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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평행선 달린 끝에 서면제청→반려…후속절차 놓고 이견 예상
일각선 '김민기 후보 고집 아니냐' 해석…갈등 장기화 시 재판 차질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강유정 수석대변인이 28일 청와대 기자회견장에서 대법관 후보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8.28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xyz@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청와대가 28일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서면 제청을 결국 반려하면서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양측 갈등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게 됐다. 과연 해법이 있을지 '경우의 수'에 관심이 쏠린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손봉기 후보자 제청은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며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8일 오후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제청한 지 꼬박 열흘 만이다.
대법관 제청을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원의 갈등은 올해 1월 21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노태악 대법관 후임으로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와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4명을 추천한 뒤부터 이어졌다.
통상 후보추천위원회가 3배수 이상 후보를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그중 제청 후보를 정해 2주 이내에 대통령에게 제청하지만, 이번에는 7개월 가까이 제청이 이뤄지지 않았다.
청와대와 대법원이 최종 후보를 놓고 합의에 이르지 못 하면서다. 대법관 제청권은 대법원장에게 있지만, 청와대와 대법원장이 협의를 거쳐 최종 후보를 제청하는 것이 관례다.
청와대는 이재명 정부 첫 대법관이란 상징성을 고려해 초반부터 여성이고 진보 성향의 김민기 서울고법 고법판사를 1순위로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우선순위로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윤 부장판사가 무작위 추첨을 거쳐 내란전담재판부 재판장이 되면서 어려워졌다.
김민기 고법판사는 배우자가 현 정부에서 취임한 오영준 헌법재판관이란 점에서 사법부 내부에서 적절치 않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특히 지난 3월 재판소원제 시행으로 헌법재판소가 대법원판결을 뒤집을 수 있게 된 만큼 논란을 낳을 수 있단 우려도 나왔다.
대법원은 또 다른 여성 후보인 박순영 고법판사를 밀었지만 결국 청와대와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고법판사는 2021년 3월부터 중앙선관위원을 겸하고 있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28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6.8.28 hama@yna.co.kr
이렇게 대법관 제청이 지연되는 사이 내달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 인선 절차가 시작돼 별도 후보추천위원회가 이 대법관 후임 후보 4명을 추천했다.
청와대와 대법원은 노태악·이흥구 두 대법관 후임을 모두 놓고 물밑 협의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흥구 대법관 후임을 놓고는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합의가 됐으나,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후보는 끝내 양측이 최종 조율에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8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갑작스럽게 '서면 제청' 카드를 꺼내 들었다.
청와대와 물밑 조율을 마친 뒤 대법원장이 청와대를 직접 찾아 대면 제청하는 관례를 깨고 노태악 대법관 후임으로 합의가 안 된 손봉기 부장판사를 서면으로 제청한 것이다.
여권을 중심으로는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시했다는 거센 반발이 일었다.
결국 열흘 만인 이날 청와대 역시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제청"이라며 사실상 조 대법원장의 제청을 반려하면서 결국 행정부와 사법부가 정면충돌하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조희대 대법원장과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에 대한 증인 출석 요구의 건 처리에 반대하며 퇴장해 자리가 비어 있다. 2026.8.21 nowwego@yna.co.kr
공은 다시 대법원장에게 넘어오게 됐지만, 다음 절차를 놓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노태악 대법관 후임으로 기존에 추천된 나머지 후보 3명 가운데 다시 제청해야 한다는 쪽과 추천위를 새로 구성해 추천 절차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쪽이다.
현행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할 때마다 추천위를 구성하고, 추천위가 후보자를 대법원장에게 후보자를 추천하면 추천위는 해산된 것으로 간주한다.
대통령이 제청을 반려하고 대법원장이 다시 제청할 경우에 대한 근거 규정은 없다.
그러나 여권에선 추천위를 새로 구성하는 것은 기존 후보 추천을 무산시키려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꼼수'라는 입장이다. 기존에 추천된 나머지 3명 가운데 1명을 다시 제청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역시 기존 추천 내용을 존중해 재제청하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사법부를 중심으로는 후보추천위를 새로 구성해야 한다는 게 대체적 견해다.
만약 기존에 추천된 나머지 후보 중 제청해야만 한다면 사실상 대통령이 원하는 후보로 제청될 때까지 '반려→재제청→재반려'의 상황이 반복될 수 있고, 이는 사실상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란 설명이다.
한 부장판사는 "제청하면 또 반려할 수 있고 결국 사실상 대통령이 대법관 후보를 고르겠다는 것"이라며 "추천위가 새로 3배수 이상 후보를 추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윤성식 고법 부장판사는 내란전담재판부 재판장인 점, 박순영 고법판사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김민기 고법판사를 제청하라는 뜻 아니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대법원장은 오영준 헌법재판관이 배우자인 점을 고려해 김 고법판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재제청 방식을 놓고 청와대와 사법부의 제청 갈등이 사실상 '2라운드'에 들어설 수 있다.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보고 후보추천위원회를 자체적으로 새로 구성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 경우 양측의 갈등이 돌이키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어느 경우든 대법관 장기 공백 상황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노태악 대법관이 결국 지난 3월 후임자 없이 퇴임하면서 대법원은 반년 가까이 1명 공석 상태다.
다만 청와대는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김성수 고법 부장판사에 대해선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기로 했다. 내달 7일 이흥구 대법관 퇴임까지 2주도 채 남지 않아 빠듯하지만 '2명 공백'이 장기화하는 상황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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