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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17년만에 다시 쪼개지는 LH…'공적주택' 공급 속도낼까

입력 2026-09-04 05: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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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주·토공 업무 효율화 위해 통합…다시 사업회사·관리회사로 분리


부채 떠안는 '자산공사'는 생존 문제…수익 지원·재정 투입 확대도 검토

정부 "8·13대책 공급 속도전"…일각선 조직 분리 갈등, 공급속도 지연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정부가 지난 2일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구조개혁을 위해 결국 공사 분리 카드를 꺼내 들었다.


LH 입장에선 2009년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한국토지공사(토공)와 대한주택공사(주공)가 합병하며 출범한 지 17년 만에 또다시 구조조정의 길을 걷게 됐다.


정부는 LH 분리로 8·13대책 등에서 발표한 주택 공급 속도전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조직 분리로 인한 갈등과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LH 진주 사옥

[한국토지주택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공중에 날아간 통합 17년…'개발사업·부채 관리' 회사 분리


과거 주공·토공 통합은 주공의 만성 적자를 해결하면서 양 기관의 '밥그릇 싸움'으로 인한 업무 중복을 해소해 경영을 효율화해야 한다는 명분 때문이었다.


주공은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운영으로 막대한 적자가 누적된 반면, 토공은 택지 개발사업으로 수익이 발행하는 만큼 양 기관을 통합해 한 조직 내에서 교차보전을 하자는 것이다.


양 기관의 보이지 않는 경쟁으로 인한 업무 중복도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과거 토공이 택지를 개발하면 주공이 공공주택을 짓는 방식으로 업무가 분할됐지만, 주공이 자체적으로 주택을 건설할 공공택지 개발에 나서면서 양 기관이 택지 개발권을 놓고 경쟁하거나 택지가 과다 지정되는 등의 문제가 컸던 것이다.


토공 노조의 극심한 반대 속에 어렵게 통합을 이뤄냈지만 그간의 노력은 다시 조직 분리라는 결말로 귀결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 LH 임직원들의 '신도시 땅투기'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LH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컸다.


당시 LH 통합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해체론'까지 치달았지만 LH 역할을 대신할 마땅할 대안이 없고 주택공급 차질 우려가 더해지며 무산된 바 있다.


그러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LH 구조개혁론이 다시 불붙었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LH가 민간에 땅을 팔지 말고 자체 시행을 하라"고 지시하며 LH 개혁을 주문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지난해 8월 민관 합동으로 출범한 LH 개혁위원회는 LH의 기능과 역할 등을 재정립하는 데 주력했지만, 택지매각 중단으로 인한 LH 적자 보전 방법 등이 문제였다.


이에 지난해 말 이재명 대통령이 "LH 부채의 상당수가 임대보증금(임대주택)"이라며 "기술적으로 LH의 부채·자산을 떼어내 전문화해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보라"며 조직 분리 방안을 지시하면서 이번 구조개혁 방안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LH 조직 분리는 과거 주공·토공 통합 때와 달리 LH 업무 자체를 둘로 쪼개는 것이 골자다.


택지개발, 주택건설 업무는 가칭 주택도시개발공사가, 임대주택 운영·관리 등 주거복지와 토지비축 업무는 주택도시자산공사가 맡게 된다.


택지 개발과 주택 건설로 돈을 버는 회사(개발공사)와 임대주택을 넘겨받아 관리할 부채 전담 회사(자산공사)로 역할을 분리하는 것이다.


