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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미래대응기금, '쌈짓돈' 우려 불식시켜야

입력 2026-09-02 15: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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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특수로 조성된 '비상금'…재정 착시 경계 필요




2027년 예산안 브리핑하는 박홍근 기획처 장관

(세종=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7년도 예산안과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 계획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은 조용범 차관. 2026.9.1 utzza@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정부가 반도체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162조3천억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운용하는 방안을 포함한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반도체 특수 덕에 세금을 많이 거둬들일 수 있게 돼 생기는 여윳돈을 '비상금'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미래대응기금의 3분의 1가량은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지출한다. 나머지는 세수가 급격히 줄 때 충격 흡수나 재정여력 보강에 사용한다. 나라 곳간이 가득 찼을 때 미래 성장과 재정 건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의 주요항목 지출 금액을 30% 이내에서 대통령령에 따라 변경할 수 있도록 국가재정법 개정도 추진한다. 정부가 통상적으로 예산을 지출하는 것에 비해 재량을 키워서 기금 형식 운용의 장점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경제 상황 급변이나 갑작스러운 사태가 발생해 추가적인 예산이 긴급하게 필요할 경우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방식은 시기를 놓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반면, 이미 확보된 기금으로는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이처럼 미래대응기금은 기민한 재정 운용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추경에 비해 국회의 심의·감시망이 느슨하고 정부의 지출 재량이 대폭 확대된다는 점에서 국민의 혈세가 정부의 '쌈짓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지우기 힘들다.


더욱이 2028년 4월 이재명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의 국회의원 선거(총선)를 앞두고 있다. 야당은 정부가 정책 효과보다 총선 표심을 고려한 '퍼주기식 정책'을 남발할 수 있다는 걱정까지 하고 있다.


정부는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할 땐 곧바로 국회에 통보하도록 하고, 존치나 성과 평가도 기존 일반기금에 적용되는 평가체계를 따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당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감시 역할이 제대로 이뤄질지에는 의구심은 남는다.






또한 여윳돈이 생겼을 때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채무 일부를 갚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점점 덩치가 커지는 나랏빚을 줄여가야 한다는 차원에서 일리 있는 지적이지만, 감당할 능력과 시대적 과제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국가채무가 내년에 1천500조원, 2030년에는 1천700조원을 각각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올해 51.6%에서 오히려 낮아져 내년부터 2030년까지 48~49%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반도체 특수로 인한 GDP와 세수 증가에 따른 재정 착시 효과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 업황이나 글로벌 경제 상황의 변화 가능성은 열려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커지고 끝 모를 이란전쟁도 한국경제에 커다란 리스크로 남아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금이 국민의 더 나은 삶을 만드는 종잣돈으로 쓰여야 한다는 점이다. 반도체 호황이 추가이익 배분을 둘러싼 생산 현장 노사 갈등으로 이어진 것처럼 초과 세수로 조성된 기금 사용이 정치적 논란을 야기해 국민의 편을 가르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


미래대응기금이 진정한 미래 대비책이 되려면, 정부의 비상금이 아니라 국민의 미래자산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


h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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