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굿바이 잠실] ⑨최악의 관중 패싸움 난동…LG 감독은 성난 팬에게 공개 사과

입력 2026-07-27 08:00:03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1990년 해태-LG 경기서 관중 500명 난입해 무법천지 아수라장…11명 집행유예 선고


'LG 감독 청문회'서 박종훈 전 감독 확성기 직접 들어…선수단·팬 동선 분리 필요성




1980년대 잠실구장에서 표를 못 구하자 강제로 구장에 들어와 객석으로 향하는 관중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잠실야구장 개장 만 8년이 지난 1990년 8월 26일.


프로야구 역대 최악의 관중 난동 사건이 잠실에서 발생했다.


관중 수백명이 그라운드에 난입해 각목과 쇠 파이프로 편싸움을 벌여 경기가 중단되고, 야구장은 무법천지 아수라장으로 돌변했다.


소주병을 선수에게 던지고 그물망을 타고 넘어 그라운드로 뛰어드는 팬 개인의 일탈행위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이렇게 구장 안에서 집단적인 난동은 처음 있는 일이어서 사회적으로도 큰 파문을 몰고 왔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는 2015년에 펴낸 책 '한국프로야구 난투사'의 '사상 최악의 잠실 난동' 목차에서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알려준다.


1986∼1989년 한국시리즈를 4년 연속 제패한 해태 타이거즈(현 KIA)와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해 간판을 새로 바꾸고 일약 강팀으로 도약한 LG 트윈스가 잠실에서 일전을 치르던 중이었다.


LG가 10-0으로 일방적으로 앞선 8회초 해태 공격 때 난동이 시작됐다. 3루 측 해태 관중 수백 명이 그라운드로 난입해 순식간에 야구장을 점거했다.


LG 1루 측 관중도 운동장에 뛰어들었고, 흥분한 양 팀 팬 500명은 광고판을 뜯고 내·외야석에 불을 질러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 와중에 LG 관중 한 명이 철제 의자로 해태 관중의 머리를 내려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패싸움이 이어졌다.




2008년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에서 사직구장에 출동한 경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전투경찰 3개 중대 400명이 뒤늦게 출동해 난동을 진압하고 1시간 7분 만에 경기가 재개됐다. 이미 15명이 다친 뒤였다.


경찰은 현장에서 6명을 붙잡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행위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치안 당국의 엄벌 방침으로 구속 영장 신청자는 이틀 후 더욱 늘었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잠실야구장 관중 난동 사건과 관련해 "법과 질서를 바탕으로 하는 민주주의와 스포츠정신에 위배되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내무부에 난동 주동자를 엄중 조처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이종국 치안본부장은 난동 주동자 전원 검거와 구속 수사를 서울시경에 지시하고, 앞으로 경기장 폭력 난동 사건 관련자는 전원 연행, 폭력을 행사한 주동자는 구속수사, 단순 가담자는 즉심 회부토록 각 경찰서에 지침을 하달했다.


경찰은 19명의 구속 영장을 신청했으며 그해 10월 법원은 주동자 격인 11명에게 중형인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10팀 10색의 응원 매력에 빠져 외국인도 우리나라 야구장에서 열기에 흠뻑 젖는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 할 사건이 초창기엔 흔했다.


매일 경기 결과에 '죽고 사는' 팬심(心)이 심했던 시절의 그늘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국은 야구장 내 질서 유지를 위해 지정좌석제를 1991년부터 도입했다.




2011년 마지막 경기를 마친 박종훈 전 LG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당시 KBO가 내건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젊은이에게 낭만을, 국민에게 여가 선용을'이라는 모토에 하나도 걸맞지 않은 난동 사건이 벌어지자 야구계와 팬 사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일었다.


이후 시대가 바뀌어 관중 문화가 성숙해지고, 각 구단이 고용하는 구장 안전 요원도 늘면서 관중 집단 난입과 패싸움 같은 초창기 장면은 사라졌다.


잠실야구장 중앙 출입구에서는 LG 감독들이 성난 팬심을 누그러뜨리느라 진땀을 흘렸다. 팬들이 감독에게 성적을 직접 따지는 이른바 'LG 감독 청문회'가 열렸다.


2011년 8월 18일 박종훈 당시 LG 감독이 확성기를 들고 사과한 사건이 유명하다.


두산 베어스에 3-5로 LG가 패하자 트윈스 팬들은 중앙 출입구에서 선수단의 이동을 막고 박 감독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팬들이 버스를 에워싸고 이동을 막자 박 감독은 확성기를 잡고 "LG 팬 여러분. LG 트윈스를 맡고 있는 감독으로서 실망을 시켜드린 점 죄송합니다. 저를 포함한 선수단은 시즌 초부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모든 힘을 다해서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사과했다.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끝으로 가을 야구 무대 근처에도 못 가는 세월이 길어지자 팬들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내 벌어진 일이다.


결국 2010년 LG와 5년 계약한 박 감독은 2011시즌 후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다.




2009년 부산 사직구장에서 경찰의 호위를 받고 이동하는 SK 와이번스 선수단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LG 감독 청문회' 사건은 잠실야구장이 한국 야구의 메카라는 별칭과는 딴판으로 시설이 낙후한 구장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 프로야구 각 구단이 사용하는 홈구장 중 선수단과 팬들의 동선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 구장은 잠실야구장과 1985년 개장한 부산 사직야구장 둘 뿐이다.


LG와 두산 선수들은 차를 팬들의 접근이 용이한 야구장 인근 주차 구역에 대고 잠실야구장 중앙 출입구와 1, 3루 구단 출입구로 드나들며, 경기 후 원정을 떠날 땐 중앙 출입구에 일렬로 댄 구단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현재 안전 요원들이 라인을 치고 선수 이동 시 팬들의 접근을 막는다.


선수단 안전을 고려해 미국과 일본프로야구 구장과 최근에 들어선 국내 야구장에서는 이동 통로를 분리한다.


그러나 잠실야구장이 개장한 1982년에 우리 야구계에 선수단 보호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동선이 분리된 새 구장이 2032년 3월에 들어서면 '청문회'와 같은 장면은 더는 보기 어렵다.


cany9900@yna.co.kr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5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연합뉴스 콘텐츠 더보기

해당 콘텐츠 제공사로 이동합니다.

많이 본 최근 기사

관심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