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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사람들] ⑧ 35년간 실종자 쫓은 각설이…"전단지 붙이기도 어려워"

입력 2026-08-28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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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 회장…"800여명 찾는 데 기여"


2013년에는 '셀프 실종' 실험까지…"성인 실종자 관련법 제정 서둘러야"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 회장

[촬영 정지수]


(서울=연합뉴스) 정지수 기자 = "성인 실종은 전단지를 붙이고 찾아 나서지도 못합니다. 제가 봐온 대부분의 사례는 그랬습니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 회장은 26일 연합뉴스와 만나 '성인 실종자' 찾기의 어려움에 대해 이렇게 토로했다.


"이유가 있어서 집을 나갔겠지" 하는 등 비아냥거리는 반응이나, 신상이 퍼질 경우 실종자가 돌아왔을 때 주목하는 시선 때문에 주저하게 된다는 것이다.


트럭에 판매용 카세트테이프를 싣고 다니며 전국을 돌아다니던 '각설이' 나씨는 1991년 길거리에서 실종 전단을 나눠주던 '개구리소년' 사건 피해자 부모들을 우연히 만나면서 이 일을 시작했다.


지친 모습으로 전단을 나눠주던 부모의 야윈 얼굴이 그의 마음에 박혔다.


나씨는 부모에게서 전단을 건네받아 함께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날부터 그의 '실종자 찾기'가 시작됐다.


그가 '개구리 소년' 찾기에 몰두하며 소문이 났고, 아이를 잃은 다른 부모들도 앞다퉈 그를 찾아왔다. 수없이 쏟아지는 전화와 끊이지 않는 발길에 눈코 뜰 새 없이 실종자를 찾아다녔다.


한때는 군밤을 팔며 트럭에 실종 전단을 붙이고 다니기도 했지만, 생활을 이어 나가기엔 부족해 보험 일을 하기 시작했다.


사무실 근처에 냉면집도 개업하며 생계를 유지하려 노력하지만 그는 가족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크다고 했다


그는 "35년간 800여명의 실종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 회장

[촬영 정지수]


그가 실종자를 쫓아온 세월을 보여주듯, 서울 청량리 도롯가 한편에 자리 잡은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 컨테이너 안은 실종자 전단으로 빼곡히 덮여 있었다.


그가 펼쳐온 활동은 2005년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실종아동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성인 실종자 또한 법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온 나 회장에게 이번 제주 여성 실종 사건은 더 뼈아프다.


그는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 피해자 가족들이 찾아왔던 2006년을 떠올렸다.


당시 행방불명됐던 피해자 배모(당시 45세)씨의 딸은 그를 찾아와 울며 호소했다고 한다.


그는 그런 모습을 보고 "어린 새끼를 잃어버린 엄마 양도 슬프겠지만, 반대로 엄마를 잃어버린 새끼 양도 슬프고 고통스럽지 않겠느냐"고 비유했다.


성인 실종자 가족의 아픔을 지켜본 그는 "이번 제주 사건을 계기로 성인 실종자 관련 법이 빠르게 만들어져서 실종자들을 빨리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인 실종의 심각성을 깨닫고 2013년에는 과감한 실험까지 감행했다.


용산경찰서 소속 경찰관과 점심을 먹기로 약속한 날, 휴대전화를 끄고 본인이 '셀프 실종'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가족에게까지 이를 숨긴 탓에 그가 사라지자 주변은 그야말로 경찰을 포함해 주변에서 난리가 났다고 한다.


결국 이튿날 저녁 나 회장이 경찰에 연락하며 약 30시간 만에 실종사건이 종결됐지만, 그는 그 후로도 관련 법률 제정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는 성인 실종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경찰 전담 부서의 전문성 강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 회장은 "실종 관련해서는 5년이고 10년이고 할 수 있도록 해서, 전문성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간 실종자를 찾을 경우 포상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주봉 회장에게 도착한 가족을 찾아달라는 편지

[촬영 정지수]


그러면서도 그는 처음 활동을 시작했던 1991년과 비교하면 지금은 실종자를 찾는 체계가 상당히 고도화됐다고 얘기했다.


법조차 마련돼 있지 않던 당시엔 아이를 찾아달라며 전단이 가득 담긴 배낭을 짊어진 채 찾아오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수많은 실종 사건 끝에 아동 실종에 대한 관심은 커졌지만 나 회장은 '성인 실종 해결'은 갈 길이 멀다고 얘기한다.


공권력이 찾지 못한 가족을 찾기 위해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있다.


얼마 전 그는 교도소로부터 "잃어버린 부모를 찾아달라"는 수용자의 편지를 받기도 했다.


그는 "인류가 멸망하기 전까지 실종 사건은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라며 "어서 성인 실종 사건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나 회장은 "국민 여러분께서 눈이 되어서 주변을 살펴봐 주실 때만이 우리 사랑하는 가족이 가정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index@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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