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최근 4년간 국제적 멸종위기종 밀수 단속 51건…구조 개체 대부분 파충류
온라인 불법 거래 단속은 미흡…전문가 "상시 감시망 강화해야"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김솔 김지원 기자 =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천5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국제적 멸종위기종(CITES)을 비롯한 외래종 유통도 빠르게 늘고 있다.
거래 규모가 커지면서 허가나 신고 없이 이뤄지는 불법 거래도 증가하는 추세지만, 온라인 시장을 감시할 단속 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발되더라도 처벌 수위가 낮아 불법 유통을 억제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 국제적 멸종위기종 수출입 허가 증가…밀수 적발도 늘어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에 따르면 국제적 멸종위기종 수출입 허가 건수는 2022년 7천280건, 2023년 7천472건, 2024년 1만1천535건, 지난해 1만1천533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과 비교하면 3년 만에 약 58.4%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증가세의 배경에는 희귀동물의 수요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본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제적 멸종위기종 밀수 적발 건수 및 사례는 이를 뒷받침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실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제적 멸종위기종 밀수 단속 건수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년간 모두 5건에 그쳤다.
그러나 2022년 12건 2023년 16건, 2024년 13건, 지난해 10건 등 최근 4년간은 매년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 기간 적발 건수는 모두 51건이었다.
밀수 적발로 구조한 국제적 멸종위기종은 101마리로, 거북이, 뱀, 악어, 도마뱀 등 애완용으로 인기가 높은 파충류가 대부분이었다.
문제는 사인 간 거래가 활발한 온라인 시장의 규모조차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메르스(2015년), 코로나19(2020년) 등 인수공통감염병(동물에서 사람으로 전염)에 따른 피해가 나타나면서 야생동물 관리 강화 필요성이 대두하기 전까지는 많은 야생동물이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고, 이 때문에 정확한 유통 규모를 집계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최근 통계를 보면 국제적 멸종위기종 밀반입과 불법 유통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세관 단계는 물론, 유통과 사후 관리에까지 이르는 단계적 단속 활동이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자료사진]
◇ 온라인 단속망 미흡…걸려도 처벌은 '솜방망이'
온라인 동물 거래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이를 감시할 단속 체계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기후부는 지난해 국제적 멸종위기종 사육시설을 갖춘 야생동물 전시·판매업체와 동물원 등 316곳에서 현장 점검했다. 이 가운데 위반 사항이 적발된 19곳에 대해 과태료, 수사 의뢰 등 조치를 했다.
다만, 점검 대상은 기후부에 등록된 시설과 민원·제보가 접수된 곳에 한정됐다. 인터넷 파충류숍 등 불법 거래가 의심되는 온라인 시장 전반에 대한 단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같은 기간 국제적 멸종위기종 가공품 등에 대한 불법 게시물 모니터링도 진행됐지만, 동물 박제품 등 가공품 거래를 중심으로 한 단속에 불과했다. 이 역시 지난 한해에만 임시 사업으로 진행한 것이었다.
한 지역 환경청 관계자는 "환경청별 관련 업무 담당 인력이 10명도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온라인 시장까지 모니터링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양도·양수자를 특정한 뒤 확실한 불법 정황을 확인해야 수사 의뢰가 가능한데 이 또한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했다.
적발되더라도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보관·유통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사건에서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본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경북 영주소방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지법은 2023년 12월 국제적 멸종위기종 1급인 테트라스피스 등 악어 4마리를 판매하고 주거지에서 다른 악어 2마리를 키운 혐의로 기소된 30대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수의 개체를 사육하며 상습적으로 불법 거래를 일삼은 정황이 드러났으나 처벌은 징역형 집행유예에 그친 것이다.
같은 해 광주지법도 국제적 멸종위기종 2급인 킹코브라의 입을 억지로 벌려 독을 채취하고, 이를 촬영해 유튜브에 게시한 혐의로 기소된 30대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이태원 한국양서파충류협회장은 "파충류 등은 불법 유통을 하던 사람이 계속 반복하는데, 이는 처벌이 이익에 비해 가볍기 때문"이라며 "관련 산업이 계속 커지는 만큼, 마약이나 총기처럼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들여다볼 기관을 만들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 사각지대 동물도 관리대상…"상시 감시망 가동해야"
기후부는 2022년 12월 야생생물법 개정 후 야생동물로 인한 감염병을 예방하고, 국내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야생동물의 수입과 유통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국제적 멸종위기종 등 기존의 법정 관리종 외에 관리 사각지대에 있던 모든 야생동물을 '지정관리 야생동물'로 정해 관리를 시작한 것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야생동물종합관리시스템 사이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지정관리 야생동물은 수입과 보관 등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국민 건강이나 생태계를 해칠 위험이 없는 동물을 백색목록(888종)으로 지정해 신고 후 거래할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무허가·미등록 개체를 관리 체계 안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촘촘한 단속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항 서울대 수의과대학 명예교수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불법 거래는 민생과 직결된 사안은 아니라는 인식 탓에 당국의 적극적인 행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기후부에 온라인 불법 거래를 상시 모니터링하는 전담 인력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백색목록 제도가 과잉 행정을 유발하고 있는 만큼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멸종 위험도가 높은 고위험 종에 단속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문대승 칼빈대 반려동물학과 교수는 "지난해 야생생물법이 시행되면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 아닌 개체까지 일일이 신고하도록 서류 작업이 확대됐다"며 "맹독성 생물이나 대형 악어류처럼 실제 규제가 필요한 특정 종에 단속과 행정력을 집중하는 '핀셋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kyh@yna.co.kr
sol@yna.co.kr
zone@yna.co.kr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