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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인 책임질 수 없는 사유 있다면 사후적으로라도 제출기간 늘려줘야"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항소이유서를 늦게 냈다는 이유로 항소를 각하한 법원 결정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했다'는 취지의 재판소원 사건을 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인 가운데 대법원이 같은 쟁점의 사건에서 재판청구권 보장에 무게를 둔 판단을 내놨다.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을 지키지 못한 데에 항소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가 있다면 제출 기간이 지난 뒤라도 이를 사후적으로 늘릴 수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결정이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 25일 가등기말소 사건에서 항소이유서를 제출 기간 내에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A씨의 항소를 각하한 원심 결정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가등기말소 소송을 당해 지난해 5월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했다.
A씨는 6월 18일 항소기록접수통지서를 송달받았으나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채 제출 기간을 넘겨 7월 29일 항소각하 결정을 받았다.
민사소송법상 항소인은 항소기록접수통지서를 받은 날부터 4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내야 하고(제402조의2 제1항), 제출 기간은 1개월 연장할 수 있다(제2항).
만약 항소인이 제출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 항소법원이 결정으로 항소를 각하해야 한다(제402조의3 제1항).
A씨는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을 지키지 못한 사유가 있다며 즉시항고했다.
A씨가 항소 뒤 소송구조(訴訟救助·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에 대해 비용을 내지 않고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를 신청해 구조 결정을 받았는데, 그 결정이 항소각하 결정과 함께 뒤늦게 송달됐기 때문이다.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뒤 소송구조 결정 사실을 알게 됐단 것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법원은 A씨가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을 지키지 못한 사유가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며, 원심이 그런 사유를 살피지 못하고 항소를 각하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항소이유서 의무제출 제도 도입으로 항소인이 입게 되는 불이익이 헌법 제27조 제1항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정도에까지 이르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제출기간을 지키지 못한 데에 항소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 또는 이에 준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 법원은 항소인의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제출기간이 지난 후라도 민사소송법 제172조 제1항에 따라 제출기간을 늘릴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을 넘겼다는 이유로 항소를 일괄 각하해서는 안 되고 불가피한 사유가 없었는지를 항소법원이 따져보고 '지각제출'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민사소송법상 항소이유서 의무제출 제도(제402조의2)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2023년 12월 취임 이후 재판지연 해소를 강조하던 와중에 민사소송법 개정으로 이듬해 실시됐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일부 법관들이 항소이유서 의무제출 제도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해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헌재에도 이런 쟁점을 다루는 재판소원이 다수 접수돼 헌재가 심리 중이다.
올해 3월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해당 쟁점과 관련해 8건이 전원재판부에 회부됐다.
항소이유서를 늦게 제출했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한 것은 재판청구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헌재가 이들 사건을 심리해 조만간 결과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실상 법원이 먼저 재판청구권 보장을 강조하며 기존의 엄격한 판단에서 한발 물러선 결정을 내놓은 셈이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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