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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네스티 사무총장 "강대국 횡포에 유화책만…한국도 예외 아냐"

입력 2026-10-22 20: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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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푸틴·김정은·네타냐후, 인권 질서 파괴하는 약탈자"


박종철 열사 언급하며 "진실 추구·저항하는 용기 한국인 안에 살아있어"




강연하는 아녜스 칼라마르 사무총장

[촬영 윤민혁]


(서울=연합뉴스) 윤민혁 기자 =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이 방한해 연 강연에서 세계 각국 정부가 강대국의 횡포에 유화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 역시 예외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칼라마르 사무총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을 직접 거명하며 이들이 세계 민주주의와 인권 질서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칼라마르 사무총장은 22일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강연에서 "전 세계적으로 권위주의가 확산하고 민주주의와 인권 보호에 대한 공격이 거세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는 인권 침해 가해자들의 팬데믹에 직면해 있다"며 "이들은 보편적 인권과 이를 지키기 위해 마련된 다자주의 체제의 근간을 공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전쟁으로 대체하고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 집단학살을 정상화하고 있다"며 "이들이 확산시키려는 이념은 극단적인 탐욕과 민족주의, 인종주의, 남성성으로 이뤄져 있다"고 비판했다.


칼라마르 사무총장은 이러한 상황을 '약탈적인 세계 질서'로 규정하며 각국 정부의 대응에도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그는 "중국이든 미국이든 러시아든 이스라엘이든 약탈자들과 마주했을 때 대부분의 정부는 맞서지 않는다"며 "오히려 유화책을 쓰고 그들과 평화를 이루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약탈자와 평화를 이룰 수는 없다. 그렇게 하면 상대가 더욱 대담해져 괴롭힘을 계속할 뿐"이라며 "이러한 비판은 한국 정부에도 적용된다"고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의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재를 꼽았다.


칼라마르 사무총장은 "ICC는 완벽하지 않고 느리며 비용도 많이 들지만,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국제사회의 의지를 보여주는 기구"라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푸틴과 미국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 정부도 미국의 제재를 규탄하는 국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그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며 "각국 정부가 국제 정의를 지지한다고 말하면서도 실질적인 행동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ICC 판사들이 미국의 제재로 신용카드와 은행 계좌, 마이크로소프트 서비스 이용 등에 제약을 겪고 있다면서 "유럽 국가들조차 ICC를 보호하기 위한 금융 방화벽을 만들겠다고 나서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거대 기술기업과 무기·화석연료 산업 역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지목했다.


칼라마르 사무총장은 "미국과 중국의 거대 정보기술 기업들이 우리 모두를 불태울 수 있는 불장난을 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권위주의 지도자와 관행에 자금을 대면서 국가와 통치 체계를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전 세계적으로 구축되고 있는 것은 도덕적 나침반이 없는 체제"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총학생회 사무실에 걸려 있는 박종철 열사 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칼라마르 사무총장은 전 세계적인 민주주의 위기 속에서 한국의 민주화운동이 갖는 의미도 강조했다.


그는 전날 서울 민주인권기념관을 방문해 박종철 열사가 고문당한 장소 등을 둘러봤다며 "한국의 민주주의는 국민의 피와 고통을 통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박 열사가 생전 부모에게 보낸 편지를 소개하며 "악한 것을 악하다고 말할 용기가 없다면 마음속으로 진실하게 믿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쓴 내용을 전했다.


칼라마르 사무총장은 "악을 규탄하고 진실을 추구하며 저항하는 박종철의 용기는 지금도 한국인들 안에 살아 있다"고 했다.


그는 가자지구 구호선단에 참가했다가 이스라엘 당국에 억류됐던 한국인 활동가(해초)를 언급하며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리고 진실을 말하려는 용기 역시 박종철이 남긴 유산의 일부"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은 사람들이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쟁취한 가치를 여전히 지키고 있는 곳"이라며 "한국에 와서 다시 힘을 얻는 기분"이라고 했다.


칼라마르 사무총장은 "역사는 사람을 죽이고 파괴하는 이들만이 쓰는 것이 아니라 권리와 존엄을 지키기 위해 매일 싸우는 사람들이 쓰는 것"이라며 "연대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힘이고, 용기 있는 행동은 우리 모두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칼라마르 사무총장은 지난 18일부터 방한 일정을 소화 중이다.


지난 21일에는 조정식 국회의장과 만나 국제 인권 질서 강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이날은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만나 국제 현안을 논의했다.




발언하는 칼라마르 사무총장

[촬영 윤민혁]


m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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