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급습에 못 누른 워치·끊긴 접근금지…신고 이후에도 위험 노출
가해자 감시·보호조치 연속성 보완 필요…관련 법안은 계류 중
李대통령 "제도 공백 이유로 고통 방치 안 돼"…적극 대응 주문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이혼소송 중 장모 살해 및 아내를 납치한 20대 중반 남성 A씨가 11일 서울 송파경찰서로 송치되고 있다. hwayoung7@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김채린 기자 = 스토킹·가정폭력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고 보호조치를 받은 뒤에도 살해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보호 체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스마트워치 지급과 접근금지 명령이 실제 안전으로 이어지려면 기기 관리뿐 아니라 가해자의 위험성 평가와 재접근 감시, 보호조치의 연속성까지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연합뉴스) 제주에서 12일 새벽 40대 여성이 쓰러진 채 스토킹·교제폭력 신고 대상인 60대 남성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고 있다. 이후 이 여성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주변 건물 폐쇄회로(CC)TV 영상 캡처. 2026.10.12 [연합뉴스TV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koss@yna.co.kr
◇ 못 누른 워치·꺼진 워치…보호조치 이후에도 빈틈
13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12일) 제주에서 경찰 보호조치를 받던 40대 여성이 스토킹·교제폭력 신고 대상 남성에게 살해됐다.
피해자는 여러 차례 신고했고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도 착용했지만, 갑작스러운 피습에 신고도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스마트워치는 피해자가 직접 버튼을 눌러야 긴급 신고와 위치 전송이 이뤄지기 때문에 급습 상황에서는 기기가 정상 작동해도 무용지물이다.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장모 살해·아내 납치 사건에서는 기기 관리의 허점도 드러났다.
아내에게 지급된 스마트워치는 방전돼 작동하지 않고 있었지만 경찰이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경찰은 지금부터라도 스마트워치의 실효성을 보완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청은 이날 스마트워치의 전산 점검과 담당자 통보 절차를 '피해자 보호 매뉴얼'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전담경찰관이 주기적으로 (스마트워치 작동 상태를) 확인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일주일가량 전원이 꺼져 있으면 담당자에게 알림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호조치의 빈틈도 크다. 장모 살해·아내 납치 가해자에게 앞서 내려진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 또한 지난달 30일 끝났지만, 경찰이 다시 신청한 것은 이달 6일이었다.
법원은 범행 다음 날인 12일에서야 새 임시조치를 결정했다.
이은의 변호사는 "수사가 끝나거나 피해자가 보호조치를 해지해도 된다고 말하지 않는 이상 조치가 자동 연장되도록 법을 구성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제도 공백을 이유로 피해자의 고통과 공포를 방치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며 위험성이 확인되면 모든 가용수단을 동원해 가해자의 접근을 실효적으로 차단하라고 주문했다.

(성남=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여러 차례 가정폭력을 신고하고 다른 거처로 피신해 있던 아내를 찾아가 살해한 현직 공무원 A씨가 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도 성남시 분당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경기 광주경찰서는 지난 2일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30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026.9.3 xanadu@yna.co.kr
◇ "신병 확보 적극 나서야"…가정폭력은 위치추적 규정도 없어
신고 이후 피해자의 실제 위험 여부를 계속 살피는 것도 과제다.
지난달 강릉에서 옛 연인을 살해한 70대 남성은 앞선 스토킹 고소가 일회성 행위라는 판단에 따라 불송치됐다.
경찰은 살인사건 수사 과정에서 불송치 이후에도 네 차례 피해자 주거지를 찾아간 사실을 확인했다.
전날 발생한 제주 사건에서도 경찰은 피해자가 정식 사건 접수를 원하지 않아 접근금지 명령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스토킹범죄는 반의사불벌 조항이 폐지돼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도 처벌할 수 있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를 찾아달라고 경찰에 신고하는 등 적극적이고 악의적으로 접근한 이력과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정황을 감안해 신병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부가 지난 7월 제시한 스토킹·교제폭력 고위험 징후에는 집착·강압적 통제, 생명 위협, 범행·신고 전력, 보호조치 위반 등이 포함됐다.
상대의 일상과 관계를 지배하려는 행동을 위험 신호로 보고 보호 수준을 판단하겠다는 취지다.
위험이 확인돼도 적용 법률에 따라 가해자 감시 수단은 차이가 있다.
스토킹은 법원의 잠정조치로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있지만, 가정폭력 임시조치에는 이런 규정이 없다.
지난 2일 발의된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은 이 같은 내용을 보완하고자 가정폭력 임시조치에 전자장치 부착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전자감시 역시 경보 이후 대응이 따라야 효과를 낼 수 있다.
정부는 법무부 전자감독시스템과 경찰청 112시스템을 연계해 출동 경찰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실시간 위치를 확인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 31일 국회에서 열린 3월 임시국회 제3차 본회의에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2026.3.31 eastsea@yna.co.kr
◇ 보호조치 연장·이행 점검 보완 법안…"예산 확충 통한 인력 확보 필요"
보호조치의 기간과 이행 점검을 보완하려는 입법 제안도 나와 있기는 하다.
지난 4월 발의된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은 퇴거·접근금지 등 임시조치 기간을 연장분까지 합쳐 최대 5년으로 늘리고, 검사·경찰의 연장 청구·신청과 피해자의 연장 요청 근거를 명시했다.
지난 3월 발의된 같은 법 전부개정안에는 교제 관계까지 포괄하는 친밀한 관계 폭력에 대한 위험성 평가와 함께 임시조치 집행 담당자가 매주 두 차례 이상 순찰·방문·전화상담 등으로 위반 여부를 확인하도록 했다.
이들 개정안은 모두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접수된 상태로 계류 중이다.
피해자가 거처를 옮긴 뒤 주소를 보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가정폭력 이혼 고위험 피해자의 주소 보호와 안전한 송달 체계 구축 방안' 보고서에서 이혼소송 때 주소·연락처를 상대방에게 공개하지 않는 보호조치가 당사자 신청을 전제로 작동하며, 경찰이 파악한 위해 우려가 가사소송 절차에 자동 연계되지 않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이에 고위험 가사사건은 소장 송달 전 주소 보호를 우선 검토하고, 실제 거주지 대신 법률구조기관 등을 통한 송달·대리수령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정부가 제시한 고위험 피해자 민간경호와 주거지 침입·배회를 감지하는 지능형 폐쇄회로(CC)TV도 위험도에 맞춰 제공할 보호수단이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경찰이 피해자에게 전화해 상황을 확인하는 횟수를 늘려보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예산 확충을 통한 인력 확보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writer@yna.co.kr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