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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암질환심의위 상정 여부 주목…성과기반 위험분담제 등 다층적 모델이 현실적 대안

[미 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한 번 투약에 수억 원이 드는 초고가 면역세포 치료제를 암 환자에게 더 일찍 투여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할지를 두고 건강보험당국의 심사가 주목받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조기 투여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며 급여 확대를 요구하는 반면, 당국은 대상 환자 증가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부담과 비용 효과성을 함께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다.
◇ 치료 시기 앞당기면 사망 위험 60% 감소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번 사안의 중심에는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iffuse Large B-Cell Lymphoma, DLBCL)이라는 악성 혈액암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질환은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지키는 백혈구의 일종인 B세포가 고장 나 크기가 비정상적으로 커진 암세포로 변한 뒤, 림프관을 타고 온몸으로 빠르게 퍼져나가는 가장 흔하면서도 공격적인 암이다.
환자들은 진단 직후 다섯 가지 약물을 섞어 투여하는 표준 1단계 치료법인 '알찹'(R-CHOP: Rituximab, Cyclophosphamide, Doxorubicin, Vincristine, Prednisolone) 복합 항암치료를 가장 먼저 받는다.
표적항암제 1종과 전통 화학항암제 3종, 스테로이드 호르몬제 1종을 한 팀으로 묶어 암세포를 집중적으로 타격하는 치료다.
하지만 환자의 약 40%는 이 약이 듣지 않거나 암이 다시 도지는 재발을 겪는다. 특히 1단계 치료에 실패한 뒤 기존의 2차 구제 항암치료에도 반응하지 않는 고위험군 환자는 남은 기대 수명이 6개월 미만으로 떨어지는 상황에 놓인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 바로 카티(Chimeric Antigen Receptor-T cell therapy, CAR-T) 세포치료제(예스카타 등)이다.
그리스 신화 속 합성 괴물 키메라에서 이름을 딴 이 치료법은 환자의 혈액에서 질병과 싸우는 면역세포인 T세포를 채취한 뒤 암세포만 정밀하게 찾아내는 유전자 레이더를 달아 몸에 다시 넣어주는 맞춤형 치료다.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인 주마-7(ZUMA-7) 연구 결과는 조기 개입의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1차 치료 실패 후 1년 이내에 재발하거나 반응하지 않은 고위험군 환자에게 2차 치료로 카티를 투여한 결과, 기존의 고용량 화학요법과 조혈모세포이식 대비 재발 및 사망 위험이 60% 감소했다.
5년 동안 장기 추적 관찰한 결과에서도 사망 위험을 27% 줄였으며, 4년 무사건 생존율은 38.9%로 기존 표준치료군의 17.3%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의료계는 전신 상태와 면역체계가 완전히 무너진 3차 단계가 아니라 2차 치료 단계에서 조기 투약할 경우 국내에서만 연간 200명 이상의 환자가 추가로 완치 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미국 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 등 글로벌 진료 지침도 이미 2차 치료에서 카티를 최우선 표준으로 권고하고 있다.
◇ CAR-T 2차 치료 급여 심사 주목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보건복지부의 움직임은 더디다. 심평원은 지난 7월 예스카타의 건강보험 급여 결정신청을 접수해 검토하고 있으나, 첫 관문인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 상정 일정은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기존 카티 급여가 대체 치료법이 전혀 없는 3차 치료 단계의 소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던 반면, 2차 치료는 기존 화학요법과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이라는 비교 대상이 존재하고 대상 환자 수도 훨씬 많기 때문이다.
심평원은 국내에 선례가 없는 첫 유형인 만큼 점증적 비용 대비 효과(ICER)와 재정 파급력을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행정 심사가 길어질수록 환자들의 치료 골든타임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암질심 상정이 지연되면 이후 단계인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의 경제성 평가,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값 협상,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의결까지 이어지는 통상 1년 안팎의 건강보험 급여 등재 절차가 기약 없이 늘어지게 된다.
특히 한국 환자들은 서구 환자들보다 발병 연령이 약 10년 젊어 사회경제적 활동이 활발한 시기에 병을 마주하는 경우가 많아, 심사 지연에 따른 사회적 생산성 손실도 심각하다.
◇ 성과 기반 위험분담제로 건보재정 충격 완화
보건경제학 전문가들은 재정 누수 방어와 환자의 생명권 보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해법으로 다층적 위험분담제(Risk Sharing Agreement, RSA)를 제안한다.
대표적인 방식이 성과 기반 위험분담제다. 이는 고가 약제를 먼저 투여한 뒤 정해진 기간 안에 환자의 몸에서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지는 '완전관해'(Complete Remission, CR)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약을 판매한 제약회사가 국가 건강보험공단에 약값의 상당액을 환급하는 방식이다.
치료 실패로 인한 재정 손실의 위험을 제약사가 함께 분담하므로 건보료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여기에 한 해 동안 약값 청구 총액의 한도를 정하고 초과분을 제약사가 전액 부담하는 '총액제한형계약'을 병행하면 국가의 재정 지출 예측 가능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이미 해외 주요국은 이런 제도를 안착시켜 치료 기회를 넓히고 있다. 영국의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암약제기금(CDF)을 통해 유망한 혁신 신약의 조기 급여를 우선 허용하고 실제 치료 데이터(RWD)를 바탕으로 사후에 약값을 재조정한다. 캐나다 약제평가기구(CADTH) 역시 조건부 조기 급여 제도를 가동해 환자의 치료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초고가 첨단 신약의 2차 급여화는 개별 약제의 문제를 넘어 우리 건강보험 제도가 중증 질환 관리 거버넌스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다. 치료가 늦어져 발생하는 막대한 중환자실 입원비와 합병증 치료비, 가족의 간병 부담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감안하면 조기 완치를 끌어내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과 사회 전체에 이익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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