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대법 정면 반박한 하급심 "사소한 시정명령으로 분양계약 해제 안돼"

입력 2026-09-02 17:24:48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경미한 위반사항으로도 계약해제권 발생한다고 본 대법원에 재검토 요구


"위반 계속되거나 계약 유지 중대한 영향 미칠 때로 제한해야"




아파트 건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분양사업자가 시정명령을 받았다면 수분양자에게 일률적으로 계약 해지권이 발생한다는 대법원 법리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하급심 판결이 나왔다.


시정명령을 받게 된 위반 사항이 지속되는지 여부와 그 경중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괄 계약 해지가 가능하도록 정한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911단독 정인섭 부장판사는 지난 1일 수분양자 A씨가 분양사업 신탁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분양대금 반환 및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피고는 분양 광고에서 해당 오피스텔이 교육환경보호구역 내에 위치하는데도 그렇지 않다고 기재해 행정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건축물분양법 및 시행령 등에 따라 오피스텔 분양계약서에는 '수분양자는 분양자가 건축물분양법 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약정 해제 조항이 담긴다.


A씨는 이에 근거해 계약이 해제됐으므로 분양대금을 반환해달라는 소송을 낸 것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A씨는 분양대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지난해 12월 매매대금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시정명령을 받게 된 위반사항의 경중 등을 고려해 해제권 발생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하급심 판결을 파기해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낸 바 있다.


계약 해제 조항의 문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그대로 인정해야 하며, 경미한 위반사항이므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는 원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는 취지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촬영 안 철 수] 2026.4


하지만 재판부는 이러한 대법원 법리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분양계약 해제 조항을 계약서에 포함하도록 한 입법자의 의도가 불명확하고, 이 조항의 도입 경위에 비춰 당사자들의 자발적 합의에 따라 해제 조항이 마련된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 시정명령이 이뤄지는 위반 사유 중에는 매우 단순하고 경미한 사유도 있는데 이러한 사소한 위반 사항에 따른 시정명령으로 전체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계약법의 일반적 법리와 조화를 이루지 않는다고도 짚었다.


재판부는 "사소한 사유나 직원의 실수로 유발된 시정명령으로 인해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부동산 분양사업장 전체가 분양계약의 해제 위기에 몰리는 것은 분양사업자뿐만 아니라 시공사, 정상적인 분양계약의 이행을 희망하는 수분양자들 등 당사자들에게 과도한 혼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정적인 주택공급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한 사업자가 위반 사유를 실질적으로 시정했는데도 행정청의 시정명령에 불복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된 상황에서조차 수분양자의 계약해제권이 인정되는 것은 부당하다고도 지적했다.


나아가 최근 부동산 경기 악화로 수분양자 중 분양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소한 위반 사유를 들어 시정명령을 받게 하려는 민원이 다수 제기되는 상황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해제 조항을 해석함에 있어 그 시정명령은 시정명령 당시까지 위반상태가 해소되지 않은 채 실질적으로 유지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분양계약의 체결 및 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위반사항을 대상으로 한 시정명령으로 제한하여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과 같이 위법 상태가 해소됐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시정명령에 불복하지 않음으로써 시정명령이 확정된 경우는 이 사건 해제조항에서 예정한 약정 해제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winkite@yna.co.kr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5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연합뉴스 콘텐츠 더보기

해당 콘텐츠 제공사로 이동합니다.

많이 본 최근 기사

관심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