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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의약품 배송, 연말부터 허용?…비대면진료후 취약계층 등만 가능

입력 2026-09-08 06: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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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 중 한국만 금지…코로나19로 한시 전면 허용했다가 다시 일부로 제한


취약계층에서 전체 환자로 확대 추진…약사회 "실태파악 없이 확대 안 돼"




원격 의료

[신안군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올해 12월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의료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진료 후 처방된 약을 수령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의약품 배송은 거의 모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허용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약사법에 의해 약국·점포 밖에서의 의약품 판매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도 의약품 배송은 비대면 진료를 받은 섬·벽지 거주자와 거동이 불편한 사람, 희귀질환자 등으로 제한됐다. 비대면 진료 환자 전반으로의 확대는 정부가 협의체 등을 구성해 검토할 계획이다.


배송 허용 논의는 비대면 진료 후 처방되는 의약품에 한정되며, 일반 의약품 온라인 판매 등은 제외된다.


12월 24일 시행을 앞둔 의료법 개정안의 내용과 의약품 배송이 허용되는 기준 및 대상 등을 살펴봤다.





의약품 배송 [연합AI플랫폼 생성. 재판매 및 DB 금지]


◇ OECD 국가 중 의약품 배송 금지는 한국뿐…길거리 가짜약사 규제로 시작


약사법 50조 1항은 의약품을 약국이나 점포 외에서는 판매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조항이 생긴 배경에는 1950년대 길거리에서 가짜 약을 파는 이른바 '장돌뱅이 가짜 약사'가 있었다.


온라인 이용과 배송 시스템이 발달한 지금도 국내에서는 이 약사법 조항에 따라 의약품의 온라인 판매와 배송이 여전히 금지돼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의약품 배송이 보편화돼 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에 따르면 OECD 38개 회원국 중 의약품 배송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나라는 한국뿐으로, 미국·일본을 비롯한 주요국에서는 일정 범위에서 의약품의 배송(대리 수령 포함)을 허용한다.


다만 허용 범위와 방식은 국가마다 다르다. 미국과 일본 등은 처방 약까지 배송할 수 있고, 체코·폴란드·벨기에 등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의약품만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 국가도 있다.


국내에서도 의약품 배송을 추진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자유기업원이 2024년 22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내놓은 '22대 국회를 향한 제언 - 약 배송 허용법' 자료를 보면 18∼21대 국회에서 약 배송과 관련해 약사법을 개정하려는 시도는 2011년 한 차례 있었지만,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에는 비대면 진료 환자 전체를 대상으로 의약품 배송이 허용됐다. 그러나 이후 2023년 비대면 진료가 시범사업으로 전환되면서 다시 의약품은 약국 방문 수령이 원칙이 됐다.


재택 수령은 섬·벽지 거주자와 거동 불편자, 희귀질환자 등 일부 환자에게만 허용됐다.




보령 앞바다 35㎞ 날아 외연도에 의약품 배송할 드론

2023년 11월21일 충남 보령시 원산도해수욕장에서 바다 위를 35㎞ 날아 의약품을 배송할 드론이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우체국 택배와 주소 기반 배달점을 연계한 섬 지역 드론 배송 실증을 시연했다. [보령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법원 "의약품 배송은 위법" 입장…복지부도 '안전성 확보' 강조


이처럼 엄격하게 의약품 수령 방법을 제한하는 데는 장소 중심으로 의약품 판매를 규제한 약사법 50조 1항이 큰 역할을 했다. 여기에 법원과 규제 기관도 제한 쪽에 힘을 실었다.


한국법제연구원의 '온라인 의약품 유통 규제 분석' 보고서(2021)를 보면 판례 및 규제기관은 일관되게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판단해 온라인 약국의 개설(의약품 배송)을 금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의약품의 온라인 유통(배송)을 위법하다고 본 기존 법원 판례들을 분석하며 법원이 "'국민의 안전'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한 근거로 ▲ 충분한 복약지도 ▲ 의약품의 직접 전달 ▲ 약화(藥禍)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 명확화 등"을 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도 2023년 의약품 배송(재택수령) 범위를 제한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기본 원칙 중 하나로 '안전성 확보를 위해 대면진료 중심으로 실시'를 제시했다.


