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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택배기사 엘베 흠집내면 2천100만원?…아파트단지 부과 권한 없어

입력 2026-08-30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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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택배차량 지상출입·이용료 부과 갈등


입대의 부대시설 이용 기준 의결권 있지만…입주민외 이해관계자 권리침해는 안돼

범칙금은 행정기관·벌금은 법원이 부과…손해 있어도 민사상 손배 절차 밟아야





2018년 4월 10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의 아파트 단지에 택배가 쌓여 있다. 당시 이 아파트는 택배 차량 지상 진입을 통제하고 정문 근처에 주차 후 카트로 배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택배 업체들이 아파트 정문 인근 도로에 택배를 쌓아두고 가는 방식으로 맞섰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택배 기사가 아파트 승강기에 흠집을 내면 범칙금 2천100만원을 부과하겠다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 공고문이 화제가 됐다.


이전에도 지상 주차장이 없는 아파트의 입대의에서 지하로 출입하기 어려운 택배차들의 지상 진입을 막은 뒤 수레 등으로 물품을 배송하라고 요구하는 등 입대의의 요구를 놓고 여러 차례 논란이 벌어졌다.


입대의는 입주자를 대표해 아파트 관리에 관한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자치의결기구다. 법에 따라 공동주택의 도로·주차장·승강기 등의 유지 및 운영 기준과 공용 시설물 이용료 부과 기준 등을 의결할 권한이 있다.


그러나 이번 공고문처럼 입대의가 범칙금을 택배기사에게 요구하는 권한까지 허용되는 것일까. 아파트 입대의와 택배기사들 사이 여러 갈등과 관련한 쟁점을 살펴봤다.





택배기사에게 엘리베이터 손상시 범칙금 부과를 고지한 아파트 공고문[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계속되는 아파트 입대의-택배 기사 갈등 …지하주차장·승강기 이용 요금 부과 등


아파트 입대의와 택배 기사들 간의 갈등은 여러 차례 사회적 이슈가 됐다.


2018년에는 경기 남양주의 다산신도시에서 한 아파트 단지 입대의가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지상도로 출입을 막고 지하주차장 출입을 요구했다.


그러나 택배 차량의 높이가 2.5m 이상인데 해당 아파트 지하주차장 진입로 높이가 이에 미치지 못해 지하 출입이 어려웠다.


당시 입대의의 조치에 반발한 택배 기사들이 문 앞 배송을 중지하고 택배를 지상도로 위에 두고 가면서 산더미처럼 쌓인 택배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인천 송도국제도시, 서울 강동구, 경기도 성남 등에서도 유사한 갈등이 재현됐다.


2024년에는 충북 한 아파트에서 택배 기사들에게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사용하려면 매년 돈을 내라고 요구했고 지난해에는 전남 순천의 한 아파트 단지가 택배기사들에게 공동 현관과 승강기 이용요금을 받으려다 논란이 일자 철회하기도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당시 택배차량의 지상 출입을 금지하는 아파트는 전국 179곳이었다.


정부는 2018년 다산신도시 택배대란을 계기로 2019년 1월 향후 신축하는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높이를 2.7m 이상으로 의무화하도록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


그럼에도 기존 아파트들에서 갈등이 이어지자 2021년 '공원형 아파트 택배 갈등 해결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를 꾸려 해결 방안을 모색했지만, 이해 당사자 간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며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전국택배노조 관계자는 "지하주차장 입구가 2.7m 이상인 아파트에서도 배관 등에 걸려 출입을 못 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며 "특정 구역에 놓고 가는 것은 분실 우려가 있고, 계속 민원을 받는 것도 힘드니 기사들이 사비를 들여 저상 탑차로 개조하거나 힘들어도 수레를 이용해 배송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관·승강기·주차장 이용 요금을 요구하는 등 아파트에서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제보도 종종 들어온다"며 "아파트 주민들에게 택배 기사들은 '을'이라 혼자서는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수레에 택배를 담는 모습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기사가 수레에 택배를 옮기고 있다. [촬영 이승연]


◇ 입대의 공영부지 관리 권한, 법으로 폭넓게 인정


입대의가 아파트 관리의 명목으로 택배 기사와 같은 외부인들에게 준수를 요구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공동주택관리법과 서울특별시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 등에 따르면 아파트(공동주택)에서는 입주자 등을 보호하고 아파트 주거 생활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입대의를 꾸려야 한다.


입대의에서는 다양한 사항을 의결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부대시설, 복리시설 및 공용부지의 이용 시간과 비용 등 각종 이용에 관한 사항이 포함된다.


