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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대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소아청소년과 기피 영향 줬을까

입력 2026-10-22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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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이후 전공의 지원율 100%대→20%대 급감…저출생·수익성 등 복합 작용


의대생·인턴 98.9% "의료소송 위험 우려"…사법 부담, 전공 기피 요인으로 지목




대한의사협회, "소아응급센터 압수수색 규탄"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이 10월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남부경찰청이 환아 사망사건 수사 과정에서 소아 전문 응급의료센터에 집행한 압수수색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최근 경찰이 환아 사망사건 수사를 위해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의료센터를 압수수색한 일이 있었다.


의료계에서는 이를 두고 2017년 의료진이 법정 구속 후 기소됐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실 사망 사건과 비교하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대목동병원 사례는 소아 의료 위기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의료계에서는 100% 이상 수준이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당시 사건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고 현재까지도 기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이대목동병원 사건이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의료 기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짚어봤다.




붐비는 소아과

[연합뉴스 자료사진]


◇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100%대→20%대…의대생 98.9% 소송 위험 우려


2017년 12월 이대목동병원에서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갓난아기 4명이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일부 의료진이 구속됐다.


당시 의료진은 5년여 간의 수사·재판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이 사건으로 의료사고에 따른 형사책임 부담에 대한 우려가 의료계 전반에 확산했다.


이와 맞물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급락하면서 당시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건복지부와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 등에 따르면 이전까지 100%를 넘기던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지원율은 2019년부터 하락해 2020년부터 정원에 미달했다


2017년 113.2%, 2018년 113.6%였던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은 2019년 101%, 2020년에는 78.5%로 급감했다. 2021년에는 37.3%, 2023년에는 25% 수준에 이르렀다.


2026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충원율이 20.6%에 그쳤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법적인 부담에 대한 우려는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까.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영문 학술지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게재된 '소아청소년과 전공 선택을 가로막는 장벽: 단면 연구를 통한 고찰'(2024)에 따르면 '법적 문제 발생 가능성에 대한 불안'은 소아청소년과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가장 강하게 연관된 요인 중 하나였다.


전북대병원 인턴과 의대생 총 865명(729명 응답)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연구에서는 소송 위험과 심리적 부담이 소아청소년과 전공 의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을 돕는다는 보람과 개인적 만족감이라는 긍정적 동기는 법적 문제, 보호자 응대, 재정적 안정에 대한 우려로 상쇄됐다.


응답자의 80.1%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등을 포함한 최근 소아 의료 관련 사건이 소아청소년과에 대한 인식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의료사고에 따른 소송 위험을 우려한다는 응답도 98.89%에 달했다.


연구진은 교육 단계 전반에 걸쳐 법적 위험과 심리적 부담에 대한 우려가 일관되게 나타난다며 학생들의 진로 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전략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젊은의사협의회 젊은의사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중증·핵심의료를 선택하려면 - 사법리스크와 의료분쟁 제도 개선' 정책브리프(2026)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전국 전공의 3천690명을 대상으로 한 '지역의료·중증핵심의료 인식조사'를 분석해 응답자(1천944명)의 93.9%(복수응답)가 소아청소년과와 같은 정부 지정 필수과목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로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과 보호 수단의 부재'를 꼽았다고 밝혔다.


수련 포기를 고려 중인 전공의 165명에게 그 이유를 물었을 때도 83%가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때문이라고 답했다.





['소아청소년과 의원의 수익 감소가 폐업에 미치는 영향' 논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저출생·저수익도 소아과 기피 부채질…수익 감소시 폐업 위험 4.48배


저출생과 저수익 등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설명하는 연구들도 있다.


앞서 언급한 'JKMS'에 실린 연구에서도 인턴·의대생들의 소아청소년과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가장 강하게 연관된 요인으로 '법적 문제 발생 가능성에 대한 불안'과 더불어 '소아 인구 감소'와 '소득 수준에 대한 우려'를 꼽았다.


