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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생존자 26만여명 분석…운동량 유지·증가 땐 치매 위험 18%↓
항암치료 환자서 연관성 더 뚜렷…"치료 후 신체활동 관리 중요"

[AI가 만든 이미지]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암 치료가 끝나면 많은 환자가 재발 여부나 후유증 관리에 주로 신경을 쓴다. 하지만 암을 이겨낸 뒤 장기적으로 챙겨야 할 건강 문제 중 하나가 인지기능이다.
특히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일부 환자는 치료 전후로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머릿속이 흐릿해진 듯한 증상을 호소한다. 흔히 '케모 브레인'(chemo brain)으로 불리는 암 관련 인지기능 저하다.
그런데 암 진단을 받은 뒤 운동량이 줄어든 사람은 꾸준히 신체활동을 유지한 사람보다 이후 치매 발생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학술지 '암 연구와 치료'(Cancer Research and Treatment) 최신호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대전대 보건의료경영학과·분당서울대병원 빅데이터센터 공동 연구팀(박상민, 이수경, 한민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해 암 진단 전후 신체활동 변화와 이후 치매 발생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 대상은 2009∼2015년 암을 진단받은 뒤 3년 이상 생존하고, 암 진단 전과 후에 각각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26만659명이다. 기존에 치매를 진단받았거나 분석에 필요한 자료가 부족한 사람은 제외했다.
연구팀은 건강검진 설문에 기록된 운동 빈도와 강도를 이용해 암 진단 전후의 신체 활동량(MET-min/week)을 계산하고 치매 발생 위험을 비교했다. MET는 운동할 때 소비하는 에너지가 안정 상태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 결과 암 진단 후 신체 활동량이 줄어든 사람은 높은 수준의 신체활동을 계속 유지한 사람보다 전체 치매 발생 위험이 46%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신체활동을 유지하거나 늘린 사람에게서는 치매 위험이 18% 낮았다.
이런 연관성은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암 생존자에게서 두드러졌다. 항암치료를 받은 사람 가운데 신체활동을 유지하거나 늘린 경우 치매 위험은 20% 감소했다.
반면 항암화학요법을 받지 않은 암 생존자에게서는 운동량 변화와 치매 위험 사이의 연관성이 통계적으로 뚜렷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가 주목되는 건 단순히 암 환자가 운동을 많이 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암 진단이라는 큰 사건을 전후해 운동 습관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살폈다는 점이다.
암 환자는 수술과 항암·방사선치료 과정에서 피로와 통증, 근력 저하 등을 겪으면서 활동량이 줄어들기 쉽다. 치료가 끝난 뒤에도 신체활동 감소가 장기간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암 치료 이후의 인지기능 저하 역시 암 생존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문제로 꼽힌다.
이 중에서도 항암화학요법과 관련한 인지기능 저하는 기억력과 주의력, 집중력, 정보처리 속도 등이 떨어지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이런 인지 변화에는 항암제뿐 아니라 암 자체와 염증반응, 피로, 수면장애, 우울·불안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동은 이런 과정에 여러 경로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뇌 혈류와 심혈관 건강을 개선하고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뇌 신경세포의 성장과 기능에 관여하는 물질의 분비를 촉진하고 대사 건강을 개선하는 것도 인지기능 보호와 연결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앞선 연구에서도 국내 암 생존자 34만4천152명을 평균 5.8년 추적해 암 진단 후 신체 활동량이 많을수록 치매 위험이 낮아지는 경향을 확인한 바 있다.
당시 운동을 하지 않는 암 생존자와 비교했을 때 치매 위험은 신체활동 수준에 따라 11%, 15%, 21%씩 단계적으로 낮아졌다.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환자에게서도 같은 경향이 관찰됐다.
서울의대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 시점의 운동량이 아니라 암 진단 전후 개인의 운동량 변화 자체와 치매 위험의 관계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암 생존자의 장기적인 인지건강 관리를 위해서는 신체활동을 유지하도록 돕는 전략이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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