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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인프라 미비 사실상 '개점휴업'…'사건선별' 차단·정치 중립성 숙제
수사기관간 다툼 막을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검찰개혁평가기구 설립 제안도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개문발차'가 현실화한 가운데 법조계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수청의 일차적인 숙제는 인선을 완료하고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 수사기관으로서의 외관과 구색을 갖추는 것이다.
나아가 수사기관으로서의 중립성,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후속 대책도 이뤄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선행 조직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겪었던 '사건 선별 입건' 논란을 피하기 위해 중수청이 수사 대상을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수사 혹은 이첩 대상 기준을 사전에 명확히 정하고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수사기관과의 사건 관할 협의도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중수청이 정치적 중립성 논란으로부터 벗어나 검찰개혁을 완수했는지 향후 객관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 직후 맞이한 첫 휴일을 반납하고 조직 내실 다지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중수청은 일부 간부와 직원들을 출근시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같은 날 중대범죄수사청이 입주한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 건물에 있는 현판. 2026.10.4 kjhpress@yna.co.kr
◇ 인력·전산·사무실 모두 미비…"누가 봐도 성급한 개청"
중수청의 시급한 숙제는 인선을 신속히 마무리하고 수사를 위한 업무 환경을 갖추는 것이다.
지난 2일 중수청은 정원 2천874명의 66%에 불과한 약 1천900명으로 업무를 개시했다.
본청과 지방청별 정원 대비 충원 인력 현황을 보면 부산청이 74.2%로 가장 높고 광주청이 58.3%로 가장 낮았다. 이외 지방청들은 60%대 수준이다.
실무에 필요한 전산 시스템도 일부 기능만 구현되는 상태다. 중수청은 현재 경찰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을 일부 손봐 사용하고 있다. 자체 킥스를 구축하는 데에는 3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사무실도 완비되지 못했다. 중수청 본청과 서울청이 위치한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는 2∼17층 중 출범 직후 6개 층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실 내엔 칸막이도 설치되지 않았고 컴퓨터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누가 보더라도 성급한 개청이었다"고 했고,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도 "개혁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하는 출범이었다"고 평했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지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합뉴스에 "정부가 좀 더 철저히 준비했어야 하는데 아쉬운 부분"이라며 "신속히 인원을 충원해 정상적 수사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 직후 맞이한 첫 휴일을 반납하고 조직 내실 다지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중수청은 일부 간부와 직원들을 출근시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같은 날 중대범죄수사청이 입주한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 건물에 있는 현판. 2026.10.4 kjhpress@yna.co.kr
◇ 공수처서 겪은 '선별입건' 차단도 숙제…"중수청서 재현 막아야"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양홍석 변호사는 중수청이 '선택과 집중'을 하되 이를 위한 명확한 기준을 사전에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법적으로 수사 대상이 정해져 있지만 조직규모에 비해 너무 넓은 만큼 수사할 사건과 이첩할 사건에 대한 기준을 정해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양 변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중대범죄 중에서도 일부는 경찰과, 일부는 공수처와 수사 대상이 겹친다"며 "어떤 걸 이첩할 것인지, 어떤 걸 수사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으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 기준을 공개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양 변호사는 "기준을 중수청 내부에만 두게 되면 그것에 따른 억측이나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며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기준이 정립됐는지 일정 수준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수사 대상을 선별한다는 논란은 앞서 공수처가 겪었던 바 있다.
공수처는 출범 초기 고소·고발 사건을 사건조사분석 담당 검사에게 배당해 수사 개시 필요성을 검토한 뒤 배당했는데, 이를 두고 '선별 입건' 논란이 일었다.
공수처가 윤석열 전 대통령(당시 대선 후보)에 대해서만 다수 혐의로 입건해 '표적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자 2022년 공수처는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선별 입건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 사건사무규칙을 시행했다.
다른 수사기관과 수사 범위가 중첩되는 만큼 사건 경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박 교수는 특정 사건을 두고 수사기관 사이의 기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며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가 조속히 가동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수사 기관별 관할권 충돌을 조정하기 위해 협의회를 두도록 했으나, 관련 조항은 내년 2월 5일부터 시행돼 약 4개월 동안은 공식 조정기구 없이 기관 간 협의에 의존해야 한다.
박 교수는 최근 SNS에 "새 체제 출범과 함께 수사 경합은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다"며 "가능한 한 신속하게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가 실질적으로 가동될 수 있는 방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한 교수도 "수사기관의 업무가 경합이 돼 있는 상황인 만큼 중수청으로서는 잘못하면 업무의 주도권이 경찰에 뺏겨 허약한 기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법률에서 어떤 사건을 이첩할지 혹은 직접 수사할지 규정하지 않은 만큼 경찰과 중수청이 협의해 프로토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일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에서 개청식이 열려 참석자들이 현판 제막을 마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6.10.2 [공동취재] yatoya@yna.co.kr
◇ 정치적 중립성 해소가 관건…사후 평가·행안장관 지휘권은
여권발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출범한 조직인 만큼 정치적 중립성을 해소하고 신뢰를 확보하는 것은 중수청의 가장 근본적인 숙제다.
최근 단행된 지방중수청장 인사에서도 현 정부에서 출범한 특검팀 특별검사보 출신이 3명이나 포함돼있어 정치적 중립성 논란은 한동안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중수청의 수사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박 교수는 별도의 '검찰개혁 평가위원회'(가칭)를 설치하자고 제안하며 "검찰개혁 성과를 평가하는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기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수사체계 변화로 인한 부작용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그에 따른 신속한 대안을 권고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행정안전부 장관이 중수청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갖게 된 점도 정치적 중립성을 흔드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 교수는 "행안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수사하자는 중수청 설립 취지를 해친다"며 "법률·수사 전문가가 없는 행안부의 지휘를 받게 된다면 정치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교수도 "중수청이 너무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취약한 구조"라며 "정치 수사를 감시·견제할 내외부 거버넌스 체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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