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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마지막 말 미리 적어봐요"…일상 돌아보는 유언장 쓰기 모임

입력 2026-09-09 06: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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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독서 이어 '죽음 돌아보기' 확산…삶 되짚는 자기성찰 문화로




유언 작성 모임 참가자들이 함께 유언장을 작성하고 있다.

[당근 '유언 작성 모임' 제공]



(서울=연합뉴스) 정풍기 인턴기자 = "행복했던 순간과 감사했던 일을 떠올리니 소중한 순간들을 사진과 영상으로 더 많이 남겨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 유언 작성 모임에 참여해 삶을 돌아본 주부 김모(50) 씨의 소회다.


죽음을 미리 마주해 봄으로써 오히려 남은 삶과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금 절실히 깨닫게 됐다는 의미다.


최근 여럿이 모여 유언장을 작성하고 삶과 죽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에 가입하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독서, 러닝, 맛집 탐방 등 취미 위주로 형성되던 모임 문화가 인생의 끝을 생각하며 현재를 돌아보는 영역으로까지 확장된 모습이다.


참가자들이 유언장에 적는 내용은 재산 상속 등 일반적인 유언에 그치지 않는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미처 전하지 못했던 진심을 비롯해 세상을 떠난 뒤 남겨질 반려동물의 돌봄 문제, 소셜미디어(SNS) 계정 정리 방식 등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고민까지 두루 담긴다. 생의 마무리를 앞두고 남기는 무거운 문서로 여겨졌던 유언장이, 이웃과 생각을 나누며 자기 삶과 인간관계를 점검하는 매개체로 자리 잡고 있다.


◇ "마지막으로 무슨 말 남길까"…함께 쓰며 돌아보는 일상


9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역생활 커뮤니티 당근에는 64명이 가입한 '유언 작성 모임'이 개설돼 활발히 운영 중이다.


2023년 11월 시작된 이 모임은 현재 12기까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감사하거나 미안한 사람은 누구인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아끼는 물건은 무엇인지' 등 자기 삶과 관계를 돌아보는 질문을 바탕으로 유언장을 작성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다.




유언 작성 모임 참가자들이 함께 작성한 유언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당근 '유언 작성 모임' 제공]


한 기수는 4∼6명 정도로 꾸려지며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한다. 대면 모임은 주로 서울 시내 카페에서 진행된다. 온라인에서는 10일 동안 하루 한 가지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모임장 최고운(44) 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모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뒤 어머니와 함께 뒷정리를 맡았는데, 하나하나 확인하는 데 한 달 넘게 걸렸다"며 "그 과정에서 유언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막상 혼자 유언장을 쓰려니 막막해 계속 미루게 됐다"며 "나처럼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과 시간을 정해 함께 써보자는 생각으로 모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모임에 참여한 이들은 유언장을 쓰면서 앞으로의 생활 방식이나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의사 홍모(43) 씨는 "많은 물건 중 생각보다 물려줄 만큼 가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며 "좀 더 정리되고 미니멀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직장인 조경만(46) 씨는 "사회와 가족, 타인이 기대하는 삶에 맞추려고 너무 애써온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며 "앞으로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취미, 여행 등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더 시간을 쓰면서 나를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유언 작성 서비스에 제시된 10가지 질문

[유언장 작성 및 기록 서비스 'Willda' 캡처]


유언 작성으로 시작된 활동이 온라인 서비스와 출판 콘텐츠, 보관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최씨는 최근 모임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질문에 답하면 유언 초안을 만들어볼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를 선보였다. 또 변호사와 함께 모임에서 다뤄온 내용을 혼자서도 따라 해볼 수 있도록 워크북 형태의 책을 준비하고 있으며, 작성한 유언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 "법적 효력 없어도"…삶 돌아보는 '메멘토 모리'로


모임에서 자유로운 형식으로 작성한 유언장이 법적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현행 민법상 유언은 자필증서와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등 법에서 정한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자필증서의 경우에도 유언자가 전문과 작성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손으로 쓰고 날인해야 유효하다.




웰다잉 (PG)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하지만 참가자들에게 유언장은 단순한 재산 처분용 법률 문서가 아니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나 '웰다잉'(Well-dying)처럼 현재의 삶을 돌아보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전에 유언장을 작성해 보는 활동이 남은 삶을 더 주체적이고 의미 있게 살아가도록 돕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시덕 을지대 장례산업전공 교수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미리 나누면 죽음을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을 통해 본인의 일생을 돌아볼 기회를 갖는다는 것"이라며 "자기 삶에 대한 성찰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pun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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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9 06: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