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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대홍수 르포] 수마 할퀴고 간 마을 가보니…온세상이 잿빛 진흙밭

입력 2026-08-29 19: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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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축 뒤흔들리고 흙탕물 쓰나미처럼 몰려와"…산위로 대피해 목숨 건져


성인 남성 허리까지 잠긴 집…"말 그대로 모든 것 잃었다"며 망연자실


대홍수가 할퀴고 간 다딩 지역…온 세상 잿빛 진흙밭[http://yna.kr/AKR20260829045200004]

(다딩[네팔]=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집도, 차도, 도로도 온 세상이 잿빛 진흙밭에 파묻혔다.


트리슐리강에는 무섭게 불어난 흙탕물이 세차게 흘렀다. 마을 사람들은 혹시라도 강이 또 범람할까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29일(현지시간)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서쪽 방면으로 1시간 30분가량 달려서 도착한 다딩 지역.


지난 26일 카트만두에서 북쪽으로 약 120km 떨어진 라수와 지역에 발생한 산사태·대홍수 사태의 영향을 받은 하류 지역이다. 트리슐리강의 상류는 대홍수 사태 발생지점과 맞닿아 있다.


다딩으로 가는 동안 도로 곳곳에는 흙탕물이 빠지지 않은 채 그대로 고여 있었다.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개울을 건너는 것처럼 물이 출렁였다.


포크레인과 휠로더가 무너진 도로를 복구하고 있었지만, 유실된 도로가 아스팔트가 깔렸던 이전 모습으로 돌아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였다.


카트만두에서 서쪽 방면으로 1시간 30분가량 떨어진 다딩 인근 도로[http://yna.kr/AKR20260829045200004]
대홍수 발생 지역과 맞닿아 있는 트리슐리강의 무섭게 불어난 흙탕물[http://yna.kr/AKR20260829045200004]

"그날도 평소처럼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집에 있었어요. 카트만두에 있던 남편이 전화로 '홍수가 났으니 대피하라'고 했지만, 종종 강이 범람하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트리슐리 강을 끼고 있는 다딩 담갓(Admghat) 지역에서 만난 수자다 마난덜(34)씨는 대홍수 발생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마난덜 씨는 "남편이 다시 전화를 걸어 즉시 대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학교를 간 아들도 다시 스쿨버스를 타고 돌아왔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때가 오전 9시 40분께였다.


라수와 지역에서 홍수가 발생한 시간은 오전 9시에서 9시 15분 사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마을에는 사이렌이 울리거나 경찰 또는 군인의 대피 안내 방송도 없었다고 한다.


마난덜 씨는 "비가 많이 오면 강 수위가 높아지거나 종종 강이 넘치기 때문에 처음에는 신경을 안 썼는데, 마을 사람들이 뉴스를 보고 도망가야 한다고 알려줬다"며 "다 같이 버스를 타고 마을 앞산 위로 대피했다"고 했다.


흙탕물은 마난덜씨의 집을 가차 없이 뚫고 들어와 그대로 쓸고 지나갔다. 물이 빠져나간 집 내부는 진흙이 두껍게 쌓여 있었다.


그는 "정말 갑자기 발생한 일이었다"며 "살면서 이런 홍수는 처음 겪었다"고 말했다.


마난덜 씨는 "가족들이 전부 무사해서 다행"이라며 "복구하면서 상처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나 잠시 뒤 눈물을 흘리며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다 잃었다"고 울먹였다.




대홍수로 초토화된 수자다 마난덜(34)씨의 집 내부와 외부

(다딩[네팔]=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촬영


다딩 담갓 지역에서 홍수로 인한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게 다치거나 실종된 사람도 없다고 마을 사람들은 전했다. 그나마 하류지역이어서 대피할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다수 주민은 집 안을 개펄처럼 가득 메운 흙탕물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인근 산 위에 있는 친척 집 등에서 머물고 있다. 전기와 가스 공급도 끊겼다.


주민들은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약수를 받아 겨우 손과 얼굴을 씻는 등 불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람키스나 반다리(76)씨도 당시 이번 홍수로 집을 잃었다.


이 집은 한국에서 5년간 일한 막내아들이 보내준 돈으로 지은 것이라고 반다리씨는 설명했다.


집으로 들어가려면 개펄처럼 변한 마당을 건너야 했다.


집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진흙에 발이 빠진 정윤주 기자의 모습 동영상[http://yna.kr/AKR20260829045200004]

신발이 발등까지 푹푹 빠질 정도로 진흙이 질척하게 쌓여 있었다.


기자도 반다리씨의 도움을 받아 진흙 속에 빠진 신발을 겨우 빼낸 뒤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집 내부는 그야말로 쑥대밭이었다.


벽에는 당시 물이 차올랐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기자의 허리 높이까지 들어찼던 물은 집안을 휩쓸었다.


창고에 보관해둔 옥수수는 진흙 바닥에 흩어져 있었고 침대, 옷장 등 가구도 진흙으로 뒤덮여 있었다. 벽에는 흙탕물이 튄 흔적이 가득했다.


반다리씨는 "헬기가 여러 대 오가는 모습이 보였고, 식구들이 전화로 도망쳐야 한다고 알려줬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반다리씨는 집 뒷마당에 키우는 염소 세 마리를 구하기 위해 뛰어갔지만,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땅이 흔들리는 바람에 도망쳐야 했다고 전했다.


그는 "너무 무서워서 온몸이 떨리고 손발이 안 움직였다"며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땅이 흔들렸다"고 했다.


이어 "도망가야 하는데 몸에 힘이 다 풀려서 도망치기 어려울 정도"였다며 "죽을힘을 다해 뛰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대홍수 당시 상황 전하는 람키스나 반다리(76)씨[http://yna.kr/AKR20260829045200004]

그는 아내와 함께 간신히 산 위로 몸을 피했다. 산 위에서 내려다본 강물의 모습은 평소 알던 트리슐리 강의 모습이 아니었다.


반다리씨는 "강물이 쏟아져 나오는데 쓰나미처럼 파도가 치는 것 같았다"고 했다.


한참 동안 당시 상황을 설명하던 반다리 씨는 "아들이 보내준 돈으로 지은 집을 잃었다"며 흐느꼈다.


집 바로 뒤편을 흐르는 트리슐리 강은 유입된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빠른 속도로 흐르고 있었다.


이곳은 관광객들이 래프팅과 카약을 즐기기 위해 찾는 곳이다.


마을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빠르게 흐르는 강을 내려다봤고, 이곳을 지나던 현지인들도 차에서 내려 강이 흐르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었다.


초토화된 반다리씨 집 내부…"아들이 한국서 벌어온 돈으로 지었는데"[http://yna.kr/AKR20260829045200004]

수마가 할퀴고 간 이 마을에 구조의 손길은 도착하지 않았다.


반다리씨는 "옷도 다 없어졌고, 중요한 물건은 하나도 챙기지 못했다"며 "지금 입고 있는 옷도 며칠째 입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그래도 스스로 힘을 내 집안에 쌓인 쓰레기를 치우고 진흙을 퍼내며 복구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곳곳에서 가재도구와 이불, 옷가지를 햇볕에 말리는 모습이 보였다.




대홍수로 초토화된 다딩 지역 주택들 모습

(다딩[네팔]=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촬영


jung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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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9 21: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