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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발 뗀 한국 재판소원, '75년 역사' 독일에 길을 묻다(종합)

입력 2026-09-01 17:3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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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독 헌재연구관 간담회…재판소원 이론·실무 질문 쏟아져




한-독 헌법재판소 연구관 간담회

(서울=연합뉴스) 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한-독 헌법재판소 연구관 간담회'에서 김형두 헌법재판관 및 우리나라 헌법연구관들이 헌법소원을 비롯한 대한민국 헌법재판제도와 2024년 기후위기 결정 등에 대한 독일 헌법연구관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9.1 [헌법재판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같은 불법행위 피해자인데도 개별 소송에서 손해배상액에 큰 차이가 난 경우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사례가 있나요?"


"헌재가 환송 판결을 했는데 하급심에서 실질적으로 같은 결론을 낸 경우 전문법원과 갈등이 있을 수 있을 텐데 전문법원과의 갈등이 어떻게 조정되나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한-독 헌법재판소 연구관 간담회. 행사가 시작되자마자 우리 헌재 연구관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다.


연구관들의 질문은 법원의 확정된 재판도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는 '재판소원' 제도에 집중됐다. 지난 3월 갓 시행된 한국의 재판소원이 75년 역사를 지닌 독일에 나아갈 길을 물은 것이다.


두 그룹으로 나눠 진행된 이번 간담회에는 독일 연방헌재 전·현직 헌법연구관을 비롯한 독일 측 참석자 32명과 한국 헌법연구관 등 40여명이 함께했다.


독일 헌법연구관들은 매년 한 국가를 선정해 그 나라의 헌법기관과 법학교육기관 등 관계자를 만나 방문국의 주요 헌법 및 법적 쟁점에 대해 배우고 있다.


올해는 한국을 방문국으로 정하면서 2024년 기후위기 관련 결정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요청했고, 한국 헌재가 이에 응하면서 이번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한국 연구관들은 재판소원 제도와 관련해 이론적 쟁점부터 제도 시행과정에서 마주하게 된 실무적 문제까지 독일 연구관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독일은 1951년 헌법재판 제도 출범과 함께 재판소원 제도를 실시해왔다.


한 선임연구관은 "독일 연방헌재는 적용 법률을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이를 적용한 재판도 취소하는 것으로 아는데, 이런 경우 법률 조항에 의해 침해되는 기본권과 재판에 의해 침해되는 기본권을 같은 것으로 보는 것이냐"고 질의했다.


또 다른 연구관은 "법률상으로는 당사자 참여권이 명시적으로 없더라도 기본권을 토대로 절차 참여와 관련한 법적 청문권 침해가 인정된 사례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독일 측 연구관은 "청구인이 법적 청문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려면 '법원이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정도로는 충분치 않고 '쟁점이 되는 사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정도의 주장이 있어야 한다"며 "허들(문턱)이 높다"고 답했다.


독일 연구관은 '환송 후 전문법원이 같은 취지의 판단을 반복한 경우 법원과의 갈등은 어떻게 조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연방헌재가 전문법원의 재판을 취소했는데 전문법원이 다시 유사한 결론을 내리면 당사자는 다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면서도 "이를 항상 헌재와 전문법원의 갈등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법원이 헌법적 요구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며 "이를 법원 간 '갈등'보다는 헌법적 기준을 구체화해가는 학습 과정 또는 대화적 과정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한-독 헌법재판소 연구관 간담회

(서울=연합뉴스) 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한-독 헌법재판소 연구관 간담회'에서 독일 헌법연구관들이 '재판소원'과 관련한 우리나라 헌법연구관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9.1 [헌법재판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독일 연구관은 '독일에서는 (사전심사에서) 전원재판부에 회부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하면서도 기본권 침해 위험을 경고하는 경우도 있던데 어떤 것인지' 묻는 말에 "불회부 결정 이유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는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이스라엘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과 관련한 쟁점을 다룬 사안에서 "40쪽에 이르는 불회부 결정서를 쓴 적이 있다"며 "가자(지구) 문제와 관련해서도 우리가 국제적인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특별한 사안과 관련해 헌법소원을 받아줄 수 없다고 한 사례가 있다. 이것이 공공의 이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유를 기재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독일 연방헌재가 재판취소 결정을 통해 법원의 후속 재판을 어느 정도로 유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독일의 경우 결정문에 따라 이유가 매우 상세하게 기재돼 환송법원의 결론이 사실상 어느 정도 예정된 것으로 보이는 사례도 있다는 점에서다.


이에 독일 연구관은 "사건 성격뿐 아니라 재판부나 주심 재판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며 "이유가 상세히 들어갈 수 있지만 유동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 측 헌법연구관은 재판소원 사건에서 피청구인을 법원으로 기재하는 상황을 설명하며 "독일은 피청구인을 기재하지 않는데 이유가 있는 것이냐. 변론이 열리면 법원 관계자를 불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독일 연구관은 "재판소원 절차에서 원재판을 한 전문법원이 당사자로 참여해 자신의 판결을 방어하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이는 법관의 독립과도 관련된다"고 말했다.


김상환 헌재소장은 간담회에 앞서 인사말로 "1988년 출범한 대한민국 헌재는 오늘 창립 38주년을 맞았다"며 "국민 기본권을 확장하는 결정을 많이 했고, 대통령 탄핵과 정당 해산 등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 헌법이 우리 사회의 최고 규범임을 확인하고 환기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나라에는 법원 재판에 대한 재판소원 제도가 새롭게 도입됐다"며 "새로운 헌법적 과제를 맞은 한국 헌재에 독일 경험은 매우 소중한 참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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