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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넘게 장사한 가게와 자동차 잃어"…주민들 망연자실
비상대피소엔 무거운 침묵만…"어떻게 매번 이런 화재가"

[촬영 윤민혁]
(서울=연합뉴스) 윤민혁 기자 = "죽겠지요… 죽겠어요."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발생한 불이 12시간 50분 만에 꺼진 28일 마을 입구에서 발을 동동 구르던 70대 여성 A씨가 눈물지었다.
이날 오전 7시께 찾은 구룡마을은 마을 초입 한참 전부터 저릿한 탄내가 바람에 밀려왔다.
소방헬기가 여전히 잔불 정리에 분주한 가운데 땀에 젖은 소방관과 경찰관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줄지어 선 경찰차와 소방차를 지나 마을 입구로 들어가니 곳곳에서 망연자실한 주민들의 탄식이 매캐한 공간을 채웠다.
마을 입구를 막은 경찰에게 "왜 못 들어가게 하느냐"며 작은 실랑이를 벌이는 주민들부터 노상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한숨만 쉬는 주민도 있었다.
밤새 뚝 떨어진 기온과 집을 잃었다는 상실감이 겹치며 몸을 떨기도 했다.

[촬영 윤민혁]
주민 A씨는 이번 화재로 40년 넘게 장사해온 판자촌 주변 가게와 자동차를 한꺼번에 잃었다.
요새 기름값이 비싸 버스를 타고 외출했다는 A씨는 지인에게 약을 가져다주러 갔다가 화재 소식을 들었다.
구룡마을에서 이주하는 대가로 받은 2천300만원도 이미 전부 써버렸다. 가게 수리와 올해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는 데 들어간 돈이었다.
삶의 터전을 잃은 A씨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하소연 섞인 목소리로 화재 진압 과정을 따져 묻는 주민도 있었다.
마을 입구에서 애타는 표정으로 담배만 태우던 70대 남성 B씨는 "불이 이 동네 전체를 태운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촬영 윤민혁]
인근 개포중학교 강당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초점 없는 눈으로 컵라면을 먹던 어르신에게 손자가 다가와 "그거 먹지 말고 다른 거 먹으라"며 걱정하자, 어르신은 "알아서 하겠다"며 힘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전날 대피소로 들어왔다는 60대 남성 C씨는 "어떻게 매번 이런 (화재가)…"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면서 "매번 불을 제대로 안 끄려 하는 건지 항상 크게 불이 난다"며 "(이번에는) 불이 너무 크게 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대피소는 조금 온기가 있어 낫다"며 손을 비볐다.
구룡마을은 1970∼1980년대 강남 개발 과정에서 철거민 등이 모여 형성된 무허가 판자촌이다.
2016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 뒤 SH가 사업시행자를 맡아 재개발을 추진해왔다.
재개발이 완료되면 구룡마을 일대에는 총 3천739세대 규모의 주거단지가 들어선다.

[촬영 윤민혁]
m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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