1980년대 시작된 출산율 감소로 1983년 2.06명이던 출산율은 2002년 1.18명까지 떨어졌고, 2016년부터는 8년 연속 출산율이 감소해 2023년 0.72명을 기록했다. 이대목동병원 사건이 일어난 2017년 당시 출산율도 약 1.05명에 불과했다.


소아 인구 감소는 의료 수요에 대한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실제 소아청소년과 의원의 수익 감소가 폐업과 밀접하게 관련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보건행정학회지에 실린 '소아청소년과 의원의 수익 감소가 폐업에 미치는 영향'(2024) 연구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의원의 폐업에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요인이 수익이며, 이것은 타 진료과 의원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2012∼2022년 소아청소년과 의원의 연간 폐업률은 2.66∼7.04%로, 내과·이비인후과·가정의학과 의원의 1.81∼2.47%보다 높았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이 소아청소년과 의원 수익 정체와 관련 있다고 분석하며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소아청소년과 의원의 수익은 연평균 1.59% 증가한 반면 내과·이비인후과·가정의학과 의원 수익은 연평균 4.41% 증가했다고 제시했다.


특히 전년 대비 당해 연도 수익이 감소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그렇지 않은 의원에 비해 4.48배 폐업 위험이 높았고, 연간 수익이 3억 5천만 원 이하인 기관은 5억 5천만 원 이상인 기관에 비해 폐업 위험이 증가했다.


소아 관련 과의 의료 수익이 성인 대상 임상과보다 낮다고 직접 지적한 연구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간한 '소아응급의료 확충을 위한 수가 개선 방안 연구'(2023)는 "대부분의 대형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 관련 과의 의료수익은 다른 성인 대상 임상과들에 비해 극히 낮아 병원 차원에서 시설, 장비 및 인력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전공의실 앞 복도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 의료계 "사법 부담에 소아 진료 위축"…예비 의사들 "인기 없는 게 아니라 기피 대상"


소아청소년과의 인기 하락에는 이처럼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 중에서도 2017년 이대목동병원 사건으로 부각된 사법 부담과 부정적 결과에 대한 책임을 모두 의사에게 돌리는 사회 분위기가 영향을 끼쳤다고 인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생명을 다루는 모든 과가 소송 위험이 있지만, 당시 사건은 신생아 중환자실 책임자였던 교수가 법정 구속됐다는 면에서 충격적"이라며 "암 수술 후 항암 치료 중에도 환자를 보려 휴직하지 않던 분이고, 의대 교수라 도주 우려 등도 없었을 텐데 구속되는 걸 보고 앞으로 신생아 중환자의학을 누가 하겠나 싶었는데 실제로 이후 지원율이 확연히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박수현 소아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의료 소송 등을 겪는 교수 옆에서 실습하는 학생들은 그 길을 선택하지 않게 된다"며 "최근 아이와 관련된 소송에서 10억대 배상 판결이 났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 학생들이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진로를 선택하지 않은 의대생, 인턴 등 사이에서도 사법 처리에 대한 부담감은 소아청소년과와 같은 필수과 선택을 꺼리게 하는 주요 요소다.


현재 의대 본과 4학년 학생인 박모씨는 "소아청소년과는 단순히 인기가 없는 것이 아니라 기피되는 과"라며 "인기가 없는 원인은 저수익·저출생일 수 있으나, 기피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사회 분위기"라고 주장했다.


박씨는 "병원이 모든 환자를 살릴 수 없고,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인데 요즘은 결과가 좋지 않으면 의사를 원망하고 책임을 물으려 한다"며 "이에 필수과를 하고 싶다고 얘기하면 주변에서 위험하다며 우려를 표하고, 특히 아이들과 관련된 일에는 부모들이 민감해져 우려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 지역 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인 정모씨도 "소아청소년과에서 수련하게 됐을 때 감당해야 할 부담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저출생과 저수익은 소아청소년과에 대한 선호도를 낮추는 데 약간 거들 뿐이고, 초분을 다투는 필수과 진료에서 당시 최선의 선택이 추후 오답이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법적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bookman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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