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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포츠사 새로 쓴 김윤지 "벽 하나 넘으면 다음은 더 쉽죠"

입력 2026-03-26 13: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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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서 역대 최다 메달 5개…"제가 아니라도 누군가 깼을 기록"


혼자서 80여분 기자회견 주도…"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 되길"




포즈 취하는 동계 패럴림픽 MVP 김윤지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처음 출전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에서 5개 메달을 거머쥐며 한국 장애인 체육의 '간판스타'로 거듭난 김윤지가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선수단 MVP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3.26 pdj6635@yna.co.kr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최애'가 걸그룹 뉴진스고, 기사 사진을 찍을 때면 자연스럽게 손 하트가 먼저 나오는 '패럴림픽의 샛별' 김윤지(BDH파라스)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대학교 새내기지만, 김윤지를 잘 아는 주변 인물들은 그를 '인생 n회차'라고 부른다.


열아홉 나이가 무색할 만큼 단단한 내면과 영리한 처세술을 겸비해서다.


김윤지는 생애 첫 패럴림픽인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대회에서 크로스컨트리와 바이애슬론을 넘나들며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를 획득해 한국 동계 패럴림픽 사상 단일 대회 최다 메달(5개) 획득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한국 스포츠사를 통틀어 동·하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한 선수가 단일 대회 메달 5개를 따낸 것은 김윤지가 처음이다.




환하게 웃으며 기자회견 하는 동계 패럴림픽 MVP 김윤지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처음 출전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에서 5개 메달을 거머쥐며 한국 장애인 체육의 '간판스타'로 거듭난 김윤지가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선수단 MVP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3.26 pdj6635@yna.co.kr


대회를 마친 지 약 일주일 만에 이번 패럴림픽 최우수선수(MVP) 자격으로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그는 취재진 앞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인터넷으로만 보던 기자회견을 직접 하니 신기하다"는 풋풋한 첫마디로 운을 뗀 김윤지는 혼자서 30여 명의 취재진을 상대로 80분간 회견을 주도했다.


질문 하나하나에 조리 있게 답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했고, 능숙한 유머도 섞어가며 장내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대회를 마친 뒤 운전면허를 따겠다던 김윤지는 귀국 후 쇄도하는 언론 인터뷰와 방송 출연 요청에 응하느라 면허 준비는커녕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포즈 취하는 동계 패럴림픽 MVP 김윤지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처음 출전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에서 5개 메달을 거머쥐며 한국 장애인 체육의 '간판스타'로 거듭난 김윤지가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선수단 MVP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3.26 pdj6635@yna.co.kr


그는 "대회 기간에는 한국에서 저희를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반응이 어떤지 전혀 몰랐다"며 "귀국하자마자 상상보다 더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내가 뭔가를 하기는 했구나' 싶은 마음"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대기록을 대하는 태도는 더없이 의연했다.


김윤지는 "메달 5개를 땄다는 '최초'의 기록이 감사하기는 하지만, 사실 메달 개수 자체에는 운도 따랐다"며 "제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깼을 기록이고, 제 뒤로도 멋진 후배들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초'라는 타이틀에 매몰되기보다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선수,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로 기억되는 것이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대회 성취는 앞으로 김윤지가 써 내려갈 서사의 '예고편'에 가깝다.




김윤지, 한국 선수 최초로 메달 5개

(서울=연합뉴스) 김윤지가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테세로 크로스컨트리 스타디움에서 메달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생애 첫 패럴림픽에 출전한 김윤지는 이번 대회 6개 종목에 출전해 5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2026.3.15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당초 전체 선수단 목표를 '금1·동1'로 내걸었던 대한장애인체육회는 김윤지를 강력한 메달 후보로 꼽긴 했으나 단일 대회 5개 메달이라는 업적을 이룰 것이라고는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김윤지는 첫 대회에서 패럴림픽 통산 24개의 메달을 수확한 '살아있는 전설' 옥사나 마스터스(미국)가 버티는 노르딕스키, 특히 서구권 선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종목에서 혜성처럼 등장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김윤지는 이번 대회의 경험을 "처음 한글을 배울 때 밑바탕에 그려진 회색 글씨 같은 시간"이라고 정의했다. 그 위에 본인만의 선명한 글씨를 써 내려가기 위한 기초를 다졌다는 의미다.


그는 "이번에는 도전자 입장이다 보니 베테랑 선수들보다 겁 없이 즐기면서 임할 수 있었다"며 "이번에 쌓은 경험치가 앞으로의 4년을 더 잘 준비하게 해줄 확실한 기준점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회견 내내 김윤지가 가장 강조한 것은 장애인 선수들을 향한 '러브콜'이었다. 이번 대회 본인의 활약이 다른 장애인들에게 스포츠에 입문하는 용기가 되길 바란다는 진심이 묻어났다.






김윤지는 "비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교육받았는데, 학생 때는 어쩔 수 없이 체육 수업에서는 많이 배제되는 경우들이 있었다"며 "저는 어렸을 때부터 적극적인 편이었지만 주변에 도전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장애인 학생들도 많다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체육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보니 하나의 벽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꼭 체육이 아니라 다른 무엇이든 처음에는 벽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생각하는 것보다 벽을 넘는 건 어렵지 않고, 하나의 벽을 넘으면 다음 벽을 넘기는 더 쉬워지거든요. 체육에 도전만 한다면 자신의 세상을 부수고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동계 패럴림픽 MVP 김윤지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처음 출전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에서 5개 메달을 거머쥐며 한국 장애인 체육의 '간판스타'로 거듭난 김윤지가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선수단 MVP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3.26 pdj6635@yna.co.kr


첫 패럴림픽에서 새 역사를 쓴 김윤지에게는 앞으로 최소 서너 차례의 패럴림픽 무대가 더 남아 있다.


김윤지에게 다음 패럴림픽 목표를 묻자, 그의 시선은 개인의 영광을 넘어 팀의 성장을 향하고 있었다.


김윤지는 이번 대회 선수단이 부족해 출전하지 못했던 계주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메달 목적이 아니라, 대한민국 선수단 한 팀으로서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함께 할 수 있는 선수들 모두 환영하니, 연락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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