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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헌재서 한차례 기각…대리투표 등 범죄 악용 가능성 지적
"장애인 스스로 판단 어렵다는 편견…선거권·자기결정권·평등권 침해"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각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장애인은 비밀투표를 할 수 없나요?" '나의 선택과 결정을 가로막는 위헌적인 투표보조 규정 헌법소원 심판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6.9.2 kjhpress@yna.co.kr
(서울=연합뉴스) 양수연 기자 = 스스로 기표할 수 없는 장애인이 투표할 때 가족이 아니면 보조인 2명을 동반하도록 한 규정이 장애인의 선거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이 다시 제기됐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는 2일 오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뇌병변 장애 및 지체 장애가 있는 선거인 3명이 공직선거법 제156조 제6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하여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에 따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침은 스스로 기표가 어려운 장애인이 활동지원사 1명과 함께 투표소를 찾을 경우 투표사무원 1명도 기표소에 함께 들어가게 한다.
이번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김형호, 박영희, 서기현씨는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자신이 지명한 활동지원사 1명의 보조를 받아 투표하고자 했지만, 이를 제지당해 투표를 하지 못하거나 투표사무원이 입회한 상태에서 투표해야 했다.
앞서 헌재는 이 규정이 사생활의 비밀 등을 침해한다며 뇌병변 장애인 A씨가 2017년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 대해 2020년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투표보조인이 장애인의 선거권 행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해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리투표 등 선거범죄에 악용될 위험성에 주목했다.
장추련은 이 같은 판단이 '장애인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기 어려운 존재'라는 시혜적이고 부정적인 편견에 기인한다고 비판했다.
청구인들의 법률 대리인인 최현정 인권법행동 함께, 정의 변호사는 "당시 헌법재판소는 장애인을 거주시설 관계자나 보조인의 영향을 일방적으로 받는 무력한 존재로 상정했지만, 그 인식 자체가 차별로서 합리적 근거가 없다"며 "해당 조항은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했지만 단지 기표 행위에 있어 타인의 보조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에게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족이 장애인의 의사를 온전히 대리할 것이라는 전제도 실제 현실과 맞지 않는다. 가족에게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알리고 싶지 않거나 현실적으로 보조를 요청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다"며 해당 규정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비밀선거 원칙·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장애인의 선거권과 자기결정권,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4일 오전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장애인 참정권 침해 헌법소원 심판청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2017.8.4 mon@yna.co.kr
2020년 헌법소원심판 사건은 6(합헌) 대 3(헌법불합치) 의견으로 기각됐다.
당시 이선애·이석태·문형배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선거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신뢰 관계가 형성된 적 없는 낯선 제3자에게까지 내밀한 정치적 의사를 공개하도록 한다"며 유권자는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스스로 투표보조인으로 지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see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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