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33년 전 추석연휴 대구 시내서 굉음과 폭발…고문 끝 억울한 옥살이

입력 2026-09-24 09:00:04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美문화원 폭파 용의자로 연행된 신창일씨, 별건 혐의로 557일 구금


고문 따른 자백이 유죄 증거로…법원 "국가가 배상해야"




대구 미국 문화원 폭파 당시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1983년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월 22일 오후 9시 30분께 대구 중구 삼덕동 미국문화원에서 굉음이 들렸다.


문화원 앞에 놓인 정체불명의 가방 속 폭발물이 터진 것이다.


당초 가방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던 17세 허병철군이 폭사하고 4명이 다쳤다. 이른바 '대구 미국 문화원 폭파 사건'이다.


경찰은 이를 대공 사건으로 규정하고 평소 주시하던 지역 운동권 인사들을 용의선상에 올렸다. 이 과정에서 적잖은 사람이 구금돼 모진 고문을 당했다.


하지만 끝내 진범을 검거하지 못하고 1984년 11월 수사를 종결했다.


성과를 내지 못한 경찰은 일부 용의자들에게 별건 범죄행위에 대한 자백을 강요해 재판에 넘겼다.


23세 신창일씨가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폭발 사고 이후 경찰서에 '임의동행' 방식으로 연행됐다가, 학습모임에서 공산주의를 찬양·고무했다는 별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게 됐다.


고문으로 얻어낸 자백은 그대로 증거로 쓰였다.


1983년 12월 23일 대구지법은 신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 및 자격정지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신씨는 항소를 포기해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그는 1985년 4월 23일 석방되기까지 557일간 구금됐다.


폭파 사건이 발생한 지 꼭 40년 만인 2023년 10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신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불법구금 등 인권침해 피해자'로 확인하는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심을 청구한 신씨는 2024년 10월 23일 대구지법에서 비로소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심 재판부는 신씨가 연행돼 구속영장이 집행되기 전까지 경찰서에 불법 구금됐고 수사 과정에서 구타와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인정했다.


아울러 이렇게 얻어낸 자백은 임의성에 의문이 있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신씨는 이후 국가에 정신적 피해 보상을 묻는 민사소송을 냈다.


이 소송에서 국가 측은 "소멸시효가 지났다"며 신씨에게 손해배상 청구권이 없다고 맞섰다.


민법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가 불법행위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시효가 소멸한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사소송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김주완 부장판사)는 올해 2월 시행된 개정 과거사정리기본법을 근거로 신씨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살아 있다며 최근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개정법 부칙은 "개정법 시행 전에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사람은 법 시행일로부터 3년 이내에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신씨가 받을 위자료를 2억5천만원으로 정하고 그가 이미 받은 형사보상금을 제한 3천만여원을 배상금으로 책정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23일 신씨와 비슷한 시기 연행돼 고문 끝에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 박종덕씨 등 5명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younglee@yna.co.kr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5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연합뉴스 콘텐츠 더보기

해당 콘텐츠 제공사로 이동합니다.

많이 본 최근 기사

관심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