정부는 "LH의 임대주택 건설 부채 등으로 인해 주택공급 속도가 저하되고 임대주택 운영 부담이 가중되는 등 비효율을 막기 위해 조직을 분리해 재무 여건을 개선하는 방안이 이번 LH 개혁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행정ㆍ공공기관 이전 발표 나선 한성숙 국무총리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한성숙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한 총리, 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2026.9.3 jeong@yna.co.kr(끝)


◇ 부채 떠안을 회사 '교차보전' 과제로…주택관리공단 통합 여부도 뇌관


전문가들은 이번 LH 조직 분리의 성패는 현재 한 조직 내에서 이뤄졌던 교차보전을 쪼개진 회사에 어떻게 성공적으로 지원하느냐 달렸다고 본다. 일종의 배드뱅크 역할을 할 임대·주거복지 회사의 손실을 어떻게 보전해주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정부는 앞으로 분리될 개발공사의 개발이익이 주거복지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운영 구조를 설계할 방침이다. 개발공사 이익의 일부를 주택도시기금 내 별도 계정에 적립하고, 기금이 자산공사에 출연하는 형태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도 LH는 공공택지 개발 등을 통해 발생한 수익을 정부에 배당금 형태로 납부하고 주거복지에 써왔다"면서 "이 수익을 별도 계정으로 만든 뒤 정부가 임대관리 회사에 (수익을) 넘겨주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LH의 택지 매각 중단에 따른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의 추가 재정 투입 계획에 대해선 공개되지 않았다.


국토부는 이르면 이달 말 또는 다음 달께 발표할 LH 구조개혁 방안에서 세부 방안을 공개할 방침이다.


정부는 현재 LH가 공동주택용지 매각을 중단하는 대신 나머지 상업·업무용지, 산업단지 매각 자금과 공공주택 분양 수입을 높이면 교차보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LH의 부채비율이 내년 250%, 2029년에는 26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택지 매각 수익까지 축소될 경우 정부 재정 추가 투입 없이 부채를 떠안을 관리회사의 장기 존속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재명 정부는 공공택지내 민간 분양을 줄이고 LH가 자체 시행해 건설까지 수행하는 '공적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민간의 땅을 사들여 국가 땅으로 만드는 토지비축 업무도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 1일 발표한 정부 예산안에서 국토부는 오는 2030년까지 공적주택 110만가구 이상을 공급한다는 계획에 따라 내년에 '보편적 임대주택'을 포함한 공적주택 건설 규모를 올해(19만4천가구)보다 12% 많은 21만8천가구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주택공급 관련 예산도 올해 21조2천억원보다 8조8천억원 많은 30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주택건설 자금으로 빌려주는 주택도시기금의 여유자금은 작년 말 기준 14조원으로, 2021년 49조원 대비 3분의 1로 줄어든 상태여서 운신의 폭이 좁다.


이에 따라 정부는 LH 상황을 봐가며 임대관리 등 주거복지 분야에 추가 재정 투입 여부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택관리공단과의 업무 조정과 통합 여부는 또 다른 뇌관이 될 전망이다.


주택관리공단은 영구 임대주택과 국민임대 운영 관리를 맡고 있는 LH의 자회사로 현재 LH가 14만호가량의 공공임대주택 임대 관리를, 주택관리공단이 20만∼30만가구 규모의 영구·국민임대 관리를 맡고 있다.


그러나 LH와 주택관리공단 사이에 임대운영 주체나 물량 등을 놓고 갈등이 컸던 만큼 주택관리공단을 LH에서 분리 신설되는 주택자산공사로 흡수 통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구조개혁으로 인해 주택 공급 속도가 더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주공·토공 통합 당시에도 '한지붕 두가족' 갈등으로 회사 정상화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는데 조직을 분리하는 것은 더 큰 갈등과 행정력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현재 LH 임직원은 정규직 6천700여명을 포함해 9천명에 달하며, 주택관리공단 소속 직원과 현장 관리 인력은 2천700명에 이른다.


LH 사정에 정통한 한 대학교수는 "LH와 같은 거대 조직을 합쳤다가 다시 떼내는 것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공공주택 속도전을 위해 조직 분리를 한다고 하지만 임대관리 조직으로 나가는 직원들의 불만, 노조 분리 등 현실적인 갈등 해결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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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4 07: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