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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계존속에 대한 존경·사랑, 사회윤리 본질 구성…가중처벌 정당"
소수의견 "구체적 사정 고려 않고 가중…책임·형벌 비례 어긋나"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부모 등 직계존속을 살해하면 일반적인 살인보다 무겁게 처벌토록 한 형법상 '존속살해죄'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22일 헌재는 A씨가 존속살해죄를 규정한 형법 250조 2항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낸 위헌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합헌)대 1(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이 조항은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는 일반 살인죄보다 처벌이 무겁다.
A씨는 병간호하던 부친을 방치해 살인한 혐의(존속살해)로 기소돼 2022년 3월 징역 4년을 확정받았다.
그의 부친은 2020년 9월부터 심부뇌내출혈 및 지주막하출혈 증세로 입원 치료를 받다가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이듬해 4월 퇴원했다.
당시 부친은 팔다리 마비 증상으로 혼자 거동할 수 없었고 음식도 코에 삽입한 호스로 투여하는 방식으로 섭취해야 했다. 폐렴에 따른 호흡곤란 증세도 반복돼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했다.
하지만 간병을 맡은 A씨는 퇴원 후 처방약을 일절 주지 않았고 치료식도 정상 공급량보다 적게 줬다. 퇴원 일주일 뒤부터는 부친을 아예 방치했다.
부친은 결국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에서 폐렴 등으로 사망했다.
A씨는 재판 중 존속살해죄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했으나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2022년 5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헌재(다수 의견)는 "직계존속에 대한 비속(아랫세대)의 존경과 보은은 가족 내에선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접착제로, 사회에서는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공공의 규칙을 준수하게 하는 바탕으로 작동해왔다"며 "비속의 존경과 사랑은 우리 사회윤리의 본질적 구성 부분을 이루는 가치 질서"라고 짚었다.
이어 "심판 대상 조항은 범죄 객체가 자기 직계존속에 해당하면 가해자의 패륜성에 대한 고도의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그 형을 가중하고 인륜 관계를 보호하는 것을 입법 목적으로 하는바,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 "직계존속 살해는 부모와 자녀 사이 특별한 유대와 신뢰 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가족공동체의 존립 기반을 파괴해 위법성이 매우 크므로, 입법자가 이를 고려해 일반 살인죄보다 무거운 법정형을 정한 데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헌재는 아울러 "심판대상 조항이 직계비속, 배우자, 직계존속에 준해 본인을 양육한 '직계존속 외'의 사람을 살해한 경우엔 처벌을 가중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직계존속과 비속의 관계, 부부관계, 직계존속에 준해 양육한 사람과 피양육자의 관계는 상호 간 요구되는 의무의 내용과 성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직계존속을 살해한 사람과 직계존속 외 사람을 살해한 사람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에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마은혁 재판관은 범행동기 등 구체적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가중처벌 하는 이 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에 위배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마 재판관은 "탐욕에 눈이 먼 패륜적인 범죄도 있는 반면 오랫동안 직계존속의 폭력이나 학대에 시달리면서 쌓인 분노가 폭발해 발생하는 범죄도 있다"며 "이런 이유로 존속살해범죄가 발생한 경우 가해자 신분이 직계비속이라는 점만으론 그 비난가능성이 직계존속 외 사람을 살해한 경우보다 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처럼 존속살해 범죄 행위자의 비난가능성 편차가 커서 선고 형의 범위도 큰 폭으로 달라질 수 있는데, 심판대상 조항은 구체적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법정형 하한을 '7년 이상 징역'으로 가중한다"며 "형벌이 책임 정도에 상응하지 않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앞서 2013년 7월에도 존속살해죄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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