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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들] 순사에서 전경예우까지…경찰대 반세기의 역설

입력 2026-08-04 08: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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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말기 경찰대 구상, 1981년 개교 후 정권 보위대 오명


경찰 선진화 노력은 게걸음, '경찰 하나회' 카르텔 폐해 심각

검수완박으로 경찰 몸값 급등, "국민 피해 선제 차단을"




경찰대 1기 졸업 축하하는 전두환·이순자 부부

(서울=연합뉴스) 1985년 제1기 경찰대학 졸업식에 참석한 전두환 대통령<< 국가기록원 제공 >>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1985년 4월 9일, 경기도 용인 교정에서 열린 경찰대학 제1기 졸업식. 단상에 선 대통령 전두환은 졸업생 대표의 경례를 받고 축사를 읽어 내려갔다.


"권위주의적 태도를 버리고 오직 국가에 대한 충성과 국민에 대한 봉사 정신으로 무장하여, 정의롭고 청렴결백한 경찰관의 표상이 되어 주기를…." 5공 정권의 정통성 논란과 별개로, 전두환의 말에는 새로 탄생한 엘리트 정예 경찰을 향한 당시 국민의 기대가 담겨 있었다.


경찰판 사관학교 구상은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7년에 구체화됐다. 일제 조선인 순사에서 출발한 한국 경찰은 해방 후 간부후보생 제도(경위채용)로 간부를 충원했는데, 열악한 근무 여건과 낮은 처우 탓에 자질과 전문성 부족이 고질적 문제로 지적됐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대설치법을 만들고 박정희 서거 두 달 뒤인 1979년 12월 말 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했다.


1981년 3월 9일 인천 부평의 경찰종합학교 임시 교사에서 제1기 신입생 입학식이 열렸다. 학비 전액 면제와 졸업 후 경위 임용, 병역 대체라는 파격적인 혜택에 힘입어 입시 경쟁률은 무려 220대 1을 기록했다. 학력고사 상위 0.5% 이내의 수험생들이 몰려들면서 합격선은 서울대 상위권 수준에 형성됐고, 지금도 그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화 시위 진압에 투입된 전투경찰대

1987년 6월 10일 민정당 전당대회를 전후한 최루탄 피해자가 전국적으로 5천명이 넘었다. 임산부가 유산을 하고 파편이 뇌에 박혀 혼수상태에 빠진 대학생(연세대 이한열) 등 피해자의 양상이 다양했다.1987.6.10(서울=연합뉴스)


국민은 '경찰대는 순사와 다를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희망 고문에 그쳤다. 학생들은 임관과 동시에 독재정권의 보위 수단인 전투경찰의 최전선 지휘관으로 투입돼 민주화 시위 진압을 진두지휘했다. 경찰 전체의 질적 향상도 기대만큼 이뤄지지 못했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를 뽑아도 조직 문화와 생리가 바뀌지 않으면 '천재도 바보가 된다'는 진리를 새삼 보여준 셈이다.


경찰대는 경찰의 질적 개선을 선도하기보다 조직 내부에서 카르텔을 형성하며 고위직을 독점하는 특권의 성을 쌓아갔다. 세월이 흐르면서 법조계 진출의 관문으로도 변질했다. 졸업생 상당수는 사법시험에 도전해 판·검사로 진출했고, 노무현 정부의 사시 폐지로 로스쿨 문이 활짝 열리자 변호사 자격을 얻고 퇴직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이후 여성 할당, 지역 균형, 비경찰대 배려 등 정치적 요소가 인사에 적극 반영되면서 인사 난맥상도 심화했다. 능력 있는 인재들 가운데 상당수는 법조계 등 외부로 눈을 돌렸다.


여기엔 구조적 원인이 있다. 판·검사는 사직 후 변호사 개업이라는 선택지가 있는 것과 달리, 계급정년에 묶인 경찰에게 승진 탈락은 곧 생계의 위기로 이어진다. 진급에 인생이 달려있다 보니 권력 줄 대기와 검은돈의 유혹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검찰수사권 박탈 주도한 의원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용민·김영호,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개혁과 관련해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이 즉각 형사소송법 개정안 초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26.6.24
nowwego@yna.co.kr


대형 로펌들이 경찰대 출신 간부와 변호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한다. 여권이 검사의 보완수사권까지 폐지하면서 수사권이 경찰로 집중됐기 때문이다. 부장검사 출신들이 누리던 수십억원대 연봉의 시대가 경찰로 이동했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이른바 '전경(전직 경찰) 예우' 시대의 도래다.


이제 경찰 간부도 검사처럼 '꼬우면 나가는' 세상이 됐다. 인사로부터의 자유와 경제적 보상을 동시에 얻을 길이 열린 것이지만, 국민의 불안은 그만큼 커지고 있다. 검찰이라는 2차 통제 장치가 사라져 경찰 수사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이 조성된 탓이다. 로펌이 지불하는 막대한 전경예우 비용 또한 억울한 사건 당사자와 국민에게 전가될 게 불 보듯 뻔하다.


경찰은 수사 독점 권력에 걸맞은 공정한 수사와 정치적 중립성 견지로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정치권, 특히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경찰 권력이 또 다른 성역이 되지 않도록 카르텔 해체와 함께 전관예우 차단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일제 순사와 전경의 몽둥이를 잊지 못하는 국민이 여전히 다수다. 정치검찰을 없애려는 노력이 경찰국가 부활로 이어져선 안 될 것이다.


j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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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4 09:00 업데이트