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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대한노인회장 인터뷰…"65세 됐다고 역할 끝난 게 아니야"
재가임종·노인권리보장법 제안…"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일해야"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대한노인회 회장인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19일 서울 중구 부영그룹 본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8.23 jjaeck9@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윤민혁 기자 = "숲속에서 길을 잃었을 땐 늙은 말을 풀어놓고 따라가라는 말이 있잖아요. 시대가 급변해도 노인의 쓰임새가 분명히 있습니다."
대한노인회 회장 취임 2년을 앞둔 이중근(85) 부영그룹 회장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부영 본사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 사회가 노인을 단순히 부양 대상으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당장 65세가 됐다고 사회에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봐서는 안 된다"면서 노인의 활기찬 삶을 지원하고 사회·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주체로 대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일하며 사회에서 역할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돌봄이 필요한 노인은 존엄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노인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024년 대한노인회장 취임 직후 노인 기준 연령을 65세에서 75세로 상향하자고 제안해 사회적 논의를 촉발했다.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에 이어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의 고령층 진입이 빠르게 이뤄지는 만큼, 노인 인구 급증에 따른 복지 재정 확대 등 미래 과제에 앞서서 대응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생각에서 던진 화두였다.
그의 제안 이후 최근 서울시가 노인교통복지위원회를 발족해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상향과 고령자 버스요금 지원 등을 전면 재검토하는 등 정책 변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대한노인회 회장인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19일 서울 중구 부영그룹 본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8.23 jjaeck9@yna.co.kr
이중근 회장은 노인이 꽃 배달 같은 단순 업무에서부터 각종 위원회·자문역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노인을 돌보는 일은 같은 노인 입장인 젊은 노인들이 필요를 알고 이해도가 높아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노인 일자리 발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일자리를 놓고 노소(老少) 갈등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는 시각에는 "젊은 사람의 일자리를 뺏지 않고도 노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며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그는 "노소 관계를 갈등 관계로 몰아갈 필요는 없다. 같은 한 집안에서 할아버지와 손자, 아들이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면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면 조화로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3월 정부가 도입한 통합돌봄 서비스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통합돌봄은 노인과 장애인이 살던 곳에서 맞춤형 의료·돌봄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정책이다.
그는 "노인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건강 상태도 점검하고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식사를 보내야 하는지, 생존 여부까지도 파악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제도를 개선해 나가면 재가 임종도 가능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인회장 취임 후 노인이 자신이 살아온 곳에서 존엄한 노후를 보내고 집에서 편안하게 생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재가 임종 제도'를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또한 노인을 시혜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명확히 하기 위해 '노인권리보장법' 제정과 '국가노인권리보장원' 설립도 제안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대한노인회 회장인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19일 서울 중구 부영그룹 본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8.23 jjaeck9@yna.co.kr
그는 같은 노인에게는 사회적 예우에 걸맞은 '어른다움'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권리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원로로서 품위와 배려를 갖추도록 노력하자는 것이다.
올해 초 유엔한국협회 회장에 취임한 그는 유엔(UN) 창설일인 10월 24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자는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 1975년까지 '유엔 데이'를 법정공휴일로 운영하다가 1976년 북한의 유엔 산하기구 가입에 대한 항의로 폐지했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제헌절을 기념하고, 6·25 전쟁을 기억하듯, 국가 성립 과정에서 기여한 유엔의 역할을 기억하고 감사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50년 넘게 주택 사업을 이어오면서 다양한 사회 기부를 실천한 이 회장은 자신은 '장사꾼'이라며 사업가 정신을 발휘하다 보니 학교 건설 등 사회에 도움을 주는 일로 연결된 것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그는 "처음 집을 지은 곳들은 대부분 변두리 지역이었는데, 단지 인근에 학교를 지어주면 집이 더 잘 팔리고 주택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봤고, 적중했다"며 "정부에 땅을 내어주면 학교를 지어주겠다고 제안해 지어주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이 회장은 그간 총 1조2천억원 규모의 기부를 하고, 수십 년째 캄보디아, 라오스 등 동남아에 학교를 지어주고 수천 대의 버스를 기부하는 등 다양한 기부 활동을 벌이고 있다.
80대 중반인 이 회장은 여전히 직접 건설 현장을 즐겨 찾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이틀 전에도 현장에 다녀왔다. 현장은 항상 활력이 넘치고, 가면 기운을 얻어 온다"며 "노인도 젊은이도 아직 힘이 닿고 할 수 있을 때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야 한다"고 활짝 웃었다.
dkkim@yna.co.kr
m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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