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보사연 분석…소득 급감 가구 70% 이상 적자, 소비 줄여도 생계난
조기연금·퇴직연금도 취약층엔 한계…정년 연장·부분연금 도입 제언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국민연금을 받는 나이가 단계적으로 늦춰지면서 법정 정년 이후 연금을 타기 전까지 소득이 뚝 끊기는 제도적 소득공백이 3년까지 늘어났다.
정년과 연금 수급 시점 사이의 벌어진 틈을 메우지 못한 채 은퇴기를 맞은 중·고령층 다수는 일자리를 찾아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 질 낮은 시간제와 임시직으로 밀려나며 생계를 스스로 떠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이 크게 줄어든 취약계층의 경우 연금을 앞당겨 받거나 자산을 헐어 쓰는 최소한의 방어책조차 작동하지 않아 열에 일곱이 적자 늪에 빠지고 있다.
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보고서 '중고령층 소득공백의 현황과 대응 방안'(정해식·류재린·이다미·한겨레)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은 1998년 제도 개혁에 따라 2013년 61세를 시작으로 2033년 65세까지 5년에 1세씩 늦춰지고 있다.

[자료: 보건사회연구원 제공]
반면 국민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할 수 있는 나이는 만 59세에 멈춰 있다. 이 때문에 2026년 기준 1961∼1964년생(지급연령 63세)은 만 60세부터 62세까지 3년 동안 국민연금 가입도 안 되고 연금도 받지 못하는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자료: 보건사회연구원 제공]
국가가 제도적 공백을 만들어놓고도 마땅한 완충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서 생계 부담은 고스란히 개인의 몫이 됐다. 실제로 60∼64세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1년 57.0%에서 2025년 66.7%로 뛰었고, 임금근로자 비중 역시 49.4%에서 66.2%로 가파르게 올랐다. 연금이 나올 때까지 무조건 일해서 버텨야 하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자료: 보건사회연구원 제공]
◇ 새로 구한 일자리 60%는 임시·일용직…소득 꺾인 취약 가구 70% 적자
일하는 고령층은 늘었지만, 일자리의 질은 곤두박질쳤다. 1961∼1964년생의 공백기 고용률은 66.5%로 정년 전(73.8%)보다 7.3%포인트(p) 떨어졌으며, 이는 대부분 안정적인 상용직 일자리에서 이탈한 데 따른 것이다.
60세 이후 일자리를 다시 구한 재진입자 가운데 임시·일용직 비중은 61.3%에 달했고, 정규직은 22.1%에 불과했다.
기존 직장에 계속 남은 사람들의 정규직 비율(59.0%)과 비교하면 고용 안정성이 크게 떨어진다. 새로 얻은 일자리는 대부분 계약직이나 파트타임이었고, 일하는 시간이 줄면서 저임금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자료: 보건사회연구원 제공]
가구 살림살이도 직격탄을 맞았다. 공백기 가구 소득 중 일해서 버는 근로·사업소득 비중은 83.0%로 여전히 노동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가장이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났을 때 배우자가 일을 늘려 빈자리를 메우는 완충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공백기에 정년 전 중위소득의 절반 미만 수준으로 소득이 급감한 가구는 세대별로 15.6∼17.2%에 달했다.
이들 소득 급감 가구는 외식, 여가, 옷값 등 줄일 수 있는 소비를 정상 가구의 3분의 1 수준까지 바짝 깎아내며 버텼지만, 해당 취약층 열 가구 중 일곱 가구(70.2∼72.5%)는 가계 수지 적자를 면치 못했다.
◇ 당겨 받을 연금도, 처분할 집도 없어…벼랑 끝 취약층 대책 절실
기존에 대안으로 꼽히던 금융이나 연금 제도도 저소득 취약계층에는 무용지물이었다. 중·고령 가구의 자산은 70% 이상이 집 등 부동산에 묶여 있어 당장 생활비로 쓸 현금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60세 전후로 살던 집을 처분해 생활비를 충당하는 흐름도 통계적으로 뚜렷하게 관찰되지 않았다.

[자료: 보건사회연구원 제공]
공적 연금 제도 역시 안정적인 직장에 오래 다닌 사람들에게만 유리하게 작동했다. 공백기에 감액을 감수하고 미리 받는 조기노령연금은 가입 기간이 20년 이상인 유자격자의 비중이 77%를 넘어서며 사실상 '가입 이력이 두터운 층의 선택지'로 바뀌었다.
실제로 소득이 유지된 가구의 공백기 평균 연금 수령액은 월 191만8천원이었지만 소득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취약 가구는 월 52만7천원에 그쳤다. 2023년 기준 퇴직연금 역시 60∼64세 수급률이 1.4%에 불과해 대다수 서민에게는 먼 이야기였다.

[자료: 보건사회연구원 제공]
심층 면접조사에서도 은퇴자들은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것을 보고서야 소득 단절을 실감했다"고 털어놨다. 남성은 나이 제한과 경력 불일치로 재취업 문턱에서 번번이 걸려 넘어졌고, 여성은 체력 한계 탓에 소비를 줄이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 노부모 간병비와 병원비, 치솟은 밥값 탓에 줄일 수 있는 지출마저 한계에 부딪히며 사회적 관계마저 끊어지는 실정이다.
연구진은 연금 지급 나이는 늦춰졌는데 이를 버텨낼 자원과 기회에서 소외된 취약계층을 위해 맞춤형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연금 수급 연령에 맞춘 단계적 정년 연장과 중소기업 재고용 제도를 도입하고, 소득이 있는 60세 이상 근로자부터 국민연금 가입 상한 연령을 연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필요한 만큼만 연금을 나눠 받는 부분연금제 도입, 실업급여 수급 기준 완화, 공공 가교 일자리 확대 등 촘촘한 안전망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hg@yna.co.kr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