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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과 합의→제청' 대법관 인선 관행 깨졌다…갈등 향방은(종합)

입력 2026-08-19 22: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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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악 후임' 합의 못한 채 '서면 통보'…후보 추천 209일만


제청권 실질 행사…대법관 증원 앞두고 권한 명확성 확보 분석도

갈등 안 풀리면 공백 장기화…재판 지연·사법부 독립 약화 우려도




출근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2026.8.19 cityboy@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빛나 이미령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관행을 깨고 대법관 후보를 서면 제청한 것을 두고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일단 공은 청와대로 넘어간 상황이지만 여권에선 '대통령 임명권에 대한 도전'이라며 탄핵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라 새 대법관 임명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갈등이 장기화하면 대법관 공백에 따른 재판 차질도 불가피하다. 대법관 인선을 놓고 장기간 대립하는 상황 역시 사법부 독립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법관 제청 과정 관련 질의 듣는 노경필 법원행정처장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과정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2026.8.19 hkmpooh@yna.co.kr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와대와 사법부는 지난 1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4명을 추천한 뒤로 최종 후보를 놓고 물밑 조율을 이어왔다.


청와대는 이재명 정부 첫 대법관이란 상징성을 고려해 초반부터 여성이고 진보 성향의 김민기 서울고법 고법판사를 1순위로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우선순위로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윤 부장판사가 무작위 추첨을 거쳐 내란전담재판부 재판장이 되면서 어려워졌다.


김민기 고법판사는 배우자가 현 정부에서 취임한 오영준 헌법재판관이란 점에서 사법부 내부에서 적절치 않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특히 지난 3월 재판소원제 시행으로 헌법재판소가 대법원판결을 뒤집을 수 있게 된 만큼 논란을 낳을 수 있단 우려도 나왔다.


대법원은 또 다른 여성 후보인 박순영 고법판사를 밀었지만 결국 청와대와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고법판사는 2021년 3월부터 중앙선관위원을 겸하고 있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제3의 후보'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임명 제청했다는 게 법조계 해석이다.


우선순위 후보 대신 손 부장판사를 택해 마지막까지 청와대와 협의를 이어가려는 의지를 보인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손 부장판사는 원만한 성품으로 이념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고, 영남 지역 '향판'(지역법관)에 비서울대 출신이다. 지방법원 부장판사 출신으로는 처음 제청됐다.


결국 대법원이 다양성을 고려하면서 제3의 후보를 제시해 청와대와 접점을 찾아보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 앞서 이흥구 대법관 후임 임명을 위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법관위원으로 참석한 유현영 수원지법 여주지원 판사는 지난 6일 법원 내부망에 현 대법관 구성이 남성, 서울대 법대, 고등부장 또는 고법판사 출신으로 편중돼 있단 점을 지적했다.




입 꽉 다문 조희대 대법원장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2026.8.19 cityboy@yna.co.kr


그러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에서 내달 이흥구 대법관 퇴임마저 다가오자 더 이상 제청을 미루기 어렵단 판단에 결국 '서면 제청' 카드를 꺼내 들었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청와대와 끝까지 협의를 진행했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면서 "저희는 책임을 다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자리가 5개월 넘게 공석이고 이흥구 대법관마저 퇴임하면 재판부 2명 공석 상황이 발생한다. 조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로 줄곧 신속 재판을 강조해왔는데, 재판 차질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여기에 김건희 여사의 '3대 의혹' 사건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상고심 선고 지연도 피할 수 없게 된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 대법관 제청 과정 관련 질의 답변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과정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8.19 hkmpooh@yna.co.kr


헌법상 대법관은 대법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며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법에는 '대통령과 사전 협의를 거쳐 제청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그럼에도 그동안 사전 협의를 거쳐 후보를 제청하는 것이 관행으로 이어져왔는데, 이번 제청을 계기로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이 충돌하는 모양새가 됐다.


정태호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대법원장 제청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통령과 국회가 거부하면 되지만 그 경우 거부하는 쪽도 대법원장도 부담스러우니 사전에 협의를 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선 대통령 임명권 침해를 들어 탄핵을 거론하고 있지만 대법원장으로서는 헌법상 명시된 제청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탄핵사유가 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헌환 아주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지금 상황은 대통령과 대법원장 간 정치적 투쟁이다.


대법원장이 헌법상 제청권을 빌미 삼아 뜻대로 제청을 한 것"이라며 "(사전협의 없는 제청이) 위헌이나 위법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워 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닌 정치적 판단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노 처장은 이날 국회 법사위에서 "헌법에 따라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를 제청할 권리가 있고 거기에 따라 대통령과 국회는 각각 임명권과 동의권을 행사하면 된다"며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강조했다.


과거에도 정권 교체 이후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제청권을 두고 갈등을 빚은 사례는 있지만 대통령이 대법관 임명을 거부하거나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은 적은 없다.


노무현 정권 출범 직후인 2003년 최종영 대법원장의 서성 대법관 후임 제청을 두고 청와대가 불만을 표시했지만, 최 대법원장은 결국 제청권을 행사했고 노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조재연·박정화 대법관 후임 2명을 뽑는 과정에서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대통령실 사이에 긴장이 있었다. 당시 대통령실은 임명권 행사를 보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대법원장이 결국 권영준·서경환 후보를 제청하면서 대통령실과 갈등을 피했단 분석이 나왔다.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TV 제공]


내후년부터 대법관 증원을 앞두고 대법원장 제청권의 명확성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대법관 증원법에 따라 현재 14명인 대법관은 2028년부터 12명 늘어나 총 26명이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내 22명을 임명하게 된다. 증원되는 12명에 더해 이 대통령 임기 중 퇴임하는 10명의 후임까지 임명하기 때문이다.


향후 대법원 구성 변화에서 청와대와 사법부간 주도권이 어떻게 형성될지 보여줄 가늠자가 될 수 있단 점이 조 대법원장 결단에 영향을 미쳤을 거란 반응이다.


일단 공은 청와대로 넘어간 상황이다.


만약 청와대가 '대통령 패싱'으로 보고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면 정면충돌 양상으로 흘러가게 된다.


작년 5월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파기환송 판결 이후 이어져 온 긴장관계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청와대가 사법부와 대치 국면이 장기화하는 게 정치적으로 이롭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일단 국회로 공을 넘기고 국회의 판단을 구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당장 민주당 의원들이 '대통령 임명권에 대한 도전'이라며 탄핵을 거론하며 반발하고 있어서 임명 절차가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조 대법원장의 제청안을 놓고 청와대가 대법원과 협의를 이어 나갈 가능성도 있다.


결국 "공백이 길어지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재판 장기화는 물론 사법부 독립에도 부담으로 흐를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결국 대통령이 대법원장 제청을 거부하는 모양새가 되면 사법부 독립이 흔들리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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