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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레이=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
홍명보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며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26.6.25 hama@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체코, 멕시코에 이어 남아공과의 조별리그 3차전까지, 한국 월드컵 대표팀이 보여준 모습은 답답함을 넘어 너절했다. 종료 휘슬이 다가오는데도 전방으로 돌진하는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상대 진영을 뚫고 들어가도 우물쭈물하다 골키퍼에게 볼을 돌렸다. 공격수들은 '뒤에서 언제쯤 볼이 오나' 하는 느긋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여유롭게 걷고, 수비수들은 "줄 곳이 없다"고 답답해하며 자기들끼리 볼을 주고 받았다.
한국 월드컵 축구팀이 언제부터 이렇게 겉멋만 든 '히마리' 없는 팀이 되었는가. 한국을 상징하는 말은 원래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다른 이름인 '벌떼 축구'였다. 차범근과 허정무, 최순호가 그라운드를 누비던 그 시절, 그들의 '뻥축구'는 투박했지만 기세만큼은 상대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그렇게 해서 얻은 이름이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다.
흙바닥, 맨땅에서 축구를 하던 그들은 발재간 부족과 기술적 열세를 체력과 투지로 극복했다. 변병주와 이영표 같은 날렵한 윙어들은 공을 잡으면 총알처럼 내달려 수비망을 흔들고 크로스로 골 찬스를 열었다. 패스의 정확성은 떨어졌지만, 적어도 '지루함'이라는 단어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한국-스페인 8강전에서 연장 승부차기에서 5-3으로 4강 진출을 한 한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특별취재단/체육/월드/ 2002.06.22 (광주=연합뉴스)
지금 한국대표팀에서 빌드업은 전술의 알파요 오메가다. 효시 격인 파울루 벤투호에서 빌드업은 공수 간격을 좁히고 빠른 전진 패스로 공격의 활로를 뚫는 수단이었지만, 홍명보호의 모습은 그저 껍데기만 흉내 내는 수준이다.
홍명보호는 빌드업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엉성한 수비형 축구다. 빌드업 움직임이 단조로운 데다 수비수들이 전방과의 간격을 좁히지 못해 상대 밀집 수비에 막히는 일이 반복된다. 그렇다 보니 선수들이 책임을 피하려고 골키퍼에게 볼을 계속 주게 된다.
일본은 한국과 비교하면 훨씬 짜임새가 있는 팀이다. 과거 히딩크호처럼 조직적인 전방 압박과 빠른 전환, 자율성이 전술의 핵심이다. 일본은 압박→전환→침투→골찬스라는 일관된 흐름이 있고, 한국은 빌드업→막힘→백패스→뻥차기가 반복되는 구조다.

(몬테레이=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패배가 확정되자 아쉬워하고 있다. 2026.6.25 jjaeck9@yna.co.kr
더 심각한 것은 정신적 퇴행이다. 대표 선수들은 승패보다 공을 빼앗겨 비난받는 상황을 더 두려워하는 듯하다. 0-1로 뒤지던 멕시코전 종료 직전, 스로인 기회에서 유니폼으로 공을 닦으며 우왕좌왕하던 모습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축구는 점유율을 자랑하거나 패스 성공률을 기록하는 경기가 아니다. 골을 향하지 않는 패스는 축구가 아니라 팬을 기만하는 시간 죽이기에 불과하다. 지금 한국 축구에 필요한 것은 동네축구에서도 보기 힘든 무의미한 백패스가 아니라 골문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기본기와 정신력이다.
경우의 수가 맞아떨어진다면 한국은 32강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운 좋게 살아남아 턱걸이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홍명보호에 바란다. '운빨'에 기대지 말고 축구의 근본을 되찾을 것을.
j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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