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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아웃] 조희대의 선택과 법원행정처의 운명

입력 2026-08-2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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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8일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신임 대법관으로 제청했다. 그런데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제청안을 서면으로 제출했다. 이에 여당에선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의 불법 행위'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야당은 대법원 압박이야말로 '삼권분립 훼손'이라고 반박했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했다. 그동안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조율한 뒤 대통령을 직접 찾아가 제청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번에 그 관행이 깨졌다.



조 대법원장의 돌발 행동으로 불똥이 법원행정처로 튀었다.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장 지휘 아래 전국 법원의 인사·예산·조직 등 사법행정을 총괄한다. 법관 인사와 사법 정책을 다루는 사법행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만큼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사법농단 사태 이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여권에선 이번 서면 제청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집중 문제와 연결하고 있다. 법원 내부에서도 추가 사법개혁의 칼끝이 법원행정처를 향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대법관 제청을 둘러싼 갈등이 사법부 구조 개편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여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여당에선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의 본질을 '서면이냐 대면이냐'라는 문제로만 한정하면 놓치는 게 있다. 이 지점에서 따져볼 것은 대법원장이 제청권을 행사할 때 대통령과의 사전 협의가 어디까지 필요하느냐다. 또 대통령의 임명권은 제청된 사람을 임명하는 권한이냐, 아니면 제청 단계부터 후보 선정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이냐다. 헌법은 제청권과 임명권의 주체를 각각 정해놓고 있지만, 두 권한이 인선 과정에서 어떻게 조율돼야 하는지까지는 규정하지 않았다. 관례가 깨지면서 그동안 가려져 왔던 빈틈이 드러난 것이다.


1949년 법원조직법 제정 과정에서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한 사법부와 이승만 정부는 대법관 임명과 대법원장 보직의 인사 절차를 놓고 맞섰다. 쟁점은 역시 '제청'과 '임명'이었다. 국회가 의결한 법원조직법은 대법관 임명과 대법원장 보직을 대법원장·대법관·각 고등법원장으로 구성된 법관회의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하도록 규정했다. 정부는 대통령의 임명권 행사에 앞서 법관회의 제청을 두는 것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사법부는 대통령이 최종 임명권을 행사하더라도 후보 선정과 제청 절차는 법률로 정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결국 법관회의의 제청 절차가 관철됐다. 정부 수립 초부터 행정부와 사법부 간 법관 인사의 주도권과 사법부 독립을 둘러싼 제도적 긴장이 존재했던 것이다.


조 대법원장과 정부·여당 사이엔 이미 올 초 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을 담은 '사법개혁 3법'을 놓고 깊은 골이 파여 있었다. 이번 서면 제청은 그 갈등에 다시 불을 붙인 셈이다. 사법개혁은 법관 인사·재판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대법원장에게 제청권을 주고 대통령에게 임명권을 부여한 헌법의 의미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관행에 의존해온 대법관 제청과 임명 절차를 어떻게 보완할지 숙의할 필요가 있다. 권력분립은 원래 불편한 것이다. 그 불편을 견디는 게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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