즉, 주차장·단지 내 도로 등 공용부지를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에 대한 규정을 입대의에서 결정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의 '공동주택 경비원 업무 범위 안내'에서도 아파트 관리를 맡은 경비원이 할 수 있는 주차 관리 업무로 외부 차량 출입 통제와 정·후문 차량 통제 등을 들고 있다.


국토부 중앙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는 2018년 공동주택 단지 내 도로 사용 제한과 관련한 질의에 대해 "단지 내 도로(통행로)는 주택법에 따라 공동주택의 부대시설 중 하나고, 이에 대해 공동주택 입주자 각각이 구분 소유 중인 사적 재산의 하나"라며 "단지 내 도로 사용 방법에 대한 결정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 따라 입대의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항 중 하나"라는 답변을 내놨다.




저상 탑차 배달 문제 말하는 택배노조

2021년 4월 22일 오전 '택배갈등'을 겪고 있는 서울 강동구 고덕동 대형 아파트 단지 앞에서 강동연대회의와 민생경제연구소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이 공원형 아파트 택배 배달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2023년 12월 전국택배노조가 성남의 한 아파트 입대의를 상대로 낸 방해금지 가처분 사례에서도 법원 역시 차량의 단지 내 통행 방식 등이 공동주택 운영·관리의 영역이라는 취지로 판단했다.


당시 택배노조는 아파트 내부에서 차량을 운행하거나 물품을 적치하는 행위를 입대의가 제지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며 방해금지 가처분을 냈는데, 법원은 차량 통행과 물품 적치 등 단지 운영에 관한 사항은 아파트 측과 협의가 필요한 문제라며 이를 기각했다.


다만 별도 배송장소 설치 등 다른 배송방식의 가능 여부까지 판단하진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파트 부지는 사유지이기 때문에 입주민들이 합당한 범위 내에서 자신의 사유 재산을 어떻게 관리할지 결정할 수 있다"며 "입대의 규정은 사적 자치를 가능케 하는 의사결정의 구조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원 아파트단지서 택배대란…기사들 배송거부(CG)

[연합뉴스TV 제공]


◇ 아무 이용료나 마음대로 받을 수는 없어…입주자 외 이해관계자 권리 침해 안돼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서는 공용시설물 이용료 부과 기준을 아파트 입대의에서 결정하도록 규정한다. 이는 택배·배달 기사 등에게 출입문·승강기 등 이용료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하지만 입대의가 아무 이용료나 마음대로 받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같은 시행령에는 입대의 의결 시 '입주자 등이 아닌 자로서 해당 공동주택의 관리에 이해관계를 가진 자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공동주택 주차장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면 개방해 주차요금을 받거나, 단지 내 도로를 통행한다는 이유만으로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토부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국토부 중앙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는 "공동주택의 부대시설인 주차장은 영리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면서 "입주자·사용자 외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에게 계속적·반복적으로 전면 개방해 공영주차장 요금에 준하는 주차요금을 받는 것은 주차장을 영리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단지 내 도로 이용(통행)료와 관련해선 "공동주택의 부대시설인 주차장을 영리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고, 단지 내 도로(통행로)도 공동주택의 부대시설이니 동일하게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이 허용된다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이런데도 택배·배달 기사 등에게 과도한 이용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자, 이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경기도는 2018년 배달 목적으로 승강기를 이용하는 경우 입대의가 이용료를 부과할 수 없도록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달라고 국토부에 건의했다.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생업을 위해 배달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엘리베이터 사용료까지 부과하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며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경기도의 건의는 반영되지 않았고 현재도 시행령에 별도의 금지 규정은 없다.


이용료가 아닌 범칙금·벌금 등의 이름으로 택배 기사 같은 외부인의 특정 행위(승강기 문이 닫히지 않도록 발로 정지시키는 것 등)에 대해 입대의가 소송 등 법적 절차 없이 직접 돈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범칙금은 법률에 근거해 행정기관이 부과하고, 벌금은 법원이 형사재판을 통해 선고하는 형벌인 만큼 사적 자치기구인 입대의가 자체적으로 부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유 재산을 침범했다고 사적 주체 간에 범칙금 등의 이름으로 상대에게 돈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용인이 어려울 것"이라며 "실제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 등 정당한 법적 절차를 밟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법률원의 문성덕 변호사도 "입대의가 사적 재산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내부 규약은 외부에서 효력이 없고, 실제 손해가 발생했을 시 그와 관련한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며 "오히려 내부 규약을 이유로 택배 기사와 같은 외부인에게 돈을 받아낸다면 이는 협박이나 공갈에 해당할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bookman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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