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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검찰의 상고 기각…관련 사건 중 첫 대법 판단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5.9.8 soonseok02@yna.co.kr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북한이탈주민이 북한 가족에 송금한 행위가 외국환거래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사단법인 통일법정책연구회에 따르면 대법원(주심 엄상필, 재판장 이숙연)은 전날 탈북민 A(54)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검찰의 상고를 기각(상고기각결정)했다. 이에 따라 A씨의 무죄가 확정됐다.
앞서 A씨는 2021년 11~12월에 다른 탈북민들이 북한에 남은 가족에게 돈을 보낼 수 있도록 총 11회에 걸쳐 자신과 중국 내 지인의 은행 계좌를 이용할 수 있게 도운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해외로 송금은 외국환거래은행을 통한 환전·송금을 거쳐야 하지만 북한으로는 이러한 합법적인 외환 송금이 불가능해 한국과 중국 브로커의 계좌와 인편을 거쳐 돈을 전달하는 방법을 쓴다.
달리 송금 길이 없는 탓에 역대 정부는 대공 혐의점이 없는 탈북민의 가족 송금을 인도적 차원에서 묵인해왔으나, 2023년 갑작스럽게 전국 곳곳에서 수사가 진행되며 송금에 관여한 탈북민들이 잇따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사건에서 1심 법원(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작년 2월 탈북민의 재북 가족에 대한 송금 방식에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외국환거래법 위반죄가 성립된다고 판단, A씨에게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A씨 측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제3회 북한이탈주민의 날인 올해 7월 14일에 원심을 뒤집고 A씨의 무죄를 선고했으며, 대법원이 전날 검찰의 상고를 기각해 무죄를 확정한 것이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송금 관여 횟수 등 행태를 볼 때 영리성이 입증되지 않았기에 외국환거래법 위반이 아니라고 봤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탈북민에 대한 동시다발 기소가 알려진 후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이탈주민법률지원위원회가 소송 지원 결정을 내렸고, 이에 따라 통일법정책연구회, 재단법인 동천,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들이 피고 탈북민들을 대리해 무료 공익소송을 수행해왔다.
이번 판결은 탈북민 북한 가족 송금에 대한 일련의 공익소송 중 첫 대법원판결이다.
통일법정책연구회 소속으로 이번 소송 지원을 수행한 박원연 법무법인 로베리 대표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결정으로 수사기관이 북한이탈주민을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처벌하려면 엄격한 증명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앞으로 경찰의 무분별한 수사를 억제하는 순기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대법원 결정이 탈북민 가족 송금이 모두 합법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영리성이 명백하다면 법원이 달리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하급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앞서 서울북부지법은 작년 11월 탈북민의 재북 가족 송금에 브로커 역할을 한 탈북민 B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결했다. 당시 검찰은 항소하지 않아 무죄가 확정됐다.
이에 비해 올해 7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탈북민 C씨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벌금형(1천만원)을 선고했다. C씨 측이 불복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C씨는 수년간 북한 가족 송금을 중개해 탈북민 사회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공익소송의 일환으로 C씨를 대리하는 김명철 변호사는 "C씨 사건에서도 얼마나 이득을 취했는지 명백하게 입증되지 않았다고 본다"면서 재판부가 사안의 인도적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으로 기대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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