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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소득 대체율, 프랑스 70.0% vs 한국 39.0%…은퇴 후 삶의 질 차이
한국에 정년은 노후 생존 핵심…연금 정상화, 세대간 사회적 타협 필요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옥성구 기자 = 최근 프랑스 전역을 화염과 최루탄 연기로 물들인 대격변의 주요 배경에는 '정년연장'이 있다. 은퇴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늘리려는 정부 시도에 프랑스 시민들은 대규모 총파업과 격렬한 폭동으로 맞섰다.
반면, 한국의 풍경은 정반대다. 국민 10명 중 9명이 '정년 연장'에 찬성할 정도로 은퇴 연령을 65세까지 늘려달라는 요구가 거세다. 오히려 한국에선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과 청년 고용 위축을 이유로 정년 연장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두 국가의 극명한 온도 차 핵심은 '연금 소득 대체율'과 '노인 빈곤율'이다. 은퇴 후 일하지 않아도 연금만으로 여유로운 삶이 보장되는 프랑스와 퇴직 후 연금만으로는 최소 생계조차 장담하기 힘든 한국의 서글픈 현실이 상반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는 분석이다.
◇ 연금 소득 대체율 70.0% vs 39.0%
2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프랑스 근로자의 연금 소득 대체율은 세후 실질 기준 70.0%에 달한다.
이는 은퇴 전 평균소득 대비 실질 연금수령액의 비율이다. 프랑스 근로자가 은퇴 전에 세후 300만원을 벌었다면 정년 퇴직 후 매달 210만원을 연금으로 받는 셈이다. 세전 소득대체율 역시 56.6%로 OECD 평균(52.0%)을 웃돈다.
반면, 한국 근로자의 연금 소득 대체율은 세후 실질 기준 39.0%에 불과하다. 세전으로 계산한 총소득대체율은 33.4%까지 떨어져 OECD 최하위권에 머문다.
이처럼 넉넉한 연금이 보장되는 프랑스에서는 정년을 2년 늦추는 정책에 거센 저항이 뒤따랐다. 은퇴 후 삶의 질이 보장되는 프랑스 국민들은 정년 연장을 복지 혜택을 뺏고 노동을 강요하는 권리 침해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집권 직후부터 재정 고갈을 막기 위해 정년연장을 핵심 과제로 추진해 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프랑스가 정년을 65세까지 늦춘다면 약 180억 유로(약 25조8천500억원)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2023년 법정 정년을 기존 62세에서 64세로 올리는 연금개혁안을 도입하려 했다.
하지만, 노동계의 격렬한 반대와 함께 하루 최대 100만명이 반대 시위를 벌이자 이를 2028년까지 유예했다.
최근 프랑스 전역을 뒤흔들고 있는 대규모 시위와 사회적 갈등 역시 연금 개혁과 정년연장을 둘러싼 국민적 불만이 맞물려 있다.
◇ 한국에 법정 정년은 노후 생존 과제
이와 달리 한국은 10명 중 9명이 정년연장에 동의할 정도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전국 만 20∼69세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법정 정년을 단계적으로 만 65세까지 늘리는 방안에 응답자 88.3%가 찬성했다.
정치권에서도 정년연장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 특별위원회는 법정 정년을 기존 60세에서 65세까지 단계적 상향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진척 속도는 더디다.
애초 작년까지 입법을 마치겠다는 목표였으나 지연됐고, 연내 처리 여부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노동계는 소득 공백 완화를 위해 정년연장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지만, 경영계는 가중될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한다.
또한 정년이 늘어날 경우 신규 채용 축소로 이어져 청년 일자리 감소 폭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더해지면서 입법 논의는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는 고령화 시대에 맞춘 정년연장 필요성을 강조하며, 연내 정부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6월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양대노총 기자회견에서 65세 정년 연장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2026.6.16 eastsea@yna.co.kr
이같은 노사 간 시각차와 청년 고용 위축 우려 속에서도 정년연장 논의가 거듭되는 이유는 은퇴 후 연금 수령까지 소득이 끊기는 '소득 크레바스(소득 공백기)' 문제가 있어서다.
현행 만 60세 법정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최대 만 65세)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최대 5년간의 소득 공백은 중고령층을 생계 위협으로 내모는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노인 빈곤율의 경우 2023년 기준 한국은 39.8%로 OECD 1위다. 프랑스(6.2%)와 비교하면 차이가 6배가 넘는다.
은퇴 후 일하지 않아도 살 만한 프랑스와 달리, 한국의 중고령층에게 정년연장은 노후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프랑스와 한국의 상반된 분위기 뒤에 연금 보장성과 노후 빈곤율이라는 구조적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프랑스는 연금 소득 대체율이 70%에 달해 굳이 더 일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며 "한국은 소득 대체율이 낮으니 정년을 늘려 소득을 유지하려는 요구가 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OECD 평균 수준으로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을 점진적으로 높여 노인 빈곤율을 낮춰야 한다"며 "동시에 정년연장이 청년 고용 축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사정과 세대 간 상생을 위한 사회적 타협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ok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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