기도 이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필리핀의 경기. 대한민국 콜린 벨 감독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4.4.5 xanadu@yna.co.kr
마지막으로 벨 감독은 이번 대패를 미얀마 대표팀의 성장 자양분으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살다 보면 비유적으로 뺨을 한 대 얻어맞아야 할 때가 있다. 오늘 밤 우리가 겪은 일이 바로 그렇다"며 "우리가 현재 어느 수준에 있는지 정확히 깨닫는 계기가 됐다. 이번 패배가 우리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coup@yna.co.kr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