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흔적 남게 녹차라테"…'음료 피습 자작극' 정이한 사전 계획

입력 2026-08-26 08:17:32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검찰 공소장에 차량 동선·대사까지 범행 모의 정황 드러나


'우발 범행' 연출, 선처 탄원…"걸려도 상해 정도" 안이한 판단




검찰 향하는 정이한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피습 자작극 협의를 받는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16일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6.7.16 handbrother@yna.co.kr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6·3 지방선거 때 피습 자작극을 벌인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공범과 음료 종류부터 차량 동선, 대사, 복장까지 구체적으로 계획한 정황이 검찰 공소장에서 드러났다.


반면 범행이 적발됐을 경우 자신들에게 적용될 혐의나 형사책임에 대해서는 "걸려도 상해 정도"라고 생각하는 등 안이하게 판단했던 정황도 확인됐다.


26일 정씨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정씨와 공범 A씨는 2019년 헬스장 회원과 트레이너로 처음 만나 개인 훈련(PT)을 받으며 친분을 쌓았고 이후 친구처럼 지내온 사이였다.


낮은 인지도를 고민하던 정씨는 지난 4월 초께 A씨에게 "유세 중 누가 쓰러지면 내가 심폐소생술을 해줄 텐데", "내가 화분이라도 맞았으면 좋겠다", "누가 커피 좀 안 던져주나"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A씨가 "뭐라도 던져드릴까요"라고 맞장구치면서 두 사람의 대화는 실제 '피습 자작극' 모의로 이어진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사건을 하루 이틀 앞둔 4월 25∼26일 정씨는 A씨가 운영하는 헬스장을 찾아가 "관장님이 도와줄 일이 있다. 4월 27일까지 무조건 해야 한다"며 유세 도중 자신에게 음료를 던져달라고 부탁했다.


범행 계획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정씨는 "물은 색깔이 남지 않으니 녹차라테처럼 색깔이 남을 수 있는 것을 던져달라"고 했고, 자신이 명함을 건넬 때 차량 창문을 내려 음료를 뿌려달라고 했다.




정이한 깁스 유세

정이한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지난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4월 29일 부산 구포시장에서 목에 깁스를 하고 선거 유세를 하는 모습[촬영 손형주]


차량이 음료를 뿌리기 좋은 위치로 들어올 수 있도록 좌회전 차선으로 진입하라는 동선까지 알려줬고, 음료를 던지면서는 "어린놈이 무슨 시장이냐"라고 말하면 추가로 인지도가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도 냈다.


정씨는 A씨에게 다른 사람의 차량을 이용하고 모자를 착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수행원들이 범행 차량에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누구한테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안심시킨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만약 붙잡히더라도 자신이 선처해 사건을 빨리 마무리하고 "내가 다 책임지겠다"는 말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 사람은 범행이 들통날 경우의 형사책임도 가볍게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해봐야 상해 정도 걸리겠네요"라고 말하며 범행을 수락했다.


하지만 실제 사건은 개인 간 상해죄가 적용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직선거법상 선거 자유 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중대 범죄와 관련한 죄명이 적용되는 행위였다.


범행 당일인 4월 27일 오전 8시 6분께 A 씨는 미리 준비한 K5 렌터카를 몰고 유세 현장에 나타났다.


정씨가 열린 운전석 창문으로 명함을 건네며 자신을 소개하자 A 씨는 예정대로 "어린놈이 무슨 시장이냐"고 말한 뒤 플라스틱 컵에 든 아이스 녹차라테를 정씨 얼굴을 향해 뿌렸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플라스틱 컵과 삶은 계란까지 정 씨에게 던졌다. 정씨는 뒤로 물러서다가 도로 연석에 걸려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피습 자작극 의혹 공범인 헬스 트레이너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피습 자작극 협의를 받는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 공범인 A씨가 16일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6.7.16 handbrother@yna.co.kr


경찰이 A씨를 검거한 뒤에는 두 사람은 '우발적 범행'이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경찰이 A씨를 검거한 직후 사진까지 보여주며 아는 사람인지 묻자 재차 정씨는 "전혀 아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는 정치를 하는 사람이고 그분은 유권자이니 꼭 처벌이 우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씨도 이에 맞춰 경찰에서 즉흥적인 범행인 것처럼 구체적인 사연을 만들어냈다.


그는 "명함을 보니 시장 후보라고 돼 있었고 너무 어려 보여 짜증이 났다"면서, 정씨에게 던진 녹차라테와 삶은 계란에 대해서는 "오늘 아침에 먹으려고 어제 사놨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이 누군가의 청탁이나 사주를 받은 것이 아니냐고 물었지만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부인했던 것으로 공소장에 적혔다.




음료 투척 당시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다음 날 조사에서도 A씨는 "제 기분이 나쁘다고 폭력적인 행위를 해서 피해자분께 굉장히 죄송하다"며 우발 범행이라는 설정을 이어갔다.


정씨의 배우자도 남편에게서 사건이 자작극이라는 사실을 전해 듣고도 A씨의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직접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는 탄원서에 "피의자가 제 남편과 비슷한 연배라는 소식에 자꾸만 마음이 쓰인다", "저희 부부의 정직한 진심을 부디 깊이 살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정씨는 언론을 상대로도 우발적 범행이라는 허위 사실을 설명했다.


검찰은 정씨가 4월 28일부터 5월 11일까지 방송과 언론 등을 통해 모두 7차례 이런 허위 사실을 외부에 공표했다고 판단했다.


허위 자작극으로 경찰관 18명이 현장에 출동했고, 폐쇄회로(CC)TV 영상 확보·분석, 차량 추적, 현장 감식,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증거물 감정, 광범위한 탐문과 사건 관계인 조사가 진행됐다.


국가정보원과 대테러협의회까지 진행된 것으로 공소장에 적시됐다.


정씨 사건의 첫 재판은 다음 달 15일 열린다.


ready@yna.co.kr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5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연합뉴스 콘텐츠 더보기

해당 콘텐츠 제공사로 이동합니다.

많이 본 최근 기사

관심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