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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拙)하다. 손 수(手)가 뜻으로, 날 '출'(出)이 소리로 이룬 이 말은 ①재주나 재능이 없다 ②솜씨가 서투르다 ③주변 없고 생각이 좁아 옹졸하다, 그렇게 뜻이 셋이다. 어제(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한 월드컵 경기에서 홍명보 감독의 한국축구국가대표팀이 보인 경기력은 한마디로 졸했다. 우리 쪽에서 보면 졸전(拙戰)이라는 표현조차 아깝다는 평가가 한편에서 나왔을 만큼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 캡처
여기서 '졸'전을 만든 것은 '하다'가 없는 어근 '졸'이다. 어휘 세계에서 졸은 제 뜻과 반대로 말 만드는 솜씨가 좋다. 졸렬하거나 지루한 시합이 졸전이면, 내용이 보잘것없는 원고는 졸고(-稿)다. 뭐든 보잘것없거나 변변하지 못하다는 의미를 나타내려면 '졸○' 한다. 졸론(論)은 보잘것없거나 변변하지 못한 말이나 이론이고, 졸수(手)는 졸하고 못난 수(단)이며, 졸저(著)와 졸작(作)은 변변치 않은 저술과 작품이다.

같은 말이지만 맥락에 따라 다른 뜻을 보이기도 한다. 자기 또는 자기와 관련된 사람을 겸사(謙辭)할 때도 '졸'을 쓰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쓴 원고를 겸손하게 '졸고'라고 한다. 졸론, 졸수, 졸저, 졸작 모두 자기 것을 낮출 때에도 쓸 수 있다. 같은 계열의 겸양어는 더 있다. 졸처(-妻)는 자기 아내, 졸필(-筆)은 글씨다.

표준국어대사전 캡처
접사로 쓰이는 '졸-'도 있다. 일부 동물이나 식물 명사 앞에 붙어 '작은' '모자란'의 뜻을 더한다. 한자 '拙'과 뜻이 닿아 있는 느낌이다. 복은 복이지만 몸이 짧고 굵은 복이면 졸복이고, 참나무는 참나무지만 작은 것이면 졸참나무다. 다른 한자를 쓰는 졸(卒)은 '죽음'을 완곡하게 이른다. '1919년 생, 2019년 졸'처럼 쓴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박수밀, 『한자의 쓸모』, 여름의서재, 2024
2. 동아 백년옥편 전면개정판(2021년판)
3. 표준국어대사전
4. 고려대한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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