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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첫 잠실 라이벌전서 위협구 시비…두 선수 퇴장·경기 7분 중단
봉중근, 다음 날 안경현 찾아가 사과…갈등 해소하며 추가 충돌 봉합
KBO, 그해 7월 8개 구단에 위협구 엄중 징계 공문…제도 보완 장치 마련

(서울=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4일 저녁 서울 잠실경기장에서 열린 2007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경기 5회말 1사 주자 1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두산 안경현이 LG 선발투수 봉중근의 공이 머리옆으로 날아오자 흥분해 난투극을 벌이고 있다.
/ 2007.5.4 / mtkht@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동한 기자 = 2007년 5월 4일 서울 잠실구장 마운드는 순간 프로레슬링 링으로 변했다.
LG 트윈스 선발 봉중근이 던진 공이 두산 베어스 안경현의 머리 뒤로 향하자, 격분한 안경현이 마운드로 달려가 주먹을 휘둘렀다.
봉중근은 몸을 숙여 주먹을 피한 뒤 달려오던 안경현을 어깨 너머로 메쳤다.
이를 두고 봉중근의 동작을 프로레슬링 기술인 '백 보디 드롭'에 빗대기도 했다.
프로레슬링을 방불케 한 이른바 '잠실 WWE' 사건은 한 지붕을 쓰는 LG와 두산의 치열한 라이벌 관계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았다.
때는 어린이날을 하루 앞두고 열린 두 팀의 2007시즌 첫 맞대결이었다.
LG가 0-1로 뒤진 5회말, 봉중근은 고영민에게 2루타를 맞은 뒤 이대수와 민병헌에게 연속 내야안타를 허용해 한 점을 더 내줬다.
이어 윤재국의 스퀴즈 때 런다운에 걸린 3루 주자 이대수가 포수 조인성과 부딪혔고, 심판진이 조인성의 주루방해를 선언해 이대수의 득점을 인정하면서 점수는 0-3이 됐다.
타석을 이어간 윤재국에게 적시타까지 내줘 0-4로 벌어진 1사 1루에서 안경현이 타석에 들어섰고, 봉중근의 초구가 안경현의 머리 뒤로 빠지면서 사태가 발생했다.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그해 LG 유니폼을 입은 봉중근과 1992년 OB 베어스에 입단한 프로 16년 차 베테랑 안경현의 정면충돌이었다.
봉중근과 안경현이 뒤엉키자 양 팀 선수들까지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왔고, 마운드 주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결국 둘은 모두 퇴장당했고 경기는 약 7분간 중단됐다.
두산은 11-4로 이겼고, 4⅓이닝 동안 5실점한 봉중근은 한국 무대 복귀 후 첫 패전을 안았다.

(서울=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4일 저녁 서울 잠실경기장에서 열린 2007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경기 5회말 1사 주자 1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두산 안경현이 LG 선발투수 봉중근의 공이 머리 옆으로 날아오자 양팀선수들이 난투극을 벌이고 있다.
/ 2007.5.4 / mtkht@yna.co.kr
투수가 달려드는 타자를 어깨 너머로 메친 파격적인 장면은 신문과 방송을 장식했다.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반복 재생되면서 온라인 게시판에서는 봉중근의 투구에 고의성이 있었는지, 안경현의 돌진과 봉중근의 대응이 정당했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러나 그라운드에서 폭발한 감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봉중근은 다음 날 LG 주장 이종열(현 삼성 라이온즈 단장)과 함께 경기 전 안경현을 찾아가 고개를 숙였고, 당시 김경문 두산 감독과 주장 김동주에게도 사과했다.
열 살 어린 후배가 잘못을 인정하고 선배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보복구나 추가 충돌로 번질 수 있었던 갈등은 하루 만에 봉합됐다.
봉중근은 "고의는 아니었지만 공이 머리 위쪽으로 날아가면서 어제 사건이 발생했다. 선배님께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고, 안경현도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며 이를 받아들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사흘 뒤 상벌위원회를 열어 봉중근에게 제재금 500만원과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80시간, 안경현에게 제재금 300만원과 봉사활동 4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두 사람은 15년 뒤인 2022년 MBN 야구 예능 프로그램 '빽 투 더 그라운드'에서 다시 마주했다.
둘은 손을 맞잡고 웃으면서 지난 일을 되돌아봤다.
안경현은 "누군가 뒤에서 잡아줄 줄 알았는데 안 잡아주더라. 속상했다"고 말했고, 봉중근은 "그날만 생각하면 울고 싶다. 솔직히 말하면 김동주가 더 무서웠다"며 웃으면서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 5일 잠실구장에서 경기 전 봉중근(LG 트윈스)이 두산과의 경기에 앞서 안경현(두산)을 찾아가 전날 빈볼 시비를 일으킨 것을 사과한 뒤 악수하고 있다.<<LG트윈스제공>>
'잠실 WWE' 사건 하나가 KBO리그의 벤치클리어링 문화를 바꾼 건 아니었다.
다만 KBO는 잇따른 빈볼 시비와 난투극을 줄이기 위한 장치를 차례로 마련했다.
KBO는 그해 7월 8개 구단에 공문을 보내 고의성 짙은 위협구를 엄중히 징계하겠다고 경고했다.
2014년엔 직구 계열의 공이 타자의 머리에 맞거나 스치면 고의성과 관계없이 투수를 퇴장시키는 규정을 시행했고, 2016년엔 벤치클리어링 및 집단 몸싸움 방지 대책을 논의하고 벌칙내규 강화와 위협구 예방 교육 확대에 나섰다.
이에 최근 KBO리그의 벤치클리어링은 주먹다짐이나 집단 몸싸움으로 번지지 않고 대치와 중재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올해를 끝으로 사라지는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올 시즌 KBO리그 첫 벤치클리어링도 이와 같은 달라진 양상을 보여줬다.
지난 6월 6일 키움 히어로즈-두산전 6회초, 키움 선두 타자 임병욱은 타임 요청을 요청한 뒤 이어진 투구에서 두산 최민석이 던진 시속 145㎞ 공에 엉덩이 부근을 맞았다.
임병욱은 이를 보복구로 인식했고, 방망이를 내던지고 마운드 쪽으로 걸어 나갔다.
양 팀 선수들 역시 그라운드로 나왔지만 최민석은 곧바로 모자를 벗어 거듭 사과했고, 두산 포수 양의지와 김갑수 주심은 임병욱을 막아섰다.
결국 임병욱은 사과를 받아들였고, 집단 몸싸움이나 퇴장 없이 상황은 끝났다.
19년 전 주먹과 업어치기가 오갔던 잠실구장에서, 사과와 중재가 난투극을 막아선 장면을 목격한 순간이었다.

[티빙 중계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move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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