약사법 50조 1항은 헌법재판소에서도 여러 차례 위헌 여부를 다뤘다. 그러나 헌재는 국민 보건 향상이라는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며 일관되게 합헌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헌재는 가장 최근인 2023년에는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약국 내로 제한하는 것은 약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해 충실한 복약지도를 할 수 있게 하고, 보관과 유통과정에서 의약품이 변질·오염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의미가 있다"며 "중간 과정 없는 의약품의 직접 전달을 통해 약화사고가 발생할 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 국민보건을 향상한다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국내에서도 보건의료 취약 지역에 거주하거나 거동이 어려운 환자가 의약품을 구입할 때 겪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의약품 배송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꾸준히 나왔다.


한국법제연구원의 '비대면 진료 및 원격조제의 규제 개선' 보고서(2023)는 "현행 약사법으로는 지역적으로 고립되거나 거동이 불편해 비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들이 원격지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을 별도로 구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의약품 배송과 전자처방전 활용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보건소 비대면 진료 현장 [연합뉴스TV 제공]


◇ 개정법 시행돼도 비대면 진료 후 약 재택 수령은 취약계층 등 제한적


올해 12월 24일 시행되는 개정 의료법은 비대면 진료를 정식 제도화하고, 비대면 진료 후 처방약 배송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신설된 의료법 34조의5항은 약사법 50조 규정에도 불구하고 섬·벽지 거주자와 거동 불편자, 희귀질환자 등에 한해 비대면 진료 후 처방된 의약품을 조제 약국 외 장소에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에 따른 의약품 배송 확대를 논의하고자 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약사 단체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범부처 민관협의체를 운영할 계획이지만 대한약사회는 협의체 불참 의사를 밝혔다.


약사회는 국민의 건강권 침해 등을 이유로 정부의 약 배송 대상 확대 방침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약사회는 최근 성명에서 정부가 비대면 진료 현황, 불법 약 배송, 비급여 처방 오남용, 배송 중 의약품 변질 등에 관한 실태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비대면 의약품 배송을 전면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에 시행되는 의약품 배송은 비대면 진료 후 처방 의약품에 한정된다"며 "대상 확대에 대한 논의도 진료 후 처방 의약품에 관한 것으로, 온라인으로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등의 논의는 현재로선 진행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진료의약품 배송 집단별 찬성률

[연합뉴스 인포그래픽 생성기 제작. 재판매 및 DB금지]


그러나 비대면 진료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의약품 배송에 찬성하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산협이 2024년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한 환자 1천506명을 조사한 결과 86.7%가 "비대면 진료와 함께 약 배송을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사업에 참여한 의사는 113명 중 71.7%가 약 배송에 찬성했다. 약사는 약 배송 경험이 있는 경우 찬성률이 57.8%, 경험이 없는 경우는 18.3%였다.


약 배송과 방문 수령을 모두 경험한 환자의 83.7%는 약 배송에 높은 만족도 점수를 매겼다.


비대면 진료에 불만족한 환자의 76.7%는 의약품을 약국에서 직접 수령해야 하는 절차가 불편하다고 답했다.


또 복지부가 2024년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후 약 수령 시까지 12시간 이상 소요되거나 수령을 실패한 비율이 평일·주간은 22%, 휴일·야간은 34.4%로 나타나 약국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선재원 원산협 회장은 "비대면 진료라는 서비스 자체가 완성되려면 환자들이 다시 약국을 방문하러 나가지 않아도 되도록 약이 배송돼야 한다"며 "비대면 진료 후 약 배송은 당연한 것으로 전제한 상태에서 그 후 나올 수 있는 다양한 문제의 해결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ookman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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