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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합의체, 기존 판례 변경…"압류채권자 이익 우선 보호"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2026.9.29 ondol@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빛나 기자 = 채권자가 받을 돈을 압류한 뒤 채권의 근거가 된 계약이 합의 해제됐더라도 이미 이뤄진 압류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사라지지 않는다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단했다.
압류재산에 대한 처분 자유보다 압류채권자의 이익을 우선해 보호하는 방향으로 기존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29일 전원일치 의견으로 A씨가 B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추심금 소송에서 원고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5년 한 회사의 사업에 3억원을 투자했으나, 회사가 공사를 시행하지 못하자 투자금에 이익금 1억원을 더한 4억원을 돌려받기로 약정했다.
이후 이 회사는 바이오가스 발전 사업을 B사에 8억 5천만원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고, A씨는 2020년 회사가 B사로부터 받을 사업 양도 대금 채권 중 3억5천만원을 가압류했다.
A씨는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는 채권압류·추심명령을 받은 뒤 B사를 상대로 추심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B사는 이미 해당 회사와 사업을 넘겨받기로 한 계약을 합의로 해제해 A씨에게 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1·2심은 두 회사의 계약 해제가 합리적 이유 없이 채권 소멸만을 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가압류 이후에도 당사자들이 채권의 근거가 된 계약을 합의해제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가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른 판단이다.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2026.9.29 ondol@yna.co.kr
대법원에서는 이러한 종전 판례를 유지할지가 쟁점이 됐다.
이날 전합은 계약을 합의해제해도 원칙적으로 압류의 효력은 유지된다고 판단해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은 "합의해제는 압류의 처분금지효가 발생한 상태에서 압류된 채권을 소멸시키는 채무자의 행위라는 점에서 채권 자체를 처분하는 행위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기존 법리대로라면 채권자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압류해 놓더라도 당사자들의 합의만으로 그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압류 제도의 취지, 압류와 합의해제의 주체 및 시간적 선후 관계 등을 고려하면 합의해제로 촉발된 법적 위험은 원칙적으로 채무자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은 법정·약정해제 사유가 이미 갖춰졌거나, 계약의 성격과 합의해제 경위 등을 고려할 때 압류 효력을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계약 해제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다고 봤다.
이러한 예외 사유는 압류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대상이 증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은 원심이 계약 해제의 효력을 인정할 만한 예외적인 사정이 있는지는 따져보지 않았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대법은 "이번 판결은 채권압류 후 계약 합의해제에 관한 원칙과 예외를 전환해 채무자의 처분 자유보다 압류채권자의 이익을 우선해 보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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