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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도입해 효율 높인다며 2001년 한전 발전부문 분할해 설립
경쟁 없이 같은 구조 사업 영위…'거대 공기업' 탄생에 방만경영 우려도

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한국전력 자회사인 5개 발전공기업이 '한국발전'(가칭)이라는 하나의 회사로 통합된다.
경쟁을 통한 효율 제고를 명분으로 분할한 지 25년 만에 다시 '규모의 경제'를 위해 하나로 합치는 것이다.
정부는 3일 공공기관 기능 개혁 추진 방안으로 5개 발전사를 하나로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5개 발전사는 김대중 정부 때 '전력산업 구조 개편'에 따라 2001년 4월 한전 발전 부문을 분할해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설립됐다.
최종 목표는 '민영화'였다. '경쟁을 통한 효율 제고'라는 명분으로 공기업 민영화가 추진되던 때였다.
실제 2002년 한국남동발전부터 민영화가 추진됐으나 발전노조가 38일간 파업을 벌이는 등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경기침체 등에 남동발전 매각이 무산된 데다가 2004년 노사정위원회가 '배전 분할 중단'을 권고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이후 같은 구조의 사업을 영위하는 5개 발전사가 '어정쩡하게' 남은 상황이 유지돼왔다. 현재 발전사 간 경쟁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인데, 전력을 구매하는 구매자가 발전사들의 모회사인 한전뿐인 점과 연료비를 포함해 발전에 드는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 제도가 원인으로 꼽힌다.
경쟁을 통한 효율 제고가 무산된 상황이니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발전사를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이 그간 지속해 제기됐다.
현 정부 들어 속도가 붙은 것은 작년 이재명 대통령이 "왜 이렇게 나눠났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통합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로 의문을 제기하면서다.
당시 이 대통령은 "경쟁시키니깐 인건비를 줄이려고 해서 산업재해가 많이 나고 그러는 것 아니냐"면서 경쟁의 부작용을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용량을 100GW(기가와트)로 현재(자가용 태양광 발전 설비 포함 42GW)보다 2배 이상으로 늘리기로 하는 등 '에너지 대전환'이 급속도로 추진되며 발전사들을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5개 발전사 모두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 발전이 발전원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5개 발전사가 연간 500억 안팎 연구개발비와 연간 2천억원 규모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을 분산해서 투자 중"이라면서 에너지 대전환 투자 효율성을 높이려면 통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발전사 통합 논의는 통합할 것이냐 말 것이냐보다는 '몇 개 회사로 통합하느냐'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가장 유력한 안은 이날 정부가 발표한 대로 '하나의 회사로 통합'이었다.
기후부 의뢰로 발전사 구조조정 방안 연구용역을 수행해온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6월 중간 보고회에서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을 가장 적합한 방안으로 제시했다.
삼일회계법인은 발전사들이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되면 "장기·고위험 에너지 전환을 단일 주체가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다"면서 "법인 내 인력 직무 전환과 재배치가 가능해 석탄화력발전 폐쇄에 따른 고용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발전사 구조조정 시 가장 직접 영향받는 노동자들이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선호하기도 한다. 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은 "에너지 공공성과 효율성,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려면 발전공기업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을 두고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5개 발전사 정원을 단순히 합치면 1만4천411명으로, 하나로 통합하면 '거대 공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올해 기준 5개 발전사 임직원은 총 1만4천431명이다. 코레일(3만2천982명)과 한전(2만3천531명)에 이어 공기업 중 세 번째로 많다.
각 발전사에서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을 조정하지 않으면 비효율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추진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발전사가 하나만 남게 되면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서 발전시장의 경쟁을 저해하고 방만 경영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삼일회계법인도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시 단점으로 '단일·거대 기업으로 발전시장 공정 경쟁 저해', '경쟁자 없는 공기업으로 경영을 방만히 할 가능성', '문화가 다른 발전사들이 통합되며 초기에 견해차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 4월 전력연맹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조영상 연세대 교수는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한 국내 발전사 적정 규모를 발전량 기준으로 연간 약 100TWh(테라와트시)로 제시하면서 5개 발전사 발전량(2024년 기준 196.7TWh)을 고려했을 때 적정 발전사 수가 2개라고 제시하기도 했다.
5개 발전사가 하나의 지주사 아래 5개 본부로 이름만 바뀌는 수준의 통합이 이뤄지면 비효율이 극대화할 수 있다.
다만 정부는 통합 발전사 아래 재생에너지, 정의로운 전환, 안전 기술, 기획관리 등 4개 본부와 3∼4개 지역 재생에너지 본부를 설치하는 방안을 예시로 제시했다.

정부가 제시한 5개 발전사 통합 방안. [정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통합 발전사 본사 소재지를 정하는 것에서 어떤 통합이 이뤄질지 가늠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발전사 통합이 거론되면서 현재 발전사들의 본사가 있는 지역을 포함해 최근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공식·비공식적으로 통합 발전사 본사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발전사는 본사보다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발전소에서 일하는 직원이 더 많다는 점에서 본사가 지역경제나 지방세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상징성' 때문에 통합 발전사 본사 소재지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다.
이에 어디에 본사를 두든, 현재 5개 발전사 본사도 사무공간으로 지속해서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허장 재정경제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통합 발전사) 본사 소재 문제는 아직 논의 중"이라면서 "향후 국회에서 법 개정과 노조와의 대화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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