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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계획엔 '원가 기반 결정권' 명시…재경부도 현행 협의절차 유지 입장
'정치적 요금 결정' 시장 왜곡 지적…"한전 재무위기에 에너지안보 위협"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전력공사 남서울본부에서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천현민 한국전력공사 요금전략처장의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전기위원회에 원가 검증에 기반한 전기요금 결정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정부가 이를 제도화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정부가 올해 업무계획에 전기위 독립성 강화와 전기요금 결정 권한 부여를 명시하고도, 정작 이를 위한 입법에는 속도 조절에 나선 셈이다.
27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전기위 위원을 위원장 1명과 상임위원 2명을 포함한 12명으로 늘리면서 전기위가 전기요금을 사실상 정할 수 있게 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에 기후부는 "전기위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엔 동의하나 권한 확대는 정부 조직 체계와 정합성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기요금 결정권을 주는 부분에 대해서도 기후부는 "전기요금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결정 절차 변경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냈다.
이와 별도로 재정경제부는 기후부 장관이 한국전력의 기본공급약관을 인가할 때 물가안정법에 따라 재경부 장관과 협의하는 절차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전기요금은 한전이 전기 사용자에게 전기를 공급할 때 적용하는 요금과 조건을 정한 약관인 기본공급약관을 작성해 기후부 장관한테 인가받는 절차로 정해진다.
인가 시 기후부 장관은 전기위에서 심의받고 재경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 재경부 장관과 협의는 물가안정법이 '주무 부처 장관은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공공요금을 정하거나 변경할 때 재경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기후부 장관이 한전 기본공급약관을 인가할 때 전기위 심의뿐 아니라 의결까지 받도록 하고, 재경부 장관 의견도 전기위가 듣도록 했다. 특히 전기위 의결을 거쳐 기후부 장관이 약관을 인가하면 물가안정법에 따른 재경부 장관과 협의도 거친 것으로 간주하도록 했다. 전기위에 전기요금 결정권을 준 것이다.
전기위 독립성을 강화하고 전기요금을 정하게 하는 것은 정부 방침이기도 하다.
기후부는 올해 업무계획에도 전기위 독립성을 강화하고 위원회에 객관적 원가 검증에 기반한 전기요금 결정 권한을 부여한다는 계획을 담았다.
공개적으로 전기위에 전기요금 결정권을 넘기겠다고 밝히고도 정작 법안이 발의되자 신중론을 제기한 것을 두고, 물가 등 국민경제에 미칠 영향을 이유로 현행 정부 관여 구조를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정치 상황을 고려한 전기요금 결정이 시장을 왜곡한다는 점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력 소매시장 개편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정치적 요인에 따라 전기요금이 결정되며 시장 기능이 지속해서 왜곡됐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전기요금 동결 기조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후 국제 연료비 급등에도 전기요금 인상이 억제돼 한전에 연료비 인상 부담이 전가되며 부채가 200조원을 초과하는 심각한 재무 위기가 발생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재무위기에) 산업용 전기요금을 비대칭적으로 인상하며 산업계 부담이 늘고 경쟁력이 훼손될 우려가 커졌다"고 덧붙였다.
연구원은 전기 판매를 한전이 독점하는 가운데, 전기요금이 정치적으로 정해지며 시장에서 신호로서 역할을 상실해 전기 수요가 비효율적으로 늘고 신산업이 육성되지 못했으며 한전이 제때 투자하지 못해 에너지 안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전기요금은 '총괄 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총괄 원가는 전기를 생산·공급하는 비용과 이와 관련해 투자한 자산에 대한 '적정한 보수'를 말한다.
한전 전기요금 원가 정보를 보면 2024년 기준 총괄 원가는 121조4천223억원, 전기 판매 총수입은 90조326억원으로 원가 대비 수입 비율이 74.1%에 그쳤다.
2020년에는 총괄 원가(55조5천358억원)보다 총수입(56조2천532억원)이 많았으나 2021년에는 수입(58조9억원)이 원가(67조1천873억원)의 86.3%에 그쳤고 2022년에는 원가(103조3천952억원) 대비 수입(67조2천968억원) 비율이 65.1%에 그쳤다. 2023년에는 수입(84조572억원)이 원가(112조7천797억원)의 74.5%였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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