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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관 6대 3 의견…"민법 시행 전 사회·경제적 여건 반영"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호주 아닌 장남이 직계비속 없이 사망하면 아내가 재산을 상속하도록 정한 민법 시행 전 옛 관습법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이런 내용의 1958년 민법 제정 전 관습법에 대한 위헌확인 헌법소원 사건에서 지난 17일 재판관 6(합헌)대 3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재판관 3명은 해당 관습법이 헌법소원 심판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사건은 1919년 5월 사망한 A씨의 재산상속 문제에서 비롯했다.
A씨는 사망 당시 기혼자로, 아내는 있었으나 자녀는 없었다. A씨의 아버지는 이미 사망했지만, 할아버지는 생존해 호주 지위에 있었다.
헌법소원 청구인은 A씨의 동생인 B씨의 자손들이다.
이들은 1983년 국가가 소유권보존등기를 한 토지가 일제강점기 A씨에게 사정(査定·토지 소유자 및 토지 경계를 정하는 행정처분)된 토지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유권이전 등기 절차를 이행하라는 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호주 아닌 기혼의 장남이 직계비속 없이 사망한 경우 그 재산은 처가 상속한다'는 민법 시행 전 관습에 따라 A씨의 아내가 재산을 단독 상속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A씨 동생인 B씨의 자손에게는 소송을 제기할 근거가 없단 것이다. 2심과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이들은 상고심 중 해당 관습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으나 각하되자 2022년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호주 아닌 장남이 직계비속 없이 사망한 경우 직계존속에 앞서 아내가 단독으로 재산을 상속하도록 한 관습법에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며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는 상속순위를 정할 때는 상속 당시의 가족제도와 시대적 상황,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공동생활 여부, 상호 부양 관계, 생계 보호 필요성 등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처는 혼인을 통해 새로운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상호 부양과 협력을 통해 재산을 형성해온 사람"이라며 "여성의 독자적인 사회진출과 경제활동이 현저히 곤란했던 당시 시대적 상황에 비춰볼 때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경제적 곤란함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처의 생계를 보호할 필요성이 컸다"고 설명했다.
직계존속에 대한 부양 역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윤리적 가치이지만, 그로 인해 "곧바로 직계존속에게 처보다 우선하거나 동일한 상속순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헌법적 요청이 도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도 했다.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도 "피상속인의 사망 시점은 1919년이고 헌법소원 심판은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2022년에 청구됐다"고 짚으며 "이미 폐지된 관습법의 효력을 사후적으로 부인하면 관습법 적용을 전제로 형성된 모든 법률관계가 한꺼번에 뒤집어져 엄청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형식·조한창·정계선 재판관은 관습법이 헌법소원 심판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헌법소원을 각하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관습법 성립에는 국회의 관여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관습법은 헌법의 규정에 의해 국회가 제정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부여받은 규범이라고 볼 수 없다"며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관습법을 발견해 법적 규범으로 승인하거나, 위헌적인 경우 효력 상실을 확인하는 것은 법원이므로 헌재가 관습법에 대한 위헌 심사를 할 필요성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재판소원 허용 전 옛 헌법재판소법이 적용되는 사안이지만, 재판소원 시행 이후에는 법원의 재판이 관습법 승인이나 해석·적용 과정에서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헌재가 이를 다시 심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헌재가 관습법 자체를 별도로 직접 심사할 필요성은 없다고 부